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되었다. 8월 15일 자정에 맞춰 구치소에서 나선 그를 조국혁신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도열해 맞이했다. 옥문을 나선 그의 첫 마디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사면을 "검찰권을 오남용해온 검찰독재의 종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모두 안고 정치를 하겠다." 고 말했다. 반성도, 사과도, 최소한의 성찰도 없는 지극히 당당한 선언 앞에 많은 이들은 당황했다. 그리고 물을 수 밖에 없다.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실형을 살았던 이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저렇게 떳떳한가? 그가 지난 5년간 수시로 반복했던 '사과'와 '반성'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조국의 ‘반성’은 정말 존재하기는 했던 것일까?
조 전 장관의 첫 대국민 사과는 2019년 9월,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의혹이 한창이던 장관 후보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주변에 엄격하지 못했던 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안이함과 불철저함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줬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 딸의 논문이나 사모펀드 같은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관여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조국 장관 측 인사들 사이에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는 말도 이 때 나왔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결과적으로 혜택을 본 점은 도의적으로 반성한다'는, 교묘한 책임 회피의 시작이었다.

그의 사과는 정치적 위기 때마다 버전을 바꿔 재등장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조국 사태’가 지목되자, 그는 페이스북에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고 썼다. 하지만 이는 2년 전 사과문의 ‘재탕’에 불과했다 . 게다가 '법적으로 문제 없었다'며, 자신의 행위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 있었었음을 강조하는 문구까지 그대로 가져온 이 ‘사과’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
가장 구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한 사과는 2023년 7월, 조민의 기소가 임박했을 때 나왔다. 검찰이 부모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그와 부인 정경심 씨는 “부모인 저희의 불찰과 잘못이 있었음을 자성하고 있다”는 공동입장문을 냈다 . 그들은 '자녀의 학위와 자격을 모두 포기하겠다' 며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정작 범죄 사실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진솔하게 밝히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사과 역시 정치적 수사이며 자녀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법정 최후진술에서도 조국의 태도는 일관됐다. 2022년 12월 1심 최후진술에서 그는 “제 말과 행동이 온전히 일치하지 못했던 점, 제 자신과 자식의 일에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던 점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내로남불’을 인정한 셈이지만, 이 역시 위조나 업무방해 같은 구체적 범죄 행위에 대한 인정과는 거리가 먼 도덕적, 도의적 차원의 반성이었다. 그의 딸 조민 씨 역시 “제가 누렸던 기회들을 보면서 실망하고 좌절하였던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을 뿐, 입시비리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선고를 앞둔 판사에게 반성의 기미를 보여 형량을 낮추려는 교묘한 반성일 뿐이었다. 3개월 후인 2023년 2월, 조민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은 '떳떳' 하며 '의사 자격도 충분하다더라' 라고 말했다.
결국 사법부가 그들 가족의 위선적 태도에 쐐기를 박았다. 2024년 2월 항소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하며 “범죄사실 인정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사과는 ‘진지한 반성’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수 차례의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범죄 행위를 부인하는 그의 태도를 법원은 ‘진정한 뉘우침’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의 그의 모든 사과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연기였음을 사법부가 확인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의 조국에 대한 판결문 중. (사진: SBS뉴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자마자 사과나 자숙은 커녕 자신의 사면이 ‘검찰독재 종식’이라고 자평하는 그의 모습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넘어 과도한 자기애의 극단을 보여준다. 또한 그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증명한다. 개혁신당의 논평처럼 “사과도 반성도 없는 자를 풀어주는 사면은 국민 통합이 아니라 국민 우롱”일 뿐이다. 그의 입에서 나온 ‘반성’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처음부터 진실도, 진심도 없었으며 불리한 순간들을 모면하기 위해 뱉은 깃털처럼 가벼운 말들 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석방되며 진짜 본심을 드러냈다. 2019년 이후, 수없이 많은 거짓 반성과 도의적 사과 끝에 도달한 결론이 '검찰탓'이라니.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죄 지은 죄수 없다'지만 대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교도소에서 더욱 뻔뻔해진 것은 죄인들과의 동화현상인걸까. 아니면 죄 짓고 거룩한 척 하는 것이 요즘의 시대정신이라서일까.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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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
최악의 나르시시스트
잘못 키운 금쪽이들.
진심일 것 같아 섬뜩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