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피로 지킨 선(線)을 펜으로 지운 국방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2-23 01:44:58

  • 합참 "기준선 헷갈리면 남쪽 선 지켜라", 도발 잦은데 스스로 뒷걸음질 친 군
  • 2년에 걸친 고지전서 단 1m 위해 산화한 선열에 대한 모욕
  • 헌법상 영토 보전 의무를 포기한 위헌적 발상

합참, 최근 북한군 동향 공개합참, 최근 북한군 동향 공개 [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휴전선 155마일, 군사분계선(MDL)은 잉크로 그은 선이 아니다. 1953년 정전협정 직전까지, 국군 장병 수만 명이 고지 하나, 능선 하나를 더 확보하기 위해 피를 쏟아부어 그은 ‘생명의 선’이다. 그런데 2025년 12월, 대한민국 합참은 이 선을 스스로 지우고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합참이 전방 부대에 내린 지침은 충격적이다. 우리 군 지도와 유엔사 기준이 달라 MDL 위치가 헷갈리는 구간이 전체의 60%나 되는데, 이때 “더 남쪽에 있는 선을 기준으로 대응하라”고 했다. 명분은 ‘우발적 충돌 방지’다. 북한군이 애매한 구역에 들어왔을 때 우리가 대응 사격을 하면 싸움이 날 수 있으니, 아예 우리가 지키는 선을 뒤로 물려서 충돌을 피하겠다는 논리다.


올해만 북한군이 MDL을 17차례나 침범했다. 적은 한 발짝이라도 밀고 내려오려 안달인데, 지키는 쪽은 “오해 살까 무섭다”며 알아서 대문을 열어주고 마당까지 내줬다. 이것은 작전 변경이 아니다. ‘영토의 포기’이자 ‘주권의 방기’다.


이 지침을 승인한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것은 정책 실패를 넘어선,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선 헌법 위반이다. 헌법은 대통령과 군에게 ‘영토 보전의 의무’를 부여한다. 법적 근거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자의적인 행정 지침 하나로 방어선을 축소한 것은 헌법이 명한 신성한 수호 의무를 행정 편의주의로 맞바꾼 명백한 배임(背任)이다.


형법과 군형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군 지휘관은 지정된 방어 구역을 사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남쪽 선을 따르라”며 방어 구역을 스스로 포기했다. 적이 활동할 공간을 열어주고 아군의 경계 범위를 축소한 것은 군형법상 ‘수소(守所)이탈’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도둑이 무서워 담장을 허문 경비원을 우리는 ‘직무유기범’이라 부른다.


군 수뇌부는 “내년에 유엔사와 협의하겠다”고 한다. 순서가 틀렸다. 협의가 끝날 때까지는 기존 선을 사수했어야 했다.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를 선언하며 밀고 내려오는 판국에, 우리만 “상황 봐가며 물러서자”는 패배주의적 지침을 내렸다.


지금 지하에는 백마고지와 저격능선에서 산화한 13만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그들은 장장 2년에 걸친 고지전에서 단 1미터의 땅이라도 더 국경선을 올리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런데 후배 군인들은 펜대 하나로 그 땅을 적에게 내어주려 한다.


차라리 지하에 있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의 피로 지킨 영토를, 후배들이 “충돌이 무섭다”며 공짜로 내어주는 이 기막힌 꼴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나라를 지키라고 쥐여준 총으로, 나라의 영토를 잘라내는 자들을 우리는 ‘군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제복 입은 월급쟁이일 뿐이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2-23 15:13:48

    나라 꼬라지 진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23 11:10:10

    미쳤다미쳤어진짜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23 09:06:33

    군수뇌부 보다도 군통수권자의 문제가 아닐까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23 07:15:52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
    변고입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23 05:10:56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현 국방부 장관의 방위병 복무가 왜 그렇게 길었는지 말이자.
    여튼 합참에는 참군인이 없나?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23 04:29:08

    범죄자가 대텅이니 군 수뇌부까지 알아서 돌아버린 듯하네요. 기사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칼럼] 국가는 '평론'하는 곳이 아니라 '조율'하는 곳이다 어제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현장 투입을 막아선 사태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는 기술의 파도를 "거대한 수레"에 비유하며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까지 소환해 "어차피 올 세상이니 적응하...
  2. [심혈관] ‘파멸(វិនាសអន្តរាយ)’을 배달한 대통령, 당장 휴대폰을 빼앗아라 이재명 대통령의 가벼운 입이 결국 국제 무대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캄보디아 내 범죄 조직을 소탕하겠다며 현지어로 올린 SNS 메시지가 주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캄보디아 정부의 공식적인 항의를 부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홍보가 다 돼서 지웠다”는 유체이탈 해명을 내놨지만, 실상은 타국 언론의 뭇매를 맞고 대사가 불려 나..
  3. [칼럼] 서민의 '단맛'까지 세금으로 뺏겠다는 가혹한 위선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사용을 억제하자”고 띄우자마자,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사천리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비만과 당뇨를 막기 위해 설탕 들어간 음료에 ‘부담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보통 ‘설탕세(Sugar Tax)’라고 부른.
  4. 이재명은 집 팔라는데 시아버지 유언이라 못 판다는 민주당 "국민은 파는 게 유리할 것" 협박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사정 있어 못 판다" 버티기 "세입자 걱정돼서" 기상천외 변명까지"시아버지 유언이라서" 못 판다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향해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에 가까운 압박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국정 운영의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 소.
  5. 상주의 자리, 총리의 자리 모친상에도 국무회의를 주재했던 이낙연 전 총리의 일화. 문재인대통령개헌안을 위해 모친상 당일에도 정상출근해 개헌안을 의결하고 빈소로 향해. 지금의 공직자들은 대체 무엇에 복무하고 누구를 위해 일하나.
  6. [심혈관] "돈이 더 들어와 놀라셨죠~?' 김경, '피싱후원'의 새 장르 개척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김경 전 서울시의원의 이른바 '계좌 세탁' 수법은 가히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아르바이트생에게 급여를 보낸다며 90만 원 대신 900만 원을 입금한 뒤,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으니 차액을 다른 계좌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반환 계좌'의 주인은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 국...
  7. [칼럼] 권력은 고발하고, 경찰은 무혐의라 하고, 나는 쓴다 휴대전화가 울리길 기다렸다. 민주당이 나를 이재명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가 됐기 때문이다. 기소면 기소, 무혐의면 무혐의, 통보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형사사법포털에 들어가 봤다. 사건은 이미 지난 1월에 종결돼 있었다. ‘불송치(혐의없음)’. 피식하고 웃음...
  8. 거짓으로 쌓은 권력의 몰락 : 제프리 엡스틴의 범죄와 죽음 작은 사기꾼, 결국 희대의 범죄자가 되다 제프리 엡스틴의 도약은 1970년대 중반 뉴욕의 금융회사 베어스턴스에서 시작된다. 대학을 중퇴했던 그는 인맥을 통해 명문 사립학교 돌턴스쿨의 수학교사로 채용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학부모이자 베어스턴스 의장이었던 에이스 그린버그의 눈에 들어 월스트리트에 입성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
  9. "출장 접고 와라" 이재용 팔 비틀어 받아낸 300조… 李정부의 '청구서 정치' "출장 접고 와라" 이재용 팔 비틀어 받아낸 300조… 李정부의 '청구서 정치' '실용' 가면 쓴 이재명식 관치 경제의 민낯"해외 일정을 취소하고 오셨다면서요?" (이재명 대통령) "당연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 이재명 대통령의 물음에 이재용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원팀&#.
  10. [칼럼] 1억 성과급보다 빛난 '피자 10판'의 품격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종종 삭막하다. 연봉을 비교하며 서로를 깎아내리거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배설의 공간이 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그 차가운 액정 화면 위로, 유독 온기가 느껴지는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은 ‘오늘 자랑 좀 할게. 나 돈 좀 쓰고 왔어’.글쓴이는 SK하이닉스 직원이다. 회사가 47...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