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의 올해 2월 회의 모습. 제명된 김보협 전 대변인, 이규원 사무부총장, 황현선 사무총장, 김선민 대표, 서왕진 의원. (사진: 연합뉴스)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의 당내 성추행 사건 폭로와 탈당 기자회견 후, 조국 전 대표가 재차 사과하고 당지도부가 기자회견까지 열었음에도 당의 핵심인사들은 2차 가해성 발언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대체 왜? 저들은 몰상식한 발언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조국혁신당의 창당 주체는 조국을 중심으로 한 '검찰개혁 제일주의자' 들이다. 조국이 윤석열로부터 '억울하게 탄압을 받았다'고 굳게 믿는 그들은 조국의 억울함을 풀고, 조국을 사면시키고, 그를 중심으로 검찰을 해체하고 당의 세력을 키우는데 전념하고 있다.
때문에, 조국당에서 조국 외의 다른 문제는 모두 지엽적인 것이고 '사소한' 문제다. 그런 인식에서 나온 망언이 바로 최강욱 전 의원의 2차 가해 망언('사소한 일로 싸운다', '죽고사는 문제가 아닌데') 이다. 이미 민주당 의원 시절 성희롱, 여성비하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최 전 의원의 발언은 조국당 사태를 악화시키고 민주당에까지 불똥을 튀게 했다. 최소한의 '정무적인 판단' 을 한다면 최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조국당 역시 유감을 표명하고 선을 긋는 것이 맞다. 그러나 황현선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원장을 응원하는 동지로서의 발언, 그의 진의를 믿는다." 고 최 의원을 엄호했다. 당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것이 옳은지, 또는 유리할지의 상식적인 판단 보다 '민정수석실 출신'인 그들끼리의 '의리'가 더 중요한 것이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2차 가해가 낳은 3차 가해에 다름 아니다. 조국이 세 번(페이스북 두번, 유튜브 한번) 지도부가 두 번 기자들 앞에서 사과와 재발방지 입장을 전하긴 했지만 황 사무총장의 메시지 때문에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되었다.
황현선 사무총장의 엉뚱한 분노. 그 와중에 노래방에 간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성추행이 더 문제 아닌가? (사진: 황현선 페이스북)
2. 성추행보다 노래방이 더 문제?
황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또 하나의 글을 올렸다. 그는 조국 전 대표의 2년 실형 확정일인 12월 12일에 당직자들이 노래방에 갔다는 것을 '기자 질의로 알았다'며,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점에 대해 부끄러움과 분노를 느낀다, 당의 기강을 바로잡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 면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도 촛점이 벗어난 것을 느낄 수 있다. 황 사무총장은 '대표의 실형 확정 날 당직자들이 노래방에 간 것' 에 유독 분노하며 '당의 기강' 을 잡겠다고 한다. 분노의 대상이 엉뚱하다. 물론, 당대표가 감옥에 가게 된 상황에서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사람들의 처신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국당에 지금 심각한 문제가 그것 뿐인가. 그가 지금 제대로 문제를 인식한다면 노래방에서 일어난 성희롱과 성추행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더욱 분노해야 하지 않을까?
이규원 사무부총장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유튜브에 출연해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다. 품위유지 위반 정도는 될 것"이라고 발언해 많은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는 검사 출신이다. 성희롱이 범죄라는 것은 '상식'이며 그로 인해 처벌을 받은 무수한 범죄자들의 사례를 이 부총장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정치판에서 '진영'은 그 어떤 상식이나 도덕보다도 강하다. 이규원 사무부총장은 진영논리와 내식구 챙기기 앞에 법조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최소한의 상식을 내던지고 아무말 대잔치를 했다. 그는 심지어 "언어폭력도 범죄는 아니다." 라고 까지 했다. 이 쯤 되면 대체 검사로 일할 때 수사는 어떻게 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 부총장의 망언 역시 그들만의 내부적 '대의'(조국의 사면과 검찰개혁) 앞에서 다른 모든 문제(그것이 범죄일지라도) 는 '사소한' 것으로 취급하고 마는 조국당의 왜곡된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장르만 여의도' 에 출연한 이규원 사무부총장. 그는 검사출신이지만 '성희롱' 과 '언어폭력' 이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진: 장르만여의도 유튜브)
강력한 1인 리더의 지배 구조 아래 있는 조직은 필연적으로 비민주적,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그런 조직은 사건이 터지면 조직과 리더의 '보위'만을 위해 잘못을 감추고 피해자들을 억압한다. 그들 조직의 상징인 '1인 리더'의 이미지가 조직 자체이며 기반이기에 어떻게든 그것을 보호하려는 태도로 임할 수 밖에 없다. 김선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조국 대표님은 영어의 몸이셨다. 이 사건을 조국 대표와 연관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거듭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조국의 대표직을 임시로 '위탁' 한 대표였던 자신의 체면이 깎이더라도 조국의 이미지는 보호하겠다는 태도다. 옥중의 조국이 나와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렸던 피해자들의 기대가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보여주는 발언이기도 하다.
4. 조국당만의 문제일까? 앞으로가 더 암담한 정치판
당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와중에도 어떻게든 조국에게 흙탕물을 뭍히지 않으려 아무말이나 하는 조국당 인사들. 저들이 원래부터 심각하게 문제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다들 공직자였거나 사회적으로 위치와 명망이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진영'이라는 것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변하게 하며 동조 편향에 빠져들게 한다. '동조 편향'(Conformity Bias)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의견이나 행동에 맞추려는 심리적 경향이다. 이것에 빠진 집단은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라는 집단의 규범을 따르는 것을 강요하고 개인의 독립적인 판단을 억압하게 된다. 사회학자 솔로몬 애시(Solomon Asch)는 실험을 통해 집단의 압력을 받은 개인 '명백한 오답에 동조하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동조 편향이 강한 집단 내부에서는 상식적이고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배신'으로 간주되며, 결국 집단 전체가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내 편이면 어떤 짓을 해도 감싼다는 진영 논리는 어떤 이들에게는 '상식'이나 '도덕'보다도 중요하며 때로는 모든 이성을 뛰어넘어 결국 인간성 그 자체 마저 변화시킨다. 진영에 포획된 이들에게는 피해자의 눈물도, 법조인으로서의 직업 윤리도, 성인지 감수성과 상식도, 최소한의 공감능력도 아무 소용이 없는 '사소한' 일일 뿐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정치를 가장 퇴행시킨 '진영논리' 와 1인 숭배적인 조국당 특유의 조직문화는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퇴행과 타락은 단지 조국당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며 앞으로 '정치판' 엔 더 암울한 사건들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카타리나타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