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세종 국무회의 (세종=연합뉴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대통령실이 ‘역대 최초’라며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했지만, 그 결과물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국민의 지성에 대한 모독이었다. 영수증 한 장 없이 엑셀로 정리한 PDF 파일 몇 장 던져 놓고 ‘투명성’을 운운하는 것은,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한 회계 처리를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의 ‘공개’는 검증을 원천 차단한 ‘통보’일 뿐이며, 얼마든지 조작 가능한 ‘홍보 자료’에 불과하다. 진실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공개했다’는 사실만 만들려 한 삼류 연극이다.
이 기만극이 더 참담한 것은, 어제의 자신을 오늘의 자신이 부정하는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과 작년, 이들은 야당의 칼날을 휘두르며 검찰이 제출한 특활비 영수증을 향해 “빵 값, 커피 값까지 증빙하라”고 외쳤다. 수사상 밝힐 수 없다는 이유로 비공개된 영수증의 상호까지 공개하라며 현미경을 들이댔던 그들이었다. 영수증은 일체없고, 거의 모든 집행장소가 대부분 비공개인 이런 집행내역은 상상도 못했다. 그때 그들이 세웠던 엄격한 기준은 다 어디로 갔는가. 정권의 주인이 되니, 그토록 부르짖던 ‘투명성’의 기준이 고무줄처럼 늘어난 것 아닌가. 자신들이 만든 덫에 스스로 걸려든 꼴이다. 투명성이란 가치가 국정의 원칙이 아니라,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사진 : 역대 최초 공개라며 홈페이지에 등록한 집행내역의 일부
기가 막힌 것은 그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특활비 대부분을 ‘외교·인사 분야’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본질을 드러내는 자백이다. 현 정부의 외교가 총체적 난국이며 인사가 참사 수준이라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바로 그 실패한 분야에 국민 혈세를 쏟아부었다고 자랑처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많은 돈을 쓰고 얻은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 이것은 예산 집행 내역서가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실패에 대한 청구서’다.
시중에선 “성과도 없이 쓴 돈, 당장 토해내라”는 말이 나온다. 지극히 상식적인 분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실을 가리는 교묘한 쇼가 아니다.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정직함과 책임을 지는 자세다. ‘최초 공개’라는 얄팍한 수사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이재명정권과 이런 비상식적인 것들을 반박없이 그대로 받아써주는 언론이 제일 나쁩니다. 썩을 넘들!
이러니 내로남불이라는 말에서 벗어날 수가 없죠
관심 두고 있는 내용이라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티비조선 오전 유튭 방송에 김경율 회계사가 간략하게 얘기하는게 있긴 있네요.
개딸들은 또 칭송중
분노하는 곳이 우리말고 또 있나요? 너무 침묵들을 하니 그냥 수긍하는 것으로 보여서 화가납니다.
국민 기만, 우롱하는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