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입만 열면 거짓말" 정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0-25 21:56:26
  • 수정 2025-10-26 00:52:32

  • 양치기 정부 반복된 거짓에 이젠 문제의식마저 사라질 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캄보디아 사태 정부 대응 현황 브리핑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현황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오늘은 배우 故 김수미의 1주기다. 공교롭게도, 스크린 속에서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와!”라며 포효하던 그의 일갈이 섬뜩한 예언처럼 들리는 하루다. 그의 질타가 향해야 할 곳은 스크린 속 인물이 아니라, 지금 용산과 대통령실을 차지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일 것이다.


이 부조리극의 막은 지난 7월, 정부가 ‘완벽한 타결’이라며 축포를 쏘아 올린 그 순간부터 이미 비극이었다. 당시 정부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없었다’는 전제 하에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지구 반대편 백악관에서는 “한국이 쌀과 같은 미국산 제품에 역사적인 시장 접근권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혀 다른 현실을 공표하고 있었다. 시작부터, 바로 그 첫날부터 같은 협상을 두고 나온 두 개의 목소리는 서로를 겨누는 총구와 같았다. 둘 중 하나는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았다. 얼마 뒤, 정상회담의 결과물에 정작 가장 중요한 관세 관련 ‘서면 합의문’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이 황당한 부재(不在)를 덮기 위해 희대의 궤변을 내놓는다. “합의문조차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한 회담이었다.” 실패의 증거인 ‘합의문 없음’을 ‘완벽함의 상징’으로 둔갑시키려는 이 기만적인 언어는, 이 정부의 국정 운영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한 달 뒤, 이재명 대통령이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요구를 들었다면 탄핵감”이었다는 섬뜩한 고백을 내놓음으로써, 거짓말을 한 쪽이 누구였는지 스스로 자인한 셈이 되었다. 국민을 향해 터뜨렸던 축포는, 사실 자신들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기만과 허세의 연막탄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런 식의 말 바꾸기는 외교 무대를 넘어 경제 정책의 심장부에서도 반복되었다. 고환율로 시장의 불안이 극에 달했던 지난 9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경제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없다”고 정반대의 말을 했다. 단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 일단 거짓말부터 던지고 보는 그 저열한 습성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거짓말의 사슬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10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에서 “농산물 관련해 유일하게 새로 들은 것은 대두”라고 실토했다. 이는 ‘농축산물 협상은 없었다’던 7월의 대국민 약속이 완전한 거짓이었음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한, 두 번째 자백이었다. 하지만 이 코미디의 절정은 여기서 시작된다. 불과 일주일 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대두와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다”고 또다시 말을 뒤집은 것이다. 이제 그들은 외부의 비판에 반박하는 것을 넘어, 일주일 전 청와대 동료의 발언마저 정면으로 부정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부처 간 엇박자가 아니다. 거짓말이 처벌받기는커녕 임기응변의 유능함으로 포장되는 청와대의 병든 조직 문화, 거짓이 시스템적으로 체화된 총체적 붕괴의 증거다.


이 모든 혼란의 정점에는 리더십의 완전한 부재, 즉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은 이 난맥상을 조정하기는커녕, ‘타결’과 ‘탄핵’ 사이를 오가는 애매한 언어로 혼란을 증폭시키는 주역이 되었다. 시스템이 붕괴하고 거짓이 일상화되는데도 침묵하고 방관하는 리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위기의 본질이다.


진실은 단 하나다. 그들은 무능했고, 지금도 무능하며, 그 무능을 감추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lrrp04712025-10-27 08:38:02

    모른척하는 언론과 국민들이 더 무섭습니다.
    미약하지만 원고료 보냅니다.

  • 프로필이미지
    ko8ko2025-10-26 21:10:12

    오늘만 사는 정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6 10:24:37

    오죽하면 리짜이밍 별명이 입벌구일까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6 02:02:45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덮는 정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23:13:06

    그래서 입벌구 범죄자는 안 된다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3.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4.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5.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6.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7.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8.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9. 김병기 고발만 11건, 서울경찰청 통합 수사 착수…가족까지 수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경찰 수사로 간다. 서울경찰청은 31일,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고발 사건 11건 중 10건을 공공범죄수사대에 모아 통합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좌진의 녹취록 등 구체적 증거가 쏟아지면서 사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
  10. [전병헌 기고] ‘셰셰 외교’의 함정 :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굴종인가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과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자초한 “중국에는 셰셰, 미국에는 땡큐”라는 이른바 ‘셰셰 외교’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이제는 국정 운영의 실질 기조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