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연합뉴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2025년 12월의 세종청사 풍경은 2022년 6월의 데칼코마니다. 이재명 정부가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에게 “국무회의에 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필수 배석자가 아니다”라는 명분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3년 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여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똑같은 논리로 불참을 통보했다. 국무위원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어떻게 반응했나. “법률이 정한 임기를 무시한 직권남용”이라며 거품을 물었다. “전임 정부 인사를 찍어내기 위한 치졸한 왕따 놀이”라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이를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규정하고 고발까지 검토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정권을 잡자, 자신들이 그토록 경멸했던 ‘왕따 전술’을 그대로 복사해서 쓰고 있다. 내가 당할 때는 ‘탄압’이고, 내가 할 때는 ‘관례 재검토’인가. 3년 전의 윤석열과 3년 후의 이재명은 거울을 보듯 닮아있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더니 적폐의 기술만 전수받은 꼴이다.
물론 대통령 입장에서 국정 철학이 다른 전임 정부 인사와 한 테이블에 앉는 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동거(同居)하거나, 아니면 정무적으로 설득해서 물러나게 하는 게 정치다. 그런데 앞에서는 법과 원칙을 말하면서 뒤로는 “회의 오지 마라”, “밥 같이 안 먹는다”는 식의 유치한 따돌림으로 모욕을 줘서 쫓아내려 한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권력의 작동 방식은 중학교 일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한심한 건 대상이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국가 소멸 위기인 저출산 문제를 다루는 실무 사령탑이다. 인구 위기가 발등의 불인데, 정권 코드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회의에서 배제한다. 저출산 대책보다 내 사람 자리 만들어주는 게 더 급하다는 뜻이다. 국민권익위는 또 어떤가. 부패를 감시하는 기관의 수장을 정권의 입맛대로 갈아치우려 한다면, 그 권익위가 누구의 권익을 지키겠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이 ‘임기제 기관장 축출 잔혹사’는 이제 지겹다. 승자가 모든 전리품을 챙기는 약탈적 정치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몇년 뒤에도 이름만 바뀐 똑같은 기사를 보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3년 전 자신들이 냈던 논평을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주어만 바꾸면, 지금 국민의힘이 낼 논평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정작 그 악마를 닮아가는 정치. 국민은 그 뻔뻔한 촌극을 3년 주기로 강제 관람하고 있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똑같은 짓을 반복하려면 대통령과 임기를 맞추면 될 일을
국정 최고위직에 앉은 사람들이 하는 짓이란 게
더없이 징글징글 지긋지긋
유치찬란 남루, 비루해요
뻔뻔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아님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