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연합뉴스TV 제공]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은 분명히 ‘검사’라고 썼다. 경찰도, 공수처도, 공소관도 아닌 ‘검사’다.
2025년 12월, 한 현직 검사가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렸다. 내년 10월이면 자신은 검사가 아니라 ‘공소관’이 되고, 검찰청은 ‘공소청’ 으로 바뀌어 수사권이 증발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하위 법률인 정부조직법이 박탈하는, 법 체계의 ‘하극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검찰이 억울해하기만 할 처지는 아니다. 솔직해지자. 검찰은 그동안 ‘정치 검사’들의 놀이터였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약하고 죽은 권력에는 강했던 시절, 제 식구 감싸기, 무리한 기소 독점. 국민이 검찰 개혁을 요구했던 건 그들이 쌓아온 원죄 때문이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시스템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경찰서를 없애지 않고, 의사가 오진했다고 병원을 폐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거대 여당은 빈대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려 한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교각살우(矯角殺牛)’다.
정부의 논리는 단순하다. “수사는 하지 말고 기소만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름만 ‘공소관’이 아닌 '검사'로 바꾸면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우긴다. 전형적인 말장난이다. 의사의 진료권을 박탈하고 “처방전만 발행하라”고 해놓고, 명찰에 ‘의사’라고 써주면 그게 의사인가. 그건 의사가 아니라 ‘처방전 자판기’다.
정부는 지금 대한민국 검사를 경찰이 떠먹여 주는 수사 기록이나 읽고 기소장이나 찍어내는 ‘기소 자판기’ 혹은 ‘앵무새’로 만들려 한다. 수사권 없는 검사는 헌법이 정의한 검사가 아니다.
왜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둘까. 정치 검사가 미운 게 아니라, 자신들의 비리를 파헤칠 수 있는 ‘수사 기능’ 자체가 두려운 것 아닌가?. 그래서 헌법에도 없는 ‘공소관’이라는 식물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거 아닌가 말이다.
김 검사의 헌법소원 청구서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나는 헌법 기관인가, 아니면 정권의 부속품인가”라는 공직자의 실존적 절규다.
법률이 헌법 위에 군림하려 든다. 이름을 바꾸면 본질이 바뀐다고 우긴다. 사기꾼들이나 쓰는 ‘간판 갈이’ 수법이 국가 입법의 정석이 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이 코미디를 용인한다면, 다음 순서는 무엇일까.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드는 판사들을 ‘판결관’으로 격하시켜 법원을 행정부 산하 ‘판결청’으로 만드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헌법은 찢기지 않았지만,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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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라 안이 온통 막무가내 정치질이 판을 치는 시국에
분영히 나선 현직 검사님의 푸르른 기개,
환영하고 응원합니다.
위헌이라고 나오길. 이런걸 바래야한다는 것도 씁쓸합니다.
이텅의 검찰청 개악이 위헌 판결 받았으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