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아시스 ⓒSimon Emmett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브릿팝의 전설 오아시스가 16년 만의 내한 공연(21일 고양종합운동장)을 앞두고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해체 후 15년 만인 지난해 전격 재결합을 발표하고 월드투어 'Oasis Live '25'에 돌입한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밴드의 귀환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서울 을지로에서 16일 개장한 공식 팬 스토어는 팬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증명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을지로에 오아시스의 대형 로고가 박힌 팝업 스토어는 오픈 전부터 팬들이 장사진을 치며 그야말로 'ㄱ자' 대기 줄을 만들었다. 주최 측이 30분 단위로 회차를 나누어 운영한 사전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으며, 11일간 1만 1,800여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숫자는 이들의 복귀에 대한 국내 팬들의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오아시스 라이브 25 공식 팬 스토어 [오아시스 라이브 25 공식 팬 스토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현장에서는 월드투어 공식 굿즈뿐 아니라 아디다스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 등이 판매됐다. 무엇보다 'SEOUL'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서울 한정 투어 티셔츠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아시스의 귀환이 국경과 세대를 초월하는 것은 그들의 음악이 지닌 보편적인 정서와 더불어, 1990년대 브릿팝 전성기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와 '리브 포에버'(Live Forever) 등 전 세계 9천만 장 이상 판매된 음반은 그들이 단순한 밴드가 아닌 '시대의 아이콘'이었음을 방증한다.
오아시스의 월드투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초대형 흥행을 기록 중이다. 카디프, 맨체스터, 런던 등 영국과 아일랜드 공연은 물론, 미국 뉴저지와 멕시코시티, 일본 도쿄 공연까지 사실상 전 회차 '솔드 아웃(Sold Out)'을 기록했다. 한국 공연 역시 일찌감치 매진되었다.
이번 투어의 압도적 성공 뒤에는 '엑스클루시브(Exclusive·독점성)'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아시스 측은 이번 재결합 투어를 영국 내 어떤 페스티벌에서도 공연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며, 팬들이 오직 'Oasis Live '25' 스탠딩 콘서트에서만 형제를 만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는 팬들의 소장 욕구를 극대화하고 티켓 구매 경쟁을 부추겼다.
또한, 서울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서울 한정 굿즈'나 특정 도시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협업 상품 등 지역별 독점 상품을 통해 팬심을 자극하는 '팝업 경제학'도 큰 성공 요인이다. 최근 한국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팝업 스토어'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시적 운영을 통해 희소성을 부여하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오아시스 공식 인터뷰집 '슈퍼소닉' [다산책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아시스의 '태도'와 '본질': 논쟁과 매력이 공존하는 록 스피릿
공연을 앞두고 오아시스 멤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신간 서적들이 잇달아 출간되는 것도 신드롬을 뒷받침한다. 공식 인터뷰집인 '슈퍼소닉'(다산책방)과 사진작가 질 퍼마노브스키의 사진집 '오아시스'(서해문집)는 팬들에게 밴드의 과거 여정을 다시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슈퍼소닉'은 2016년 동명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진행된 30시간이 넘는 방대한 인터뷰를 활자화했다. 노엘 갤러거가 동생 리암의 밴드에 합류한 순간부터 1996년 넵워스 공연에 이르기까지 5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오아시스 사진집 '오아시스' [서해문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노엘 갤러거는 인터뷰를 통해 "나에게 음악이란 일종의 도피처였던 것 같다. 난 항상 음악을 좋아해 왔고, 연주하는 것도 즐기면서 살아왔다"며 "이제는 나이를 점점 먹으면서 음악이 내 전부가 되는 지경이다. 내 삶에서 훌륭한 것들은 전부 다 음악에서 왔다"고 고백했다.
논쟁적인 태도로 늘 화제를 몰고 다녔던 리암 갤러거의 발언은 밴드의 본질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리암은 "우리는 단순히 음악만 하는 밴드는 아니었다. 진짜 훌륭한 밴드라면 음악뿐만 아니라 뭔가 다른 한 끗이 있어야 한다"며 "물론 그런 태도를 인정받으려면 곡도 좋아야 한다. 그런데 곡만 좋고 아무런 끼가 없으면 내 기준에선 지루하기 짝이 없다. 결국 둘 다 가져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한 끗'이 바로 오아시스 특유의 오만함과 록앤롤 스피릿이며, 오늘날까지도 팬들을 끌어당기는 근본적인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