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서울=연합뉴스)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향해 던지는 시그널은 차가울 정도로 명료하다. 법과 국민이 아닌, 권력의 안위를 위해 복무할 때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지를 증명한 것이다. 사법 시스템의 신뢰 같은 가치는 이 거래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물론 권력은 ‘절차적 정의’를 이야기할 것이다. 항소 포기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른 합법적 결정이었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목도하는 것은 법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범죄자가 범죄로 얻은 막대한 이익을 누려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 즉 ‘실질적 정의’가 지금 정면으로 유린당하고 있다. 국가 시스템이 절차라는 껍데기 뒤에 숨어 실질적 정의를 외면할 때, 법치주의는 신뢰를 잃고 권력자를 위한 기술적 도구로 전락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내놓은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은 단순히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정치적 수를 넘어선다. 이 법안의 핵심인 ‘소급 적용’은 공동체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역사적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민족을 배반하여 축적한 재산은 시대를 거슬러서라도 환수하는 것이 공동체의 정의임을 확인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를 합헌이라 결정했다.
논리는 동일하다. 과거 친일 행위로 축적한 부(富)를 환수하는 것이 역사적 정의의 실현이듯, 국민적 공분을 산 대규모 비리로 얻은 수익을 환수하는 것 또한 현재적 정의의 실현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범죄의 처벌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인지를 선언하는 행위다.
이제 공은 더불어민주당에게 넘어갔다. 그들은 ‘항소 포기가 수익 보장은 아니다’라는 식의 언어유희를 반복해왔다. 그 논리대로라면, 범죄 수익 환수를 제도적으로 확실히 보장하는 이 법안을 반대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이 법안마저 막아선다면, 그것은 대장동의 검은돈과 자신들이 무관하지 않다는 가장 확실한 자백이 될 것이다.
시민들은 세금을 내고, 대출 이자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상식 속에서, 도둑이 훔친 돈을 되찾겠다며 큰소리치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특별법을 민주당이 어떻게 받아드릴지가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누가 국민의 편에 서는 척 연기하고 있고, 누가 진짜 범죄자의 편에 서 있는지를 가려낼 도구 말이다.
대장동 항소포기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 우리는 아마 민주당의 다음 행동을 통해 그 힌트를 얻게 될 것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대장동 환수법이 실질적 힘을 발휘할 날이
반드시 오기를 기원합니다.
나경원을 이렇게 응원하기는 태어나서 처음인 듯
꼭 발의되기를
저거 반대하면 같은 편 인증인건데.. 과연!!
빨리 빨리 진행하자
기사 잘읽었습니다
나경원 의원 칭찬합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민주당이 어물쩍 넘기고 국힘탓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