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박주현>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400년 하버드 역사상 중국인 여성 최초로 졸업 연설에 나선 장위룽이 연단에 올랐을 때, 태평양 건너편 중국 전체가 들썩였다. 13억 인구의 자부심이 한 명의 젊은 여성에게 투영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환호는 비누거품처럼 쉽게 터져버렸다.
장위룽이 넘사벽 금수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였다. 그녀가 다닌 영국의 사립 기숙학교 연간 수업료는 약 7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1억 3천만 원. 이는 중국 평균 가구소득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중국은 물론 영국 현지에서도 '다이아몬드 수저'만 갈 수 있는 학교였다. 99%의 중국인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교육비였다.
더 큰 문제는 전형적인 '아빠 찬스' 의혹이었다. 장위룽은 아버지 장즈밍이 이사를 맡은 '중국 생물다양성 보존 및 녹색발전 재단'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하버드대 입학 당시 이 재단 사무총장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았다. 아버지의 인맥이 딸의 스펙이 되는,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그 패턴이었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장위룽은 성명을 내고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해 아버지와 왕래가 거의 없었다"며 "재단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은 건 맞지만, 실제 학교에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미 여론의 칼날은 그녀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바로 여기다. 그 대단한 중국의 애국주의조차 금수저 의혹 앞에서 차갑게 식어버렸다는 것이다.
"장위룽은 과연 평범한 중국 청년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이해나 할 수 있을까?"라는 냉소가 인터넷을 뒤덮었다. 1억 3천만 원짜리 교육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에게서, 특히나 장위룽이 연설에서 "상호 연결된 세계가 분열, 두려움, 갈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대목은 더욱 위선적으로 들렸다.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혜의 온실에서 자란 사람이 세상의 분열을 걱정한다니. 마치 황금 숟가락을 물고 태어난 사람이 서민들에게 절약을 설교하는 격이었다. 오히려 역겨웠던 것이다. 자국민에 대한 자부심이 특권에 대한 분노로 바뀌는 데는 불과 며칠이면 충분했다.
반면 우리 민주당 지지자들은 어떤가.
김민석을 둘러싼 의혹들은 차고 넘친다. 2년간 출판기념회 2억 5천만 원 모금, 모친 소유 빌라의 수상한 전세 거래, 장위룽이 연상되는 1억 원짜리 아들 유학비, 그리고 그 유명한 '매월 370만 원 배추 농사' 해명까지. 증인채택도 없이, 제대로 제출된 기록조차 전무하다 싶은 부실한 자료. 그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다수가 허위로 드러난 엑셀로 만든 출입국 기록,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모르는 총리 후보.
이쯤 되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법하다. 그런데 민주당과 지지자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민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보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의혹을 그저 감싸고, '가짜뉴스'로 치부한다. 조국 사태 때와 똑같은 패턴이다.
중국의 애국주의는 적어도 한계가 있었다. 자국민이라도 부정과 특혜가 드러나면 등을 돌렸다. 최소한의 기준이 있다는 뜻이다. 애국주의에도 한계가 있고, 그 기준은 바로 '공정성'이었다. 하지만 우리 민주당의 맹목적 지지는 중국의 애국주의조차 울고 갈 지경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아이러니일지도 모른다. 김민석과 장위룽, 둘 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 공산당의 해외 당교'라고 일컬은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동문이라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