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방부장관의 기발한 '비전투분야 아웃소싱'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0-02 09:04:41

  • 군이란 특수조직에 대한 몰이해
  • '비전투 아웃소싱'은 전쟁의 냉혹한 현실을 모르는 무지다

경례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경례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 '비전투 인력 15만 명 민간 아웃소싱'이라는 기가 막힌 발상을 내놓았다. 듣는 순간, 한숨과 헛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국방을 '기업 경영'의 연장선쯤으로 착각하는 실성한 효율성 타령에, 대한민국 안보가 우스워 보일 지경이다. 21세기 한국에서 유일하게 낙후된 정치분야에 한 해 '일 못하는 정치인들도 좀 수입하면 안 되냐'는 자조 섞인 농담이 돌지 않았던가. 이제는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군대도 아웃소싱으로 돌리자'며 그 농담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니, 평론또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는 '국가 존립'이라는 근엄한 현실을 어이없는 논리로 덮으려는 안보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역사적으로 조롱당하고, 폭망했던 정책만 어떻게 그렇게 창의적으로 발굴해 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역사는 이미 똑같은 짓을 벌였다가 톡톡히 대가를 치른 바보들의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영국이 그랬다. '전략 국방 검토'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군수, 유지보수, 수송 등 비전투 분야를 민간에 대거 위탁했다. '평화 배당금'이니 '효율성 증대'니 하는 미사여구로 포장했지만, 결과는 '안보 블랙홀'이었다.


영국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겪은 민간 아웃소싱의 폐해는 그야말로 비극적인 코미디였다. 전투 중 탄약이 떨어졌는데, 민간 계약업체 직원이 '주말이라 근무 시간 아니다', '위험 수당 더 달라'며 배짱을 튕겼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회자된다. 군사작전 중 보급 차량이 멈춰 서자, 민간 운전사가 '계약서에 여기까지는 안 적혀 있다'며 철수해버린 어이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심지어 군 기밀이 오가는 부대 안에서, 민간 직원들이 군인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며 '우리는 계약직이라 괜찮다'며 콧대를 세우는 모습은 군 사기를 땅바닥에 처박는 광경이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과연 누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겠는가. 군의 지휘 통제는 무너지고, 전우애 대신 '을(乙)'이 된 군인들의 자괴감만 깊어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방부 장관이 밝힌 '비전투 분야'라는 용어 자체가 군대라는 조직과 임무분담에 심각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군의 존재이유인 전시 상황이 닥치면 전투 인력과 비전투 인력의 구분은 더욱 모호해진다. 적이 '저 사람은 취사병이니 공격하지 말자', '저 사람은 행정병이니 포탄을 피해서 쏘자'고 할 리 만무하다. 현대전에서 후방또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적의 미사일은 보급고를 가리지 않고, 특수부대는 지휘부와 보급선을 최우선 공격 목표로 삼는다. 밥을 짓고, 장비를 수리하고,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인력은 전장의 일부분이며, 이들이 무너지면 전투 부대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


혹시 전쟁이라도 나면 민간 아웃소싱 업체 사장님을 '야전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용병들에게 '성과급 보장'이라도 할 생각인가? 아니면 전선에서 부상당한 장병을 두고 '개인 보험 처리하라'고 할 작정인가? 군대는 전쟁이라는 비극을 막고, 국가의 생존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군이라는 직업이 특수하게 요구하는 애국심과 사명감을 이해못하고 이 곳에 '주식회사'식 효율성을 들이미는 것은 군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일 못하는 정치인'은 수입이라도 해올 수 있다는 농담이라도 돌지만, 전투에 특화된 '용병'도 아닌 '외부 용역'으로 때운 군대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망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 나간 '아웃소싱' 타령이 아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라는 실존적 위협과 주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군대, 그리고 그 군대의 사기와 결속을 지켜낼 현명한 리더십이다.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rudgml2025-10-02 19:01:57

    120년전 을사년에 을사오적이 나라 팔어먹었는데...
    2025년 국방장관이라는 놈이 나라를 적국에 바칠려고 이상한 짓을 하는구나.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02 18:53:48

    궁금하네 어디에 외주를 줄지 북한? 중국?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0-02 16:49:10

    저걸 보고 웃지않을 수가 없었어요

  • 프로필이미지
    ko8ko2025-10-02 15:27:46

    이래서 군대를 제대로 다녀와야 하는가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10-02 14:27:00

    살다살다 별 소리를 다 들어봅니다.
    분단국가 군대의 아웃소싱이라니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02 09:51:28

    18방우 안규백이 ㅉ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3.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4.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5.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6.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7.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8.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9. 김병기 고발만 11건, 서울경찰청 통합 수사 착수…가족까지 수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경찰 수사로 간다. 서울경찰청은 31일,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고발 사건 11건 중 10건을 공공범죄수사대에 모아 통합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좌진의 녹취록 등 구체적 증거가 쏟아지면서 사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
  10. [전병헌 기고] ‘셰셰 외교’의 함정 :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굴종인가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과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자초한 “중국에는 셰셰, 미국에는 땡큐”라는 이른바 ‘셰셰 외교’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이제는 국정 운영의 실질 기조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