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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없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할 수 없다.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15 19:31:37
  • 수정 2025-08-05 04: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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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렴하다는 표현조차 턱없이 모자라게 만드는 언행
  • 정청래의 '운명 공동체' 발언이 드러낸 한국 정치의 민낯
  • 당내 민주주의가 허용되지 않는 당이 국가의 민주주의를 그대로 둘까?

<그래픽 : 박주현>


정청래의 '운명 공동체' 발언이 드러낸 한국 정치의 민낯


"이재명 대통령의 운명이 곧 정청래의 운명이다.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5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내뱉은 이 말을 듣는 순간, 아 갈 때까지 갔구나 싶었다. 유사한 역사 속 발언들이 초기에는 자신과 권력자를 동일시 여기고, 결국에는 국가와 일체화시켰던 그 변질과정을 알고 있었다면 쉽사리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시간이 뒤로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사후에는 스탈린의 개인 숭배를 비판했던 흐루시초프도 초기에는 "스탈린의 뜻이 나의 뜻"이라 외치다 측근들의 경쟁이 극으로 달하자 결국"스탈린이 곧 소련이고, 소련이 곧 스탈린"이라며 외쳤었다. 북한에서 "위대한 수령님과 우리는 한 몸"이라고 가르치는 그 언어와 닮았다. 나치 독일에서 "히틀러는 독일이고, 독일은 히틀러다"라며 개인과 국가를 동일시했던 그 선전술과도 일맥상통한다.


21세기 민주공화국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정당정치는 사라지고, 개인숭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화염병에서 당대표까지


정청래라는 인물을 이해하려면 그의 궤적을 따라가야 한다. 1989년 미 대사관저에 화염병을 던져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2013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바뀐애"라고 불렀다. 2015년에는 공갈 발언으로 당직 자격정지를 당했다.


한 가지 패턴이 보인다. 극단적 언행으로 화제를 만들고, 논란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 정치를 격투기로 여기는 듯하다. 문제는 이런 스타일이 민주당 내에서 '진정성'으로 포장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번 발언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개인적 성향을 넘어 체계적인 개인숭배를 선언한 것이다. "당대표로 이 대통령과 한 몸처럼 행동하겠다"는 것은 정당의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정당이 죽는 순간


정당은 무엇인가? 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려는 조직이다. 핵심은 '이념'이다. 개인이 아니라 가치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것이 정당의 존재 이유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이재명당'이다. 정청래의 발언이 충격적인 것은 이 현실을 더 악화시키겠다는 다짐이고, 이 무지한 각오를 부끄럼 없이 공개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대놓고 말할 수 있는 뻔뻔함, 그것이 진짜 문제다.


미국에서는 같은 공화당 소속이라도 트럼프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있다. 영국에서도 보수당 백벤처들이 총리에게 반기를 든다. 그것이 정상적인 정당정치다.


하지만 정청래가 그리는 그림은 정반대다. 당대표가 대통령의 그림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삼권분립? 견제균형? 애초에 사라졌지만 실질적으로도 모두 던져버리겠다는 선언이다.


당내 반발? 그런 건 없다


더 놀라운 것은 민주당 내부에서 별다른 반발이 없다는 점이다. 정청래의 개인숭배 발언에 대해 "그래도 너무하지 않나"라고 말하는 지도급 인사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충성스러운 동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민주당이 이미 상당 부분 개인숭배 구조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준다. 당원들도, 지도부도, 언론도 모두 이 현실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정청래가 대놓고 "이재명이 정청래다"라고 말해도 별 문제가 안 된다.


뻔뻔함의 시대


정청래의 발언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그 내용이 아니라 태도다. 이미 모든 사람이 아는 현실을 대놓고 말하는 뻔뻔함. 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당(私黨)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정청래는 이를 당당하게 공개 선언했다.


"이미 그런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몰염치. 정상적인 민주주의라면 정청래 같은 인물의 정치적 생명은 진작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 의원이고, 당대표에까지 출마한다.


왜 가능한가? 한국 정치에서는 부끄러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도 '우리 편'이면 옳은 것이 되는 진영논리. 개인의 도덕성보다 소속 집단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부족주의. 이런 환경에서는 뻔뻔함이 오히려 미덕이 된다.


거울 속 우리의 모습


정청래가 지금까지 정치적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유권자들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의 지역구 유권자들은 과거 행적을 알면서도 표를 던졌다.


후보자의 자질이나 정책보다는 소속 정당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 진영 언론의 편파적 보도. 객관적 검증의 부재.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간다.


정치는 결국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정청래 같은 정치인이 나오는 것도, 그가 계속 살아남는 것도 우리 사회의 수준을 반영한다.


뒤늦은 후회


정청래의 당대표 출마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미 개인숭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그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뻔뻔함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당내 민주주의가 말살되고 멸균된 당이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한 것이다. 이젠 국가차원으로 옮겨올까 두려울 따름이다.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다"라는 문제적 발언 또한 의례 그래왔듯 아무런 파장 없이 지나가겠지만, 그것은 우리 정치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부끄러움을 잃은 정치, 견제를 포기한 정당, 이를 용인하는 사회.


이제는 거울 속 모습조차 비출 수 없을만큼 늦었는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지치거나 잊지 않고 꾸준히 이 몰락에 목소리를 내 경고하고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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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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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5 23:28:00

    끔찍하네요.공산당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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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6er2025-06-15 22:40:35

    민주당 지지자들이 원한 당조차 저런 모습이었던 것 같아서 이젠 저 당을 향해선 할 말도 없네요
    이재명정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당대표감이긴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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