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내란'이라는 편리한 흉기,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1-12 10:07:22
  • 수정 2025-11-12 10:11:48

  • 특검의 황교안 체포는 시작일 뿐, 정권을 향한 모든 비판이 표적이 되고 있다

[속보] 내란특검, 황교안 자택서 체포…압수수색영장도 집행


권력은 종종 단어를 무기로 삼는다. 그리고 어떤 단어는 그 자체로 공포를 조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집권 세력은 '내란(內亂)'이라는 두 글자를 바로 그런 궁극의 무기로 벼려내고 있다. 헌법상 가장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이 단어를, 이제 그들은 반대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가장 손쉬운 도구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2025년 11월 12일의 황교안 전 총리 체포는, 이 섬뜩한 무기의 첫 번째 공개 시연에 불과하다.


사건의 본질은 황교안이 아니다. 그가 과거에 무엇을 했든, 지금 어떤 평가를 받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핵심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도 않은 사안을 두고, 그것을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을 ‘내란 선동범’으로 규정하고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이 정권의 폭력적인 방식 그 자체다. 이는 법 집행이 아니라, 법의 이름을 참칭한 명백한 정치 탄압이다. 


분명히 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핵심 혐의에서 비켜나 있던 사안이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는지는 오직 엄정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논쟁이 한창인 행위를 지지했다는 SNS 게시글 하나를 근거로 개인을 ‘내란 선동범’으로 낙인찍고 수갑을 채우는 행위. 이는 법 집행의 외피를 쓴 명백한 폭력이며, 반대 진영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인민재판’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 장면을 똑똑히 봐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한 개인에 대한 인과응보의 서사를 넘어선다. 이는 자신들을 향한 미래의 모든 비판과 저항을 사전에 거세하려는, 치밀하게 계산된 공포 정치의 설계도다. 오늘 SNS 게시글이 ‘내란 선동’이 될 수 있다면, 내일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이, 모레는 정권을 풍자하는 유튜브 영상이 ‘국기 문란’의 증거가 될 것이다. 권력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든 목소리에 ‘내란’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길 수 있는 ‘만능 치트키’를, 지금 이 정부는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정권은 이 위험한 선례를 통해 대중에게 학습시킨다. ‘권력에 맞서는 자의 끝은 저렇게 된다’고,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순간 당신도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고 말이다. 숨 막히는 침묵과 자발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이 정권이 ‘내란’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니 다시 묻는다. 다음은 누구의 차례인가. 이 질문은 더 이상 황교안 개인에게 향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권력의 폭주에 침묵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해있다. 오늘 황교안을 옭아맨 저들의 논리는, 내일 당신의 생각을 재단하는 칼날이 될 것이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13 12:35:43

    계엄은 대통령의 권능
    진짜 내란범은 입법 사법 행정을 통합해 망가진 나라를 중국에 넘기고 있는 전과 5범 리짜이밍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12 22:47:49

    내란죄는 이석기인데.. 이석기가 내란죄로 잡혀간게 억울했었나? ㅋㅋ 탄핵할땐 내란죄 쏙 빼더니 입만 열면 내란죄 노래를 불러요.. 지들이 계엄하게 다 탄핵시키고 예산 다 삭감하고 몇개월 전부터 계엄할꺼 다 알고 있었던거 보면 내란죄 뒤집어 씌울것도 이미 계산 했고 내란죄로 올가미 만들것도 이미 계산해 넣었나봐요. 나중엔 한국인이란게 내란이라 하것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12 21:29:39

    댓글에 개딸보이니 재미있네요 닉네임도 그놈의 개자는  꼭 써야하는 병이라도 걸렸나?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1-12 14:04:17

    독재타도를 외치던 자들이 스스로 독재국가를 만들어가고 있군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12 14:00:56

    섬뜩한 공포가 현실이 되어 질주하게 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개딸들이 한없이 원망스럽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12 11:27:12

    당대표땐 그렇개 무죄추정의원칙 외치고댕기더니 딴사람들은 싸잡아서 범죄자취급하네요 아직판결안나왔잖아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12 10:46:13

    경찰조사 받은 2찍이 말이 많노 ㅉㅉ 고발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 개미래충 수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12 10:23:58

    "빨갱이"에 이어서 "내란범" 이 두 단어로 선동만하면 되는 독재국가 참 쉽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12 10:23:25

    공안시대 홍위병시대 입니다 비극이네요 어제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이낙연 "피고인 대통령 만들려 법치 짓밟아"... 공무원 사찰 '전체주의' 맹비난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이 15일 현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정부의 75만 공무원 감찰 시도를 '전체주의'에 빗대고, "민주주의 붕괴"를 경고했다.이 고문은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허물어지려나"라고 반문하며 "피고인 대통령을 무죄로 만들려고 법치주의를 짓밟는 일은 이미 계속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3. 남욱 "내 재산 동결 안 풀면 고소"… 도둑의 오만은 법치의 죽음에서 자란다 검찰의 '항소 포기'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대장동의 '키맨' 남욱이 입을 열었다. "동결된 자산을 풀어주지 않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 도둑이 되려 파수꾼에게 '내 몫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혼쭐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다.법치(法治)와 법을 이용한 통치....
  4.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5.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6.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7.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10.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