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1-25 07:50:34
  • 수정 2025-11-25 11:29:33

  • 인터넷 없는 북한에 구글링 하라는 코미디

이재명 대통령, 한-튀르키예 공동언론발표이재명 대통령, 한-튀르키예 공동언론발표 (앙카라=연합뉴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이라 폄하하며, "요즘 세상에 인터넷 뒤지면 다 나오는데 왜 돈을 쓰냐"고 반문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실언(失言)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국군통수권자의 대북관과 현실 인식 체계가 근본적으로 고장 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전 세계에서 주민의 인터넷 접속을 물리적으로, 법적으로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평양의 특권층조차 내부망인 '광명'에 갇혀 있고, 일반 주민은 스마트폰이 있어도 외부와 단절된 '디지털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이런 기초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대통령이 지난 반년 간 대한민국의 안보 정책을 지휘해 왔다는 사실은 공포에 가깝다.


대북 방송은 우리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비대칭 전력 중 하나다. 핵무기가 물리적 타격 수단이라면, 대북 방송은 북한 체제의 아킬레스건인 '거짓'을 타격하는 심리전의 핵폭탄이다. 백번 양보해 대통령의 착각대로 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면, 김정은 정권은 애저녁에 붕괴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3대 세습 독재는 결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왜 '반동사상배격법'을 만들어 한국 드라마를 본 10대들을 공개 처형까지 하겠는가. 외부의 진실이 유입되는 순간, 3대 세습 독재라는 허구의 성이 무너질 것임을 그들은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 급소(急所)를, 우리 대통령은 "돈이 든다"는 천박한 장사꾼의 논리로 스스로 제거해 버렸다. 그리고는 대답이라고 내놓은 말이 "인터넷 뒤지면 다 나온다"는, 이렇게 현실파악도 안 된 사람에게 안보를 맡겨도 되나 싶은 두려움만 생기는 발언이다.


이는 마치 전방의 철책선을 걷어내며 "요즘 세상에 CCTV로 찍으면 다 나오는데 굳이 밤새워 경계 근무를 설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6.25 전쟁 당시 적의 전의를 꺾었던 '삐라'도, 냉전 시대 철의 장막을 녹여버린 '자유 유럽 방송'의 전파도 모두 예산 낭비에 불과했을 것이다. 역사를 모르는 지도자는 실수를 반복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지도자는 국가를 파멸로 이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참모들의 침묵이다.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이런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때까지, 청와대 안보실과 국정원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직언(直言)을 포기했거나, 아니면 그들 역시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안보 불감증에 중독된 것이다. 어느 쪽이든 대한민국 안보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다.


대통령은 이번 발언으로 북한 주민의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 자산을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이적(利敵) 행위를 정당화했다.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일개 촌부의 무지는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만, 대통령의 무지는 5천만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죄악이다. 지금 대한민국 안보의 최전선은 휴전선이 아니다. 현실과 단절된 채 오판을 거듭하는 대통령과 대통령실, 바로 그곳이 가장 위험한 안보의 구멍이다.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seavet2025-11-27 18:23:11

    공감

  • 프로필이미지
    guscks2ek2025-11-27 18:00:59

    정독

  • 프로필이미지
    lrrp04712025-11-26 17:30:01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미약하나마 원고로 보냅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6 11:16:43

    저렇게 앉아만 있는데도 사람을 죽일것 같은 인상입니다.
    못생기고 무식하고 도둑질 밖에 대가리에 없는 부정경선 부정선거 사범 범죄자를 감옥으로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6 00:04:06

    인생 자체가 가짜인 버러지라 제대로 아는게 단 한개도 없음.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5 22:11:20

    답답..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5 20:16:49

    저 것은 아는 것이 김현지 뿐인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5 17:45:15

    이재명은 한국 드라마 보다 처형당한 북한 10대들이 넷플릭스로 본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1-25 15:22:10

    철학도 신념도 없는 정치인이 대통렁이 되서.. 앞날이 무섭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rain7772025-11-25 11:23:30

    진짜 저 얼굴만 보면 imf 곧 다가올거 같아서 너무 답답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5 08:45:45

    저리 무식해도 저 혼자 잘난 줄 알고, 옆에선 아무 소리 못하고. 이거 딱 벌거벗은 임금인 아닌가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25 08:09:09

    예리한 지적입니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절대 볼수 없는,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3.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4.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5.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6.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7.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8.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9. 김병기 고발만 11건, 서울경찰청 통합 수사 착수…가족까지 수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경찰 수사로 간다. 서울경찰청은 31일,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고발 사건 11건 중 10건을 공공범죄수사대에 모아 통합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좌진의 녹취록 등 구체적 증거가 쏟아지면서 사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
  10. [전병헌 기고] ‘셰셰 외교’의 함정 :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굴종인가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과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자초한 “중국에는 셰셰, 미국에는 땡큐”라는 이른바 ‘셰셰 외교’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이제는 국정 운영의 실질 기조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