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남아공 동포오찬간담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자백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착각하고 있다. 군대가 동원되고 탱크가 광화문을 점령해야만 계엄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자유를 국가가 마음대로 유린하고, 경제적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며, 입을 틀어막는다면 그것이 곧 실질적인 계엄이다. 그런 기준에서 볼 때, 지금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가장 교묘하고도 가혹한 '상시 계엄' 치하에 있다.
경제는 이미 국가 부도 위기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500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기업들은 환차손으로 비명을 지르고, 서민 경제는 파탄 직전이다. 이것이 '경제 계엄'이 아니면 무엇인가. 대통령이 해외에서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더욱 참담한 것은 국격과 주권의 붕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도심의 우리 문화유산에 버젓이 용변을 보고 난동을 부려도 공권력은 그들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다. 반면, 자국민이 중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거나 그들의 만행을 지적하면 '혐오 조장'이라는 모호한 죄목을 씌워 최대 징역 5년에 처하겠다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외국인에게는 치외법권을 주고, 자국민에게는 재갈을 물리는 이 현실은 사법 주권을 포기한 '굴종의 계엄'이다. 내 나라 문화재가 배설물로 뒤덮여도 감옥 갈까 무서워 말 한마디 못 한다면, 그것이 식민지와 무엇이 다른가.
이 '조용한 계엄'의 압권은 국민의 일상을 파고드는 전체주의적 통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새벽 노동은 2급 발암물질"이라며 맞벌이 부부의 생명줄인 새벽배송을 금지하려 든다.
장관이 근거로 든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분류는 교대 근무의 생체 리듬 교란 위험을 관리하라는 권고이지, 산업 자체를 없애라는 주문이 아니다. 그의 궤변대로라면 밤을 새워 환자를 살리는 응급실 의사, 화재 현장의 소방관, 24시간 용광로를 지키는 제철소 근로자, 밤새 국민을 지키는 경찰관도 모두 '발암 행위'를 하는 범법자란 말인가. 왜 유독 소비자의 편익이 가장 높은 새벽배송만 콕 집어 문제 삼는가.
우리는 김 장관이 누구인지 똑똑히 기억한다. 그는 과거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며 체제를 부정했고, 김정일 사망 당시 조문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베푼 '무한한 관용' 덕분에 그 자리까지 올랐다. 그랬던 자가 권력을 잡더니, '불관용의 칼날'을 휘두르며 타인의 경제적 자유를 재단하고 있다. 자신이 누린 자유는 권리이고, 국민이 누리는 자유는 '발암물질'이란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관용의 역설'이자 내로남불의 극치다.
어디 이뿐인가. 내 집을 사고팔 때도 관청의 허가를 받으라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권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잠자는 시간, 생필품의 주문 방식, 거주하는 곳까지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전체주의적 배급제 시스템이자 '생활 계엄'이다.
"밤에 물건 시키지 마라", "집 살 때 허락받아라", "중국 비판하면 감옥 보낸다." 다음은 무엇인가? 야간 통행금지인가?
지금 이재명 정부가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가가 허락한 자유만 누리라"는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의 긴급조치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과거의 독재가 총칼로 위협했다면, 지금의 독재는 법과 규제라는 몽둥이로 국민의 손발을 묶고 있다.
대통령은 "계엄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틀렸다. 당신이 통치하는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국민들은 숨 쉴 권리조차 국가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거대한 수용소로 바뀌어가는 공포를 느낀다. 탱크만 없을 뿐, 우리의 자유는 이미 이 '보이지 않는 계엄군'에게 짓밟힌 지 오래다. 대통령은 썰렁한 농담을 거두고, 즉시 귀국해 이 참담한 '민생 계엄'부터 해제하라.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개버러지새끼.가짜계염령에서 진짜계엄령으로 갈려고?
쉽지않아.관타나모갈 준비나해.
정말 우리나라는 품격이 넘치고 넘치는 대통을 가진 나라라 생각됩니다. ㅠㅠ
정확한 비판입니다.
현시대를 명확하게 꼬집어주는 칼럼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찐내란 주범은 이텅!
이 글 전국민이 보게 허는 방법 없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원고료가 미약하여 죄송합니다.
기록으로 남길 글이에요ㅠ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속에 아름다움만 있었으면 좋을텐데.. 그런 날이 오긴 오겠지요?
언제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