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이달 중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다. 하지만 정작 예산의 주요 항목을 들여다보면 호남 지역에 집중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눈에 띈다. 단순한 경기 부양이 아니라,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선심성 지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추경에서 지역예산으로 책정된 총 1조 4000억 원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7823억 원이 호남에 배정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북 4787억 원 ▲전남 2042억 원 ▲광주 994억 원 등이다. 특히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에만 1000억 원, 대전·광주·부산 도시철도 예산 중 광주가 715억 원으로 수도권 이외 최대 규모를 차지했다. 나주의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에는 100억 원이 출연됐다.
정부는 이러한 배정이 “소외된 지역의 인프라 확충과 국가균형발전 전략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호남은 장기간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프라 수준을 지적받아왔다. 그러나 예산 총액 대비 호남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사업의 시급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근거 없이 조기 집행이 결정된 점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방예산은 총 905억 원 삭감됐다. 감시카메라 과학화 사업 등 일부 항목은 “계약 지연”을 이유로 집행이 보류됐다. 이로 인해 국가안보에 대한 투자보다 정치적 배려가 우선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예산이라는 것은 결국 유한한 자원의 배분”이라며, 정부·여당이 선택한 우선순위가 정치적 지역 기반 강화에 더 가까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추경은 정부안 대비 국회에서 1조 3000억 원 증액됐고, 소비쿠폰 지급 금액도 1인당 52만 원에서 55만 원으로 늘었다. 비수도권과 농어촌 지역엔 추가 지급까지 결정됐다. 심지어 본예산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던 대통령실·경찰·검찰의 특수활동비 105억 원이 전면 부활했다. 이 중 대통령실 몫은 41억 원. 전 정부 시절 “특활비 없어도 국정 마비 안 된다”던 입장은 온데간데없다.
이는 “정부·국회가 국민 세금을 사적 재량처럼 사용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정책의 신뢰성을 해치고, 미래세대에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추경을 “민생 중심”이라 설명하지만, 예산 항목의 배분 방식은 정치적 의도와 연결된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지역별 예산 편중이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닌 국민 통합과 형평성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향후 추가적인 재정 편성 시, 진정한 균형발전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전략적 우선순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