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발언하는 전현희 의원 (연합뉴스)
정말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당최고회의에서 미국 내 한국민 구금 사태의 책임을 윤석열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나섰다. 전임 정부의 외교 실패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왔다는 주장이다. 이 이야기가 왜 안 나오나 했다. 문제가 터지면 그게 어떤 정부든, 전임 정부부터 소환하는 그들의 오랜 '남 탓' 버릇이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외교의 현실을 안다면 꺼내기 힘든 몰상식한 주장이다. 비자 발급은 명백히 상대국의 고유 주권이다. 우리가 아무리 늘려달라 요청해도 최종 결정은 미국 의회와 정부의 몫이다. 이를 '외교 실패'라 규정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결정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오만이거나 국제 관계의 기본조차 모르는 무지의 소산일 뿐이다.
기록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이 문제를 방치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미 하원의원들을 직접 만나 전문직 비자 법안 통과를 거듭 요청했다. 외교 수장이였던 조태열 장관 역시 미국을 찾을 때마다 이 문제를 테이블에 올렸다. 미국 진출 기업들의 숙원이었기에 손 놓고 있었을 리 만무하다. 할 수 있는 요청은 다 했지만, 미국 국내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책임을 묻는 것은 우물에 가서 숭늉 달라는 격 아닌가.
정작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왜 잠복해 있던 문제가 하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터져 나왔는가. 미 당국이 수개월간 준비해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는 것은, 그간의 관행을 더는 용납 않겠다는 신호다. 시중에서는 "이재명 정부는 봐주기 싫다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미 관계의 저수지에서 신뢰의 물이 빠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
민주당 최고회의 (서울=연합뉴스) 과거 자신들의 행태는 잊은 모양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익을 위해 한일, 한미 관계 정상화에 나섰을 때, 민주당은 '친일 매국', '사대주의'라며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관세 협상이 위태롭던 시절엔 미국에 가 반(反)트럼프 인사를 만나는 어처구니없는 행보도 보이지 않았나. 그렇게 동맹의 신뢰를 깎아 먹어 놓고, 이제 와 문제가 터지니 전임 정부 책임이라니 후안무치도 이런 후안무치가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외교 실패'가 아니라 '신뢰의 실패'다. 동맹도 결국 신뢰가 바닥나면 원칙의 칼을 빼 드는 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에게서 '싸구려 모자' 하나 받아온 것을 대단한 성과인 양 포장했지만, 정작 국민과 기업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보지 못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그렇게 맨날 전 정부 탓만 할 거면 현 이텅 정부가 존재할 의미가 있을까? 지지율 높이기에만 혈안이 된 듯!
윤석열 정권에서 비자 개선 노력을 했는지 몰랐어요
마냥 무능하지만은 않았어서 한 표 준 사람으로서 일단 안심
범죄자 정궈은 윤정권만도 못하다는 거네요
입에 꽃이 피겠어. 흙이 기름져서
비관론이... 뭐라고 떠들어도 윤석열보다 이재명이 닛다고 하는 인간들은 뉴스를 안 보지. 윤석열은 문대인 탓. 이재명은 윤석열 탓. 둘 다 싫다. 제대로 된 정치인은 안 보이고
이분 갈수록 태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