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는 제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2025년 12월 30일,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가 내놓은 사과의 변(辯)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동조' 행적에 대한 절윤(絶尹·윤석열과 끊음)과 사과를 요구하자마자 나온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정당에 속해 있다 보니 당파성에 매몰돼 실체를 놓쳤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해명은 명백한 위증이다. 그의 과거 말과 글, 그리고 최근의 행적을 복기해보면, 그는 실체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헌법 파괴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확신범이기 때문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당시'는 12월 3일만이 아니었다
이 후보자가 말하는 "당시"는 계엄 선포 당일인 2024년 12월 3일 밤을 의미하는 듯하다. 갑작스러운 포고령과 군 병력의 이동 속에서 상황 파악이 안 됐을 수 있다는 핑계다. 그러나 그의 내란 옹호 행각은 그날 밤에 그치지 않았다.
계엄의 불법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국회의 탄핵 소추가 진행되던 2025년 봄, 이혜훈 후보자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는 이른바 '윤 어게인(Yoon Again)' 집회의 단골 연사였다. 2025년 3월 22일,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연단에 선 그는 이렇게 외쳤다.
"이재명 발 탄핵은 불법 탄핵입니다... 이렇게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 아닙니까?"
12·3 사태의 피해자인 국회와 야당을 도리어 '내란 세력'으로 매도하고,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탄핵 무효'를 주장한 것이다. 3월이면 이미 계엄군의 국회 난입 영상과 체포조의 존재가 확인된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실체를 파악 못 했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는 실체를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 실체를 뒤집기 위해 "민주당이 내란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덮어씌운 것이다.
또한 그는 2025년 2월 헌법재판소 앞 집회에서도 "성폭행범에게도 보장되는 인권이 우리 대통령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5년 1월 2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는 "1·19 법원 폭동 사태"에 대해 "법원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본질을 희석하려 했고, "폭동이라 단정 안 돼"라고 말했다. 이는 계엄 불법성을 의도적으로 희석한 것으로, '판단 부족'이 아니라 고의 왜곡이다.
또한 그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석방하라", "불법 탄핵 중단하라"를 외친 건 공공연한 사실. 2025년 3월 22일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극우 세력과 함께 거리를 누볐다.
그런데 장관직 제의 앞에서 갑자기 '비상계엄의 실체가 파악되었다'는 말인가?
떳떳하다면 왜 '글삭튀'를 했나
이 후보자의 '무지 호소'가 거짓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는 또 있다. 바로 최근 감행된 디지털 증거 인멸이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인 12월 28일경,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등 모든 SNS 게시물을 전량 삭제했다.
이른바 '글삭튀(글을 삭제하고 튀다)'다. 만약 본인의 해명대로 당시 상황을 잘 몰라서 한 실수였다면, 그 기록을 남겨두고 "그때는 내 판단이 짧았다"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는 기록을 지웠다. 이는 자신의 과거 발언들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장관직 수행에 치명적인 결격 사유인 '헌정 부정'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제, 장관직에서 낙마라도 하면 비상계엄에 대한 그의 판단은 어떻게 되는건가? 삭제한 글은 모두 살아나고 인식도 다시 변할까? 온국민이 그의 역겨운 기회주의에 몸서리를 친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정치꾼들의 행동거지가 보통 사람들보다 한참 저질이다.
자리의 단맛을 좀 보려고 했다 쓰레기랑 같이 버려질텐데
왠지 이재명도 이리떼들 가운데 혈혈단신으로 풀어놓고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할거 같은데. 이혜훈만 우습게 되겠네요.
공감합니다
이런 사람이 펼치는 정책은 안봐도 비디오.
어제의 기본소득 최강 반대자가 기본소득 집행에 앞장 서겠다는 선언이 아니겠는가.
인청에서 여야 합동 탈탈 털리고 낙마,부끄러워 얼굴도 못들게 되길 바람.
나이 들고 권력을 탐하는게 돈을 탐하는 것보다 더 추하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알량한 권력 한 줌 쥐어 보겠다고 제 인생마저 알량하게 만들어 버린 허접한 인간이네요.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