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박주현>
물끄러미 민주당이 추경안에 슬그머니 끼워 넣은 대통령실 특활비 복원안을 바라보다 문득, 어쩌면 ‘정치인’이라는 제3의 종(種)이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6개월 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특활비를 향해 "투명성 부족"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며 칼을 빼들었다. 82억도 과하다며 전액 삭감했던 그들이 이제 6개월 남은 올해, 즉 반년치 특활비로 92억을 요구한다. 마치 남에게 갖은 망신을 주고 독설을 뱉으며 다이어트를 강요하더니 다음날 자신들은 치킨집을 차리는 격이다.
이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제로섬 게임' 사고의 전형이다. 상대방이 옳다고 한 것은 무조건 틀려야 하고, 내가 틀렸던 것도 권력을 쥐면 옳아진다. 조승래 의원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6개월 전에는 그 원활한 국정운영이 불필요했단 말인가? 검찰과 경찰, 감사원의 업무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건만.
혹시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전 직장 상사가 했던 일은 모조리 틀렸다고 비판하다가, 막상 그 자리에 앉으니 똑같은 일을 하게 되는. 권력의 의자는 앉는 사람의 시야를 바꾸는 마법의 도구인 모양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이재명의 존재다.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기소된 인물에게 '꼬리표 없는 현금' 특활비를 맡긴다니. 알코올 중독자에게 양조장 열쇠를 맡기는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태연하다. 자신들만은 다를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채.
문재인 정부의 김수현 대변인은 당시 특활비 평균 96억을 "역대 최저"라며 자화자찬했다. 그보다 적은 82억을 요구한 윤 정부에겐 "사치"와 "불투명"이라고 몰아붙였던 논리의 행방은 묘연하다. 아마 용산 어딘가 서랍 깊숙이 봉인되어 있을 것이다.
결국 한국 정치에서 일관성이란 선택사항이다. 야당일 때는 절약의 미덕을, 여당이 되면 현실의 무게를 운운한다. 국민은 관객석에서 이 변신 쇼를 지켜보고, 세금은 정치적 레토릭의 재료로 전락한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건, 이 모든 걸 지켜보는 국민들의 속마음이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이 익숙한 코미디에 박수를 보낼 것인가?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6개월치 특활비가 92억이면 내년에는 184억이겠네요.
82억도 많다고 삭감해놓고 102억을 더 쓰겠다고 하겠네요.
나랏돈이 이재명 쌈짓돈인가요???
1찍하신 분들은 좋으시겠어요.
25만원 받고 184억 특활비로 주게되어 엄청 행복하시죠???
이쯤 되면 그냥 정신병입니다. 정신병자들은 모두 골라내서 격리시켜야 합니다.
전액삭감이 증액편성으로...
대단한 정부입니다.
역겨울 지경이 된 내로남불,
저 당, 저 정부, 저 지지자들은
오만 곳, 오만 일이 다 내로남불이 됐음.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