<그래픽 :박주현>
39도의 숨 막히는 열기는 검은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듯하고, 교실 창문 너머로 뜨거운 신음을 흘렸다. 그 열기 한가운데,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에어컨이 멈춰 섰다. 이유는 간단했다. 예산이 바닥났다는 것—정확히는 11월까지 버티려면 아이들에게서 전기를 빼앗아야 한다는 것.
교실 안 아이들은 교과서에 떨어지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쳐내고 있었을 것이다. 연필을 쥔 손바닥이 미끄러워 글씨가 삐뚤어지고, 의자에 등을 맞댄 몸은 땀으로 들러붙어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미안한 마음으로 창문을 열어젖혔지만, 바깥은 더 뜨거웠을 것이다. 학부모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SNS에 올라온 인천 연수구 박선원 의원의 해명문. “나라 경제가 어렵고 모두 힘들지만…”
어렵다는 그 나라가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총 13조6,000억 원을 현금으로 뿌릴 때 쓰인 논리와 출발이 같다. 하지만 폭염 속 아이들 교실엔 더운 체온만 피어오르니 아이러니다.
문제는 에어컨이 아니다. 우선순위가 문제다.
대한민국 교육 예산은 1990년대 ‘확장 재정·사교육 억제’ 구호 아래 형식적 상향만 이뤄졌을 뿐, 실제 재량 항목은 정치 거래 속에서 매년 잘려 나갔다. 그 잘림의 결과가 오늘 교실의 체감 온도다. 한쪽에서는 ‘민생 지원’이라는 그저 나랏빚 끌어다 쓸 뿐인 현금살포가 대단한 정책이라도 되는 양 온갖 미사여구로 과대하게 포장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체온과 싸운다.
에어컨 꺼진 교실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건 산수나 국어가 아니다. 그들이 배우는 건 ‘우리 사회에서의 나의 위치’다. 우선순위 리스트의 뒤편, 말끔히 접힌 자신들의 이름을 체감한다.
이 기억은 어떤 씨앗이 될까. 불신이다. 권력, 정치, 어른에 대한 건조한 불신. 13조 원의 현금 살포와 39도의 교실은 하나의 그림으로 맞물린다. 그 제목은 ‘실종된 우선순위’가 아니라, ‘우선순위 전도의 완벽한 구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관람객으로 남을 것인가. 태양을 탓하며 땀을 훔치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깝다’고만 중얼거릴 것인가.
특활비 투명성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국민의힘의 발표는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과연 그들이 동의할까? 여기서 우리는 흥미로운 실험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입으로는 "출산율"과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던 자들이 보여준 이중성만큼, 정작 자신들의 주머니를 열어보이라고 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 말이다.
이 기사에 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학부모들 중에도 현금 살포한다니 이재명 찍었던 사람들 있겠지요. 자업자득 아닐까요. 한번만이라도 올바른 소리 하는 사람의(이낙연)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듯 하네요.
나라가 이꼴인데 25만원 준다고 좋아하는 능지들
무능한 건지 무도란 건지
그러게요
이미 있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게 먼저일텐데..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요
국민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일들이
일상이 된듯합니다
이재명들의 이중성과 위선은 덤이구요
계엄 때 아닌 지금이 혼돈 그 자체인 거 같습니다
허니문 언제 끝나나... 온 통 찬양 기사야
언제나 좋은 기사
그러나 우리 사회의 씁쓸함을 볼 수 있어 안타까운 기사
항상 잘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