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자료사진]
36년 전인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헌법에 명시된 '합동참모의장'의 명칭을 '국방참모의장'으로 바꾸려는 국군조직법 개정 시도가 있었다. 군사정권의 연장선에 있던 정부였지만, 이 시도는 '위헌'이라는 지적에 부딪히자 곧바로 철회됐다. 헌법에 명시된 기관의 위상을 하위 법률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과 상식이 살아있던 것이다.
그랬던 상식이 36년이 흐른 2025년 대한민국 국회에서 짓밟히고 있다. 거대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총장’의 존재를 명시한 헌법 제89조를 무시한 채, 법률 개정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만들겠다며 입법 폭주에 나섰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지켜졌던 헌법 존중의 원칙을, 민주주의를 자처하는 세력이 정면으로 무시하는 오만이다.
민주당의 법안이 위험한 본질은 ‘사법 대혼란’을 자초한다는 데 있다. 만약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들어서면, 법정에서는 즉시 기소의 주체 자격을 문제 삼을 것이다. 변호사들은 “헌법적 근거가 없는 기관이 제기한 기소는 무효”라며 모든 사건에서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이 뻔하다. 재판은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소의 효력을 따지는 소모적 논쟁으로 마비되고, 형사사법 시스템은 붕괴 수준의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대법원은 이미 수사권 없는 기관의 증거 능력을 엄격히 제한하는 판결(2022도10256)을 내린 바 있다. 수사 권한의 범위를 이처럼 따지는 마당에, 조직의 존립 근거 자체가 위헌 논란에 휩싸인 공소청의 기소가 법적 효력을 온전히 인정받으리라 믿는다면 위험한 착각이다. 결국 이 혼란 속에서 웃는 것은 죄를 짓고도 법망을 빠져나갈 길을 찾게 된 범죄자들뿐이다.
민주당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뒤에 자신들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특정 인물들을 향한 검찰의 칼날을 무력화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의 근간마저 흔들겠다는 것 아닌가. 이는 국익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사익(私益)을 위한 제도 파괴에 가깝다.
정치가 법치를 압살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파국으로 끝났다. 36년 전 정부도 멈춰 섰던 위험한 길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헌법을 무시하는 입법 폭주를 멈춰야 한다. 검찰청 폐지는 개혁이 아니라 혼란과 마비를 불러올 ‘재앙의 문’을 여는 행위다. 우리에게 남은 건 단 1년의 유예기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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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답답하네요 요즘 돌어가는 모든것들이
국민들이 뽑아준 의석수 가지고 입법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거 아니고 이게 뭔지
민주라는 이름을 당에 내걸고 전두환노태우보다 더한 짓을 하고 있으니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지만 원고료 보냅니다.
진짜 우리나라 어디로 가고있나요 범죄자가 유리한 법을 만들고 고치는 정부라니
나라가 골로가는게 눈에 보이는데 아무것도 못한다는게 ...
일반인들은 검사 만날 일도 검찰청 갈 일도 없는데 저걸 기어코 하는걸 보면.. 개인의 사법리스크가 국가의 리스크로 완성되어가고 있구나.. 합니다. 한숨만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