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차라리 열리지 않았던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곳곳에서 상식과 동떨어진 인식, 왜곡된 현실관이 드러났지만 그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아들 문제였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귀를 의심케 했다. 아들이 ‘가짜뉴스’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가짜뉴스는 ‘화천대유 취업설’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중의 분노와 냉소는 대통령이 가리키는 곳과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 아들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분노하는 게 아니다. 그가 ‘실제로 저지른 일’ 때문에 분노한다. 대통령의 장남은 상습도박과 온라인 성적 악담 혐의로 이미 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은 범죄인이다.
대통령은 아들이 피해자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시중에서는 일반인 같았으면 애초에 수억 원대 판돈을 만져보지도 못했겠지만, 그 정도 상습도박이면 진작에 구속됐을 것이란 말이 파다하다. 사회와 격리되어 결혼은커녕 정상적인 삶조차 꿈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권력자의 아들이라는 '방패' 덕에 엄청난 특혜를 누린 것 아닌가. 그런데 이제 와서 취업이 안 된다며 가짜뉴스 탓을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탓하지만, 기업 인사팀이 보는 것은 뜬소문이 아니라 ‘범죄경력증명서’다.
지구 반대편 미국의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는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 자녀가 유죄를 받은 첫 사례다. 이때 바이든은 "나는 대통령이지만 아버지이기도 하다"며 아들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사법 절차의 결과를 존중할 것이며, 사면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아버지로서의 사적 감정과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공적 책무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다. 이것이 법치국가 지도자의 상식이고 정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어떤가. 아들의 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자숙하게 하기는커녕, 사실상 남이라는 천륜을 부정하는 희대의 선긋기를 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한발 나아가 가짜뉴스의 피해자라며 감싼다. 마치 나라의 사법 시스템이 잘못됐고 언론이 마녀사냥을 했다는 듯한 태도다. 이는 대통령직을 가족의 방패막이로 쓰는 것이며,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자신과 가족에게만은 법의 잣대가 달라야 한다는 특권 의식의 발로 아니고 무엇인가.
아들의 죄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대통령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여러 건의 전과와 수많은 사법 리스크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권을 향했던 그 모습과 정확히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범죄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흐릿한 리더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것인가. 어제의 기자회견은 국민에게 이 무거운 질문을 다시 던졌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저 인간은 창피해서라도 아들 얘기 못 꺼낼 듯한데, 여튼 막강의 후안무치입니다.
가스라이팅 시작이군요.
이제는 개딸 유투버들의 시간일듯요.
찢고 발기는게 아니라 뼈다귀 던져쥤으니까
이제 살은 유투버 니들이 적당히 붙혀서
시중 개딸(개돼지)들에게 먹있감으로
던져줘라하는 명령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
전파 낭비 였죠
기사 잘 읽었습니다.
온 가족이 범죄자인 대통령도 세계 최초일 것임
범죄자는 죄에 대한 인식이 일반 사람과 달라서 법을 지키는 사람들을 오히려 비웃는다던데 본인은 스스로 얼마나 당당하겠어요. 그러니 거짓말하는 본인을 스스로 유능하다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지켜보는 국민만 경악할 뿐이죠.
저 말 듣는데 기가 차더군요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대통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