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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다가 저랬다가, 장난합니까?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0-03 23:04:32
  • 수정 2025-10-03 23:15:46

  • 자기모순의 늪에 빠진 정권

요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자면, 대본은 엉성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앞뒤가 맞지 않으며, 장르마저 코미디였다가 갑자기 스릴러로 바뀌니, 팝콘을 들고 웃어야 할지 뒷목을 잡고 쓰러져야 할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쇼의 1막은 지금은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규언이 사장으로 있던 JTBC의 예능 스튜디오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이름하여 ‘대통령의 냉장고’. 얼마나 신선하고 창의적인 기획인가. 국민들은 지금 나라의 곳간이 어떤지 궁금해 죽겠는데, 뜬금없이 대통령의 냉장고 속 유기농 달걀 개수를 세어보라니 말이다. 과거 전직 대통령이 예능에 나왔을 땐 “정치가 예능을 이용한다”며 게거품을 물던 정의의 스피커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음소거 모드에 들어갔다. 그들의 정의는 원래부터 ‘선택적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최첨단 제품이었나 보다.


그런데 이 코미디의 진짜 백미는 ‘타이밍’에 있다. 국가의 데이터 서버가 불타 국민의 일상이 마비될지도 모르는 아찔한 순간, 리더는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야당이 “혹시 그 시간에 스튜디오에서 녹화한 거 아니오?”라고 묻자, 대통령실은 “허위사실!”이라며 버럭 화부터 낸다. 좋다, 그럼 언제 찍었는지 알려주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그 간단한 사실은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결백하다면 명쾌하게 해명하면 될 일을, 그들은 국민을 상대로 ‘버티면 그만’이라는 오만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


2막은 더욱 기가 막힌다. 대통령께서는 참모들을 모아놓고 “공직자가 휴가가 어디 있냐. 24시간 일하는 거다”라는 명언을 남기셨다. 크, 역시 일 중독 대통령답다. 그런데 그 장엄한 연설 바로 앞뒤에, 자신은 추석 연휴에 샌드위치 데이 하루를 붙여 무려 열흘간의 황금 연휴를 즐기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참모들이 머뭇거리자 “제가 공식적으로, 당연히 공식적으로 쉬는 것이죠”라며 ‘쉴 권리’를 당당하게 못 박기까지 했다. 이게 무슨 신종 유머인가? 나는 ‘공식적으로’ 열흘을 쉬지만, 너희는 ‘비공식적으로’ 24시간 일하라는 건가? ‘내로남불’을 넘어선 ‘나만휴가’의 신기원을 열어젖힌 이 발언에 회의실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국가 자산 서버 복구에 밤을 새우던 한 공무원이 책임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여기서부터 장르는 코미디에서 비극으로, 아니 공포 스릴러로 돌변한다. 한 사람의 목숨이 스러졌다. 대통령의 ‘24시간 근무’라는 농담 따먹기의 배경음악처럼, 한 공직자의 삶이 소진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슬픔과 애도’를 표한단다. 대체 그 애도의 어느 지점에 진심이 있는가. 자신의 가벼운 말장난이 누군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압박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 단 한 번이라도 해보기는 했는가. 웃음소리가 낭자하던 회의실과 차갑게 식어간 한 공무원의 공간 사이의 그 아득한 거리만큼, 이 정권은 국민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


이제 마지막 3막, 법치주의 대환장 파티다. 여당이 갑자기 ‘배임죄’를 없애자고 들고일어났다. 70년 넘게 기업인과 공직자의 선을 지켜주던 법 조항을 하루아침에 지워버리잔다. 이유는? ‘기업 활동 위축’ 방지. 참으로 거룩한 명분이다. 그런데 그 법이 사라지면 누가 가장 활짝 웃게 될까? 빙고, 바로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배임죄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건 뭐, 최소한의 염치와 부끄러움도 사라진 정치다.


이 코미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이 임명한 특검이 김건희 여사를 향해 겨누고 있는 가장 날카로운 칼이 바로 ‘배임죄’다. 자신들의 방패를 만들려고 망치질을 했더니, 그 파편이 자신들의 창을 박살 내는 꼴이다. 도대체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닌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국민의 혼을 쏙 빼놓기 위한 고도의 연극인가? 어느 쪽이든 명확한 사실은 하나다. 이들에게 법이란 정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것.


그래픽 : 박주현 "완전히 새됐어"싸이의 노래 ‘새’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 나갔다가 들어왔다 너는 밤낮 장난하나.” 20여 년 전 이 노래가 나왔을 때 우리는 그저 변덕스러운 연인을 떠올리며 웃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이것은 사랑 노래가 아니었다. 2025년 대한민국을 향한 소름 끼치는 예언이었다. 


대한민국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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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0-04 16:57:28

    "나의 가장 큰적은 어제의 나"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장확하네요.. 이나라는 어디로 가게 되는걸까요...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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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10-04 08:35:48

    대통령이란 자의 참혹한 인식과
    그에 따른 대한민국의 엄혹하고 슬픈 현실을
    이렇게 재기발랄, 신랄하게 말씀해 주시다니요.
    박주현 칼럼니스트님
    낄낄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오늘 글도 고맙고 감사하게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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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0-04 06:53:58

    기사 읽고, 첨으로 '새' 가사 다 읽어 봤네요ㅎ 가사는 완벽! 기사는 존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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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0-04 03:55:23

    집에서 밥 안 해 먹고 법카로 초밥 사 처먹던 것들이 냉장고에 뭐가 있겠어. 텅텅 빈 냉장고를 뭘로 채우려고? 죄다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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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0-04 00:53:09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가벼움과 내로남불
    책임질 자리에 갔으면 책임을 져야지 말장난으로 덮고 덮고 휴우..
    이 세태를 꼬집는 칼럼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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