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재명의 취임 첫 두 달은 한 편의 시트콤처럼 흘러갔다. ‘1호 쾌거’라는 제목으로 체코 원전 수주라는 화려한 축포를 쏘아 올렸고, 지지자들은 “역시 이재명은 다르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그 환호성이 채 멎기도 전에, 우리는 서사시의 장르가 성공 신화에서 책임 전가 스릴러로 급변하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 “전 정권이 남긴 부실한 계약.” 이 한마디는 단순한 변명이 아니다. 우리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규정하는 이 핵심적인 방법론을 이제 정확히 명명해야 한다. 나는 이걸 바로 ‘폭죽 정치’라 이름 붙이려 한다.
이 ‘폭죽 정치’의 방법론은 그의 과거 속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폭죽은 터지는 순간의 화려함으로 대중의 시선을 압도하지만, 그 본질은 실체가 없는 빛과 소리의 조합일 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폭죽을 쏘아 올린 자에게는 남은 잿더미와 자욱한 연기를 치워야 할 책임이 없다는 점이다. 그의 정치는 이 폭죽의 속성을 정확히 따른다.
그래픽 : 박주현 이재명의 정치는 한마디로 '폭죽 정치'라 할만하다.
경기도지사 시절은 이 ‘폭죽 정치’의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지역화폐와 청년수당은 ‘보편복지’와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 세금이라는 화약을 터뜨린 초대형 불꽃이었다. 사람들은 당장 손에 쥔 현금과 공짜 상품권에 환호했지만, 그 불꽃의 잔상이 사라진 뒤 남은 것은 무엇인가. 경기도의 막대한 부채, 즉 미래 세대가 영문도 모른 채 갚아야 할 빚더미라는 시커먼 그을음뿐이다.
‘K-계곡’이라며 쏘아 올린 불꽃도 마찬가지다. 불법 시설 철거라는 행정의 당연한 의무를 ‘혁명적 치적’으로 포장해 하늘을 수놓았지만, 지속가능한 관리 모델이나 상인들의 생계 대책이라는 땅의 문제는 외면했다. 결국 잠시 깨끗해졌던 계곡은 제대로 된 후속 조치 없이 원상복구되고 있다. 일회성 쇼에 불과했던 것이다. 방화범이 불꽃의 아름다움만을 논할 뿐, 그 불이 남긴 폐허에는 관심이 없는 것과 같다.
대장동 개발은 그가 가장 야심 차게 기획한 불꽃놀이였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가장 위험한 불장난이었다. 하나는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는 이름표를 달고 터졌지만 실은 비리의 불발탄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평화’라는 거룩한 이름 뒤에 기업의 검은 돈이라는 추악한 화약을 숨겼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는 화려한 불꽃이 터질 시점에는 ‘설계자’를 자임하다가, 불발탄이 추락하고 법의 심판대에 오른 시점에는 '실무책임자'도 기억 못하는 ‘구경꾼’으로 완벽하게 역할을 전환했다.
무상 교복, 계곡 정비, 지역화폐, 대장동, 대북송금. 그의 모든 업적은 똑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지금, 체코 원전을 통해 그는 이 위험한 불꽃놀이를 국가적 스케일로 이어가겠다는 신호탄을 공식적으로 쏘아 올린 것이다. 겉은 화려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고, 공(功)은 오롯이 자기에게 돌리며, 불발탄의 책임은 실무자와 전임자에게 떠넘기는 방식. 설령 화려하게 잘 터진 폭죽이라 한들, 결국 남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밤하늘을 수놓았던 재(災)와 재(灰)밖에 없다는 진실. 체코 원전 사태는 이 모든 공식을 완벽하게 증명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국정 운영을 더 이상 통상적인 리더십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의 정치가 아니라, 가상의 성공을 연출하고 책임만은 현실에서 소멸시키는 ‘폭죽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저 화려한 불꽃놀이가 끝난 뒤, 모든 청구서와 잿더미가 바로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폭죽뒤 남을 잿더미가 두렵습니다. 잘봤습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어쩔 수 없잖아 이러면서 그냥 두고 보기만 헤야 할 까?
페허가 보인다. 지금처럼 불안한 적이 있던가
저 괴물이 싸지른 똥을 왜 같이 치워야 하는지
공감합니다.
명확하게 정곡을 찌르는 글이네요..
앞으로 남은 4년 9개월동안 얼마나 나라를 망가트릴지..우리의 자식들이 살아갈 나라가 남아날지 걱정이네요.
통상적인 리더십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뺀질뺀질~ 책임은 평생 단 한 번도 져본 적 없을 겁니다 아마. 하지만 앞으로는 지금까지 해오던 버릇 그대로 하다가는 지금 차지한 그 자리 어쩌면 일찍 비켜줘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무능한 자의 폭죽놀이에 국가가 잿더미가 될까 두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