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마두로 체포 환영하는 미국 뉴욕의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63) 축출로 행정부 수반을 하루아침에 잃은 베네수엘라에서 새 리더십을 둘러싼 혼란과 정치세력 간 권력 다툼이 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규정에 따라 부통령에게 통치권 수행을 맡긴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과도 정부 직접 운영'을 예고한 터라, 국정 운영 주체를 놓고 소요 사태가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두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베네수엘라에서 일단 권력을 승계한 것은 델시 로드리게스(56) 부통령이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영 TV(VTV)에서 중계한 비상 내각회의에서 커다란 사각형 테이블 앞쪽 정중앙에 자리해 모두 연설을 통해 국가 방어권 사수를 역설했다.
베네수엘라 국기를 등진 채 앉은 그는 "베네수엘라는 그 어떤 나라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은 마두로, 단 한 명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마두로 대통령 서명을 담은 '외부 동요 시 비상사태 선포문' 발동을 재확인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62) 내무·법무·평화부 장관을 비롯해 회의 석상에 배석한 마두로 최측근 각료들은 중간중간 박수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힘을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 겸 석유부 장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베네수엘라 핵심 부처인 석유장관을 겸임하면서 경제 운영의 핵심 주체로 꼽히는 인물이다. 베네수엘라 좌파 거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때 정계에 발을 들였다.
마두로 정권하에서 외교부 장관(2014∼2017년), 제헌의회 의장(2017∼2018년), 경제·재무·무역부 장관(2020∼2024년)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민간 부문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두로 정부 실세 중 한 명이다. 그의 오빠는 호르헤 로드리게스(60) 국회의장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8년 로드리게스를 부통령으로 임명하면서 "젊고 용감하며 노련한, 순교자의 딸이자 혁명가로서 수천 번의 전투를 겪어낸 인물"이라고 소개한 적 있다. 로드리게스 부친은 베네수엘라 좌익 게릴라 운동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1942∼1976)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변절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나온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군의 베네수엘라 공격 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새 정부로의 안정적인 정권 이양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로드리게스)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녀가 루비오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그러나 내각회의에서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은 마두로, 단 한 명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2024년 대선 직후 기자회견하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오른쪽)와 에드문도 곤살레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표 부정 논란 속에 마두로 대통령 3선 연임으로 귀결된 2024년 7월 대선에서 야권 후보로 출마했던 에드문도 곤살레스(76) 전 주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대사에도 눈길이 쏠린다.
대선 직후 당국 위협을 피해 스페인으로 망명한 곤살레스 전 대사는 미군의 공습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국가 재건이라는 위대한 작전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적었다.
에마뉘엘 마크롱(48) 프랑스 대통령도 자신의 엑스에 "2024년에 선출된 곤살레스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빨리 이 (정권) 이양을 보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썼는데, 이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옮겨와 싣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곤살레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카라카스의 자택에서 새를 기르며 주변 사람들과 조용히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는 곤살레스는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2년 전 대선을 치렀다.
그는 유세 중 마차도의 뒤에 서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민주 야권의 페이스북 동영상에서도 몇차례 목격됐다. 실제 곤살레스 지지세는 대부분 '베네수엘라 철의 여인' 마차도로부터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마차도 역시 베네수엘라 새 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날 마차도에 대해 "국내에서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의 역량을 깎아내리는 듯한 평가를 했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장 대텅도 하루빨리...
앞으로 베네수엘라가 어떤 역사를 써갈까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드디어 우리가 걱정하며 늘 얘기하던 베네수엘라가 국제적 관심거리가 되었네요.
독재자가 제거됐다는 사실은 역사의 승리같네요. 미국의 다음 그림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정신에서 한번 다뤄주세요.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저 말 여기저기 참 잘 써먹네요
제가 마두로의 독재에 오래도록 고통 받아온 베네수엘라 국민이면 저 말에 넘어가 트럼프가 지지하는 이를 찍을듯요
극좌들이 그리 저주하는 트럼프지만 딱 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엔 제일 맞는 인간이에요
발빠른 분석 기사 고맙습니다.
정치적 혼란으로 고통받을
국민들만 불쌍하게 여겨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