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회의 참석한 최강욱 교육연수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편의 기괴한 블랙코미디다. 거의 국민의 절반에 육박하는 상대당 지지자들을 "싹 묻어버리자"는, 정상 국가에선 상상도 못 할 전체주의적 망언이 터졌지만 그 장본인이 성범죄 옹호라는 더 저열한 추문에 휩싸이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발언으로 휘발되고, 더 나아가 그 이름도 역겨운 '민주교육연수원장' 사퇴로 묻혀버렸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우리 정치의 도덕적 판단 회로가 완전히 불타버렸음을 보여주는 진단서이자,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공허하고 기만적인가를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다.
이 끔찍한 가치 전도(轉倒)는 어디서 시작됐나. 모든 병엔 근원이 있다. 이 병의 시작은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입에서 "설마 2찍 아니겠지?"라는 말이 나온 그 순간이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당의 최고 지도자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우리'의 범주에서 공식 배제하고,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공당(公黨)이기를 포기하고, 특정 리더를 맹종하는 사당(私黨)이자 팬덤 집단으로 변질되는 문을 활짝 연 순간이었다.
리더가 길을 열자, 지지자들은 부끄러움 없이 그 길을 내달렸다. 그들은 '2찍'을 단순 멸칭을 넘어, 상대를 비국민으로 취급하고 인격을 말살하는 무기로 휘둘렀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벌레 보듯 하는 야만(野蠻)이 일상이 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관용'을 파괴한다는 자각조차 없다. 오히려 자신들이야말로 '악'을 청소하는 '선'이라는 위험한 확신에 차 있다. 최강욱의 "묻어버리자"는 발언은 돌출 행동이 아니다. 바로 이 리더가 설계하고 팬덤이 완성한 혐오의 생태계가 낳은, 필연적인 괴물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거대한 사기극의 실체다. 입으로는 국민이 주인(民主)이라면서, 행동으로는 '우리 편'이 아닌 국민은 주인의 자격이 없다고 겁박한다. 전체주의 국가들이 국호에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간판을 붙이고 인민을 억압하는 것과 지금 이들의 행태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언어의 타락은 정신의 타락으로 이어진다. '민주'라는 단어를 패거리 정치를 위한 장식품으로 전락시킨 순간, 그들은 이미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적이 된 것이다.
최강욱의 발언은 아마 조국당의 성범죄 비호 사건과 혐오발언에 무감각해진 국민들의 감수성에 의해 잊혀지겠지만,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고 따르는 국가라면 절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당 대표가 뿌린 혐오의 씨앗을, 맹목적 지지자들이 광적으로 키워내고, '민주당'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이 묵인하고 방조해온 합작품이다.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이 된 정당이 '민주'를 참칭하는 이 기괴한 현실을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는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수준이라 부르기에도 폐급 수준
군인 혹은 독재정권이 반대자들을 싹 묻어버리면 그게 민간인 학살이죠.
진보 꼰대 아재들의 대표성 최강욱 ㅉ
정치인만 욕 할 수 있나. 이런 인간을 옹호하는 집단이 있는데
세계가 극단의 정치로.... 아이돌 팬덤도 도를 넘더니 정치 팬덤도 미쳐 가는구나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요. 저런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이 많고 그들이 불러낸 것일까요
상식이하의 수준들만 저 자리까지 올라가는건지 올라가고 보니 저따위였는지.. 모를 일이네요.
저것들 유권자들의 제동이 없으면 가스실도 만들 기세네
'묻어버리자' 발언은 최강욱의 꼬리표가 되어야 합니다.
아주 악랄하고 저급한 족속들~~
저런 것들이 국회에 정부에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입니다. 무서운 세상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