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1-19 20:33:34
  • 수정 2025-11-19 20:52:47

  • ‘대장동 환수법’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겨누는 가장 날카로운 질문

서울중앙지검서울중앙지검 (서울=연합뉴스)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향해 던지는 시그널은 차가울 정도로 명료하다. 법과 국민이 아닌, 권력의 안위를 위해 복무할 때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지를 증명한 것이다. 사법 시스템의 신뢰 같은 가치는 이 거래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물론 권력은 ‘절차적 정의’를 이야기할 것이다. 항소 포기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른 합법적 결정이었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목도하는 것은 법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범죄자가 범죄로 얻은 막대한 이익을 누려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 즉 ‘실질적 정의’가 지금 정면으로 유린당하고 있다. 국가 시스템이 절차라는 껍데기 뒤에 숨어 실질적 정의를 외면할 때, 법치주의는 신뢰를 잃고 권력자를 위한 기술적 도구로 전락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내놓은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은 단순히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정치적 수를 넘어선다. 이 법안의 핵심인 ‘소급 적용’은 공동체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역사적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민족을 배반하여 축적한 재산은 시대를 거슬러서라도 환수하는 것이 공동체의 정의임을 확인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를 합헌이라 결정했다.


논리는 동일하다. 과거 친일 행위로 축적한 부(富)를 환수하는 것이 역사적 정의의 실현이듯, 국민적 공분을 산 대규모 비리로 얻은 수익을 환수하는 것 또한 현재적 정의의 실현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범죄의 처벌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인지를 선언하는 행위다.


이제 공은 더불어민주당에게 넘어갔다. 그들은 ‘항소 포기가 수익 보장은 아니다’라는 식의 언어유희를 반복해왔다. 그 논리대로라면, 범죄 수익 환수를 제도적으로 확실히 보장하는 이 법안을 반대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이 법안마저 막아선다면, 그것은 대장동의 검은돈과 자신들이 무관하지 않다는 가장 확실한 자백이 될 것이다.


시민들은 세금을 내고, 대출 이자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상식 속에서, 도둑이 훔친 돈을 되찾겠다며 큰소리치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특별법을 민주당이 어떻게 받아드릴지가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누가 국민의 편에 서는 척 연기하고 있고, 누가 진짜 범죄자의 편에 서 있는지를 가려낼 도구 말이다. 


대장동 항소포기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 우리는 아마 민주당의 다음 행동을 통해 그 힌트를 얻게 될 것이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1 09:48:20

    대장동 환수법이 실질적 힘을 발휘할 날이
    반드시 오기를 기원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0 20:41:00

    나경원을 이렇게 응원하기는 태어나서 처음인 듯
    꼭 발의되기를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1-20 15:53:38

    저거 반대하면 같은 편 인증인건데.. 과연!!

  • 프로필이미지
    guscks2ek2025-11-20 14:35:13

    빨리 빨리 진행하자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0 14:29:08

    기사 잘읽었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0 05:12:06

    나경원 의원 칭찬합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ko8ko2025-11-19 22:16:30

    민주당이 어물쩍 넘기고 국힘탓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6.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7.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8.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새미래민주당, 남욱 소유 500억대 강남 땅 앞에서 최고위원회의 개최 새미래민주당 “남욱 소유 500억대 강남 땅, 정권이 범죄수익 보장해준 꼴”정권의 대장동 일당 범죄수익 7800억 원 보장 규탄새미래민주당은 11월 19일 대장동 일당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500억 원대 부동산 앞에서 제101차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전병헌 대표는 이곳이 범죄수익 300억 원으로 매입돼 현...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