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을 끝내고 입국을 하며 발언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영종도=연합뉴스)
스치듯 나눈 악수와 서서 나눈 몇 마디 대화가 외교 성과로 둔갑했다. 우원식 의원은 김정은을 만나 “7년 만입니다”라고 인사한 것을, 푸틴과 3~4분 서서 대화한 것을 성과라고 내세웠다. 박지원 전 원장은 더 나아가, 김정은이 자신을 외면했음에도 “대화 의지를 전달한 것만으로 큰 의미”라고 자평했다. 이런 아전인수를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이 외교적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혹했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이 행사를 두고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 모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과 자유 진영 전체가 불참한 자리에 유일하게 달려간 한국 대표단의 모습은, 그 ‘음모자들’의 일원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안 그래도 현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던 미국에게 이번 방중은 스스로 ‘우리는 당신들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큰 외교적 부담을 감수했는가. 제대로 된 회담은커녕 푸대접을 받을 가능성을 몰랐을 리 없다. 결국 이번 방중은 국익을 위한 고뇌의 결단이 아니라, 오직 국내 정치용 ‘사진 한 장’을 위해 대한민국의 국익과 동맹의 신뢰를 내던진 위험한 ‘정치적 쇼’ 아니었는가. 김정은·푸틴과 함께 있는 모습을 노출시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계산이 국가의 중차대한 외교적 선택을 압도한 것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역시 미측의 우려에도 중국 전승절에 참석했지만, 그때는 상황이 달랐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을 견제한다는 명분이 있었고, 시진핑 주석 바로 옆자리에 앉는 파격적인 예우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북·중·러 독재자들이 ‘반미 연대’를 과시하는 자리에 스스로 들러리를 서러 갔다가 무시만 당하고 온 꼴이다. 이는 외교가 아니라 굴욕이다.
정부는 ‘오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가 아니라 본질의 문제다. 지도자의 사진 한 장을 위해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고 동맹을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는 결코 국익이 될 수 없다. 이번 방중단이 들고 온 것은 성과가 아니라, 국익을 얼마나 경솔하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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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외교쇼
선 보고 퇴짜 맞고 혼자 날짜 잡고ㅋㅋ 가지가지 한다
같은 하늘 아래 있었으니 성공적 만남이라고 하지 그래.
국회의장이 이대텅의 비서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