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권차원의 거국적 광팔이를 하고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하고 있다. 오른쪽 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정부는 이날 론스타 ISDS 취소 절차를 심리하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2025.11.18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저녁,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 김민석 국무총리는 론스타 ISDS 취소 소송 승소 소식을 전하며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번 승소는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라며 "새 정부가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자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12·3 내란 이후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부재한 혼란 속에서도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라며, 이번 성과가 현 정부 체제 하의 관리 능력 덕분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계를 2022년 9월로 되돌려보면, 이날 브리핑의 풍경은 황당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야권 인사들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론스타의 2,800억 원 배상 판정에 불복해 취소 소송(Annulment)을 추진하자, 이를 '국익을 해치는 아집'으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법무부가 "국민 혈세를 단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며 '끝까지 간다'는 방침을 밝히자, 당시 야당과 친야 성향 법조계는 '차라리 빨리 돈을 주는 게 낫다'는 논리를 폈다. 가장 강력한 근거는 '통계'였다.
현재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을 맡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당시 민주당 송파을 지역위원장)는 당시 언론 인터뷰와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의 소송 제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영국 국제비교법연구소(BIICL)의 통계를 인용해 "ICSID 판정 중 취소 신청이 인용돼 전부 무효가 된 사례는 단 1.7%에 불과하다"며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0)'"라고 단언했다. 송 비서관은 당시 "한동훈 장관이 1.7%라는 극히 희박한 확률을 숨기고 국민을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법무부의 대응을 '대국민 사기극'에 비유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법무부가 승산 없는 ISDS 소송으로 400억 원이 넘는 돈을 로펌에 썼다"며 "로펌 배만 불리는 행정 행위"라고 질타했다. 김승원 의원 등 법사위 소속 의원들 역시 "전문가들은 취소 가능성을 낮게 본다"며 정부가 객관적 수치를 무시한 채 정치적 이유로 소송을 끌고 간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2025년 11월, ICSID 취소위원회가 원심을 파기하고 한국 정부의 배상 원금과 이자 지급 의무를 전액 소멸시키면서, 당시 야당의 '0%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심지어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소송비용 73억 원까지 물어내게 되면서 '로펌 배만 불린다'던 비판도 무색해졌다.
'승산이 없다'는 전제는 곧바로 '돈 낭비'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야당은 소송이 길어질수록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2022년 원심 판정은 배상금(약 2,800억 원)에 대해 2011년 12월부터 완제일까지 미국 국채 금리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도록 명했다. 당시는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를 "혈세 낭비 사태"로 규정했고, 국회에서는 "이미 1년 사이 늘어난 이자만 137억 원"이라며 소송이 지연될 경우 이자 폭탄으로 국고가 파탄 날 것이라는 경고를 쏟아부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 또한 "잘못은 모피아가 저질렀는데 국민 혈세로 이자까지 물어줄 수 없다"며 소송 중단을 요구했다. 당시 야권의 주장은 "어차피 질 싸움이니, 이자라도 아끼게 빨리 배상금을 지급하고 끝내라"는 패배주의적 실용론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승소를 통해 배상 원금은 물론 지연 이자 지급 의무까지 모두 소멸되었으며, 야당이 그토록 걱정했던 '이자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이번 승소의 주역인 실무진 구성을 살펴보면 '현 정부의 쾌거'라는 김민석 총리의 발언은 더욱 민망해진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브리핑에서 "노고가 굉장히 컸다"며 치하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다름 아닌 윤석열 정부 시절 임용된 인사다. 중앙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정 국장은 2024년 2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발탁되어 취소 소송의 법리 구성과 구술 심리 대응을 총괄해 왔다. 즉, 이번 승소는 '전 정권 장관(한동훈)의 결단'과 '전 정권이 임명한 실무자(정홍식)의 역량'이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3 사태 이후 들어선 현 정부가 이를 "새 정부의 대외적 쾌거"로 포장하는 것에 대해 관가 안팎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소송을 직접 주도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정부의 태도와 과거 야당의 행적을 싸잡아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승소 소식이 알려진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2022년 9월, 제가 론스타 소송을 추진하자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 등을 트집 잡으며 강력 반대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당시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이 없으니 포기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국익을 위해 끝까지 싸웠다"며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반대한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최 대변인은 "이번 승소는 전 정권부터 이어진 공직자들의 뚝심과 노고로 빚어진 성과"라며 "결과가 나오니 뒤늦게 생색을 내며 호들갑스럽게 숟가락을 얹으려 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2025년의 승소는 2022년 당시 법무부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정부는 '산업자본' 논란 등 정치적 휘발성이 강한 이슈 대신,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의 변론권을 침해했다는 '절차적 위반(Serious departure from a fundamental rule of procedure)'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법리적 정공법을 택했고, 적중했다.
야당이 주장했던 '산업자본론'(론스타는 애초에 자격이 없었으므로 무효라는 주장)을 쓰지 않고도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당시 야권의 훈수가 틀렸음도 입증되었다. 2022년, 4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국부가 유출될 위기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확률 타령'만 했던 현정권의 모습은 이번 승소의 기쁨 뒤에 역겨움을 자아내고 있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얼굴에 철판을 깐 뻔뻔한 놈들이네요. 남의 공 가로채기 상습범들. 양심이라고는 찾을수 없는 짐승들입니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본인 광나는 자리만 찾아다니고 잘 한다
론스타에 주지 않고 받아낸 세금보다 더 많은 돈 7천 억 이상을 벌게 해 김만배를 재벌로 만들어 준 이텅과 민주당.
저 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기자회견 하던 거 아직도 생생한데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하는 정권이라니
국민들이 혀를 찬다
멀미나고 토나올 정도로
역겨운 정부입니다.
남의 잘못은 바늘 끝만한 것도 물고 뜯고 맛보면서 있는 대로 확대 재생산,
심지어 잘하고 있는 일에도 심술, 훼방, 떼쟁이질로
될 일도 안되게 만드는 게 예사.
그러면서 남의 공도 채가서 자기자랑 언플질 늘어지고
자기들 잘못은 상대에게 옴팍 뒤집어 씌우고
양아치 집단과 다름없어요
잘못은 남 탓 잘된 건 내 덕
잘 읽었습니다.
정독
내로남불 궁극의 경지에 이르렀도닼.
이제 하산 아니 하야해.
국힘은 이런거 잘 공격했으면 좋겠네요..7000억 날려먹고 이 소송도 날려막을뻔한 내용으로..
잘되건 전부 내 덕이요. 잘못되면 윤석열탓
잘 되면 내탓 안 되면 남탓의 숟가락정부
확률이 낮았다 해도 2800억원이면 그냥 포기하는게 더 아깝지 않나
자존심이 있으면 그렇게 반대했으면 조용히라도 있을텐데 오히려 광팔이 대단히네요
저놈들이 가진 능력이라곤 남의 치적 가로채는 능력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