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에어컨 꺼진 교실이 보여주는 ‘달콤한 현금 살포’의 허상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11 01:15:13
  • 수정 2025-08-05 04:08:46

  • 더위 앞 무너진 예산 우선순위의 민낯.

<그래픽 :박주현>


39도의 숨 막히는 열기는 검은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듯하고, 교실 창문 너머로 뜨거운 신음을 흘렸다. 그 열기 한가운데,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에어컨이 멈춰 섰다. 이유는 간단했다. 예산이 바닥났다는 것—정확히는 11월까지 버티려면 아이들에게서 전기를 빼앗아야 한다는 것.


교실 안 아이들은 교과서에 떨어지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쳐내고 있었을 것이다. 연필을 쥔 손바닥이 미끄러워 글씨가 삐뚤어지고, 의자에 등을 맞댄 몸은 땀으로 들러붙어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미안한 마음으로 창문을 열어젖혔지만, 바깥은 더 뜨거웠을 것이다. 학부모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SNS에 올라온 인천 연수구 박선원 의원의 해명문. “나라 경제가 어렵고 모두 힘들지만…”


어렵다는 그 나라가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총 13조6,000억 원을 현금으로 뿌릴 때 쓰인 논리와 출발이 같다. 하지만 폭염 속 아이들 교실엔 더운 체온만 피어오르니 아이러니다.


문제는 에어컨이 아니다. 우선순위가 문제다.


대한민국 교육 예산은 1990년대 ‘확장 재정·사교육 억제’ 구호 아래 형식적 상향만 이뤄졌을 뿐, 실제 재량 항목은 정치 거래 속에서 매년 잘려 나갔다. 그 잘림의 결과가 오늘 교실의 체감 온도다. 한쪽에서는 ‘민생 지원’이라는 그저 나랏빚 끌어다 쓸 뿐인 현금살포가 대단한 정책이라도 되는 양 온갖 미사여구로 과대하게 포장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체온과 싸운다.


에어컨 꺼진 교실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건 산수나 국어가 아니다. 그들이 배우는 건 ‘우리 사회에서의 나의 위치’다. 우선순위 리스트의 뒤편, 말끔히 접힌 자신들의 이름을 체감한다.


이 기억은 어떤 씨앗이 될까. 불신이다. 권력, 정치, 어른에 대한 건조한 불신. 13조 원의 현금 살포와 39도의 교실은 하나의 그림으로 맞물린다. 그 제목은 ‘실종된 우선순위’가 아니라, ‘우선순위 전도의 완벽한 구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관람객으로 남을 것인가. 태양을 탓하며 땀을 훔치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깝다’고만 중얼거릴 것인가.


특활비 투명성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국민의힘의 발표는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과연 그들이 동의할까? 여기서 우리는 흥미로운 실험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입으로는 "출산율"과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던 자들이 보여준 이중성만큼, 정작 자신들의 주머니를 열어보이라고 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 말이다.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12 18:45:16

    학부모들 중에도 현금 살포한다니 이재명 찍었던 사람들 있겠지요. 자업자득 아닐까요. 한번만이라도 올바른 소리 하는 사람의(이낙연)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듯 하네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Ls090372025-07-11 22:10:37

    나라가 이꼴인데 25만원 준다고 좋아하는 능지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11 14:18:21

    무능한 건지 무도란 건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11 13:54:26

    그러게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7-11 12:40:39

    이미 있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게 먼저일텐데..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11 12:21:59

    국민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일들이
    일상이 된듯합니다
    이재명들의 이중성과 위선은 덤이구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woenfow932025-07-11 09:50:05

    계엄 때 아닌 지금이 혼돈 그 자체인 거 같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11 08:57:47

    허니문 언제 끝나나... 온 통 찬양 기사야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nicetaz12025-07-11 08:01:28

    언제나 좋은 기사
    그러나 우리 사회의 씁쓸함을 볼 수 있어 안타까운 기사
    항상 잘 읽습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3.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4.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5.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6.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7.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8.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9. 김병기 고발만 11건, 서울경찰청 통합 수사 착수…가족까지 수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경찰 수사로 간다. 서울경찰청은 31일,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고발 사건 11건 중 10건을 공공범죄수사대에 모아 통합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좌진의 녹취록 등 구체적 증거가 쏟아지면서 사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
  10. [전병헌 기고] ‘셰셰 외교’의 함정 :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굴종인가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과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자초한 “중국에는 셰셰, 미국에는 땡큐”라는 이른바 ‘셰셰 외교’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이제는 국정 운영의 실질 기조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