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쥐새끼’는 풍자, ‘中共 싫다’는 극우라는 나라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8-19 16:53:05
  • 수정 2025-08-19 17:02:10

  • 양궁 선수 사상 검증 논란, 그들이 대통령에게 퍼부었던 저주의 언어는 잊었나

간혹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긴 해도, 심도 깊은 비판과 정치에 대한 조롱은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힘든 시기를 웃음으로 건너게 해주는 자양분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더 많다 생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새끼’라 부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에 비유하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던 게 누군가의 특별한 일탈이 아닌 흔하디 흔한 농담으로 받아들여지던 게 사실이고 간혹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놓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연예인과 스포츠인들은 ‘소신 있다’며 ‘개념인’으로 추앙받았다. 그들의 저주는 ‘풍자’였고 ‘저항’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국가대표, 그것도 2군 선수가 중국 공산당이 싫다고 한 마디 한 것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극우’ 행위가 됐다. 이 기막힌 이중 잣대에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결국 대한양궁협회는 이들을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하는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온라인 마녀사냥이 국가대표의 명예를 박탈할 수도 있는 현실의 징계로 이어지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 : 박주현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몰려가 린치를 가하는게 다름아닌 홍위병이다

과거 유시민 작가는 밤샘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상을 멸균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세균, 바이러스가 득실거리는 속에서 살아도 면역체계가 살아있고, 그 병균을 이겨낼 수 있어야 건강한 몸입니다. 사회를 유일사상이 지배하는 멸균실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그 말을 이제 그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줘야 할 시간이 왔다. 사회를 유일사상이 지배하는 멸균실로 만들려는 세력은 지금 과연 누구인가? 자신들은 온갖 욕설과 저주의 바이러스를 퍼뜨려도 ‘개념인’ 칭송을 받는게 당연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은 ‘박멸’해야 할 세균으로 취급하는 자들이 아닌가.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이라는 유기체를 병들게 하고, 특정 사상 외에는 아무것도 용납 못 하는 ‘정신적 멸균실’에 우리 모두를 가두려 하고 있다.


이것은 공정이 아니다. 그저 ‘우리 편’이 아니면 적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진영 싸움일 뿐이다. 그들의 행태는 비판이 아니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사회적으로 제거하려는 ‘사이버 인민재판’에 가깝다. 마치 일제(日帝)가 ‘불령선인’ 딱지 하나로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던 것처럼, ‘일베’, ‘극우’라는 딱지를 앞세워 온라인상의 ‘사상경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논란의 본질은 간단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라는 천부인권(天賦人權)을, 특정 진영이 자신들의 잣대로 재단하고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내 머릿속 생각이 온라인 조리돌림과 사회적 명예살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 사람의 사적인 생각까지 끄집어내 ‘우리 편’인지 아닌지를 검열하는 사회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려는 광기(狂氣)에 맞서 개인의 자유를 지켜낼 것인가.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한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이 폭력을 좌시해선 안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이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존재 이유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0 01:20:14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0 00:58:16

    진짜 심각한 현실입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9 22:54:55

    점점 미쳐가는구나. 좌표 짝어서 지랄해서 좌파냐. 계념 있는 척 좀 그만해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9 22:29:17

    여기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국가가 맞는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9 21:16:39

    나라가 비정상적이에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8-19 21:06:08

    잘 봤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9 18:28:41

    어쩌다 진보라 불리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비웃던 대상과 같은 짓을 하게 됐을까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9 17:06:46

    잘봤습니다.
    인민재판같은 다른생각 죽이기 모습보면 여기가 중국인지 대한민국인지 헷갈립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3.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4.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5.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6.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7.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8.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9. 김병기 고발만 11건, 서울경찰청 통합 수사 착수…가족까지 수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경찰 수사로 간다. 서울경찰청은 31일,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고발 사건 11건 중 10건을 공공범죄수사대에 모아 통합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좌진의 녹취록 등 구체적 증거가 쏟아지면서 사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
  10. [전병헌 기고] ‘셰셰 외교’의 함정 :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굴종인가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과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자초한 “중국에는 셰셰, 미국에는 땡큐”라는 이른바 ‘셰셰 외교’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이제는 국정 운영의 실질 기조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