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수' 방송 논란의 핵심은 이승만 대통령 개인의 특정 발언 여부를 넘어, 당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조직적인 기만 행위를 했는가에 있습니다.
논쟁의 한 축에는 CIA가 남긴 녹취록이라는 객관적 물증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남은 유일한 방송 기록인 이 자료에는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라는 유명한 문구가 없습니다 .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시의 전체적인 맥락입니다. 이 대통령 개인의 방송이 있기 전, 6월 27일 하루 동안 국방부는 "의정부를 탈환했다"는 등 명백한 허위 사실을 반복해서 방송했습니다 . 이 대통령은 이미 대전으로 피신한 상태에서 진행한 자신의 방송에서 이러한 정부의 거짓 발표를 바로잡지 않았고, 본인이 서울을 떠났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숨긴 것도 역사적 사실입니다.
김성민 칼럼니스트의 '서울사수방송 허위론'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승만 대통령은 비판받을 점 역시 있습니다.
그러나 '런승만'이라는 희화화 역시 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정치적 공격입니다.
논쟁적 칼럼이지만 싣는 이유는, 역사를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당위에 부합하며,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국민기만술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라는 미덕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더 정직한가? (그래픽-가피우스 생성)이재명은 성남시장 시절 이승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울 사수 거짓 방송하고 한강 철교 폭파 후 대구까지 도망갔다가 대전으로 돌아온, 한마디로 쓰레기 같은 인간"
사실관계를 따져보자. 이승만은 서울을 사수하겠다는 거짓 방송을 하지 않았다. 6월 27일 밤 이승만의 방송은 CIA산하 해외방송정보부가 모니터링하여 기록을 남겼다.
"(어제) 의정부 지역에서는 수십 대의 탱크를 포함한 중무기 (엄호를 받으며) 적군이 밀려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군이 준비가 안 되어 있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지만, 나중에는 탱크가 지나가는 길에 지뢰를 묻어 탱크를 파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적군은 탱크를 멈추고 내려서 지뢰를 제거한 뒤 이전처럼 전진했습니다. 우리 군은 지뢰를 제거하는 적군을 소총으로 쏴서 저지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적군은 장거리 소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 군은 그런 무기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적군을 상대로 정면으로 맞서기 어려웠지만, 우리 군은 맨손으로도 싸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군은 계속 진격하여 서울 외곽에서 불과 몇십 리(한국 1리는 약 400m-편집자 주) 떨어진 지점까지 도달했습니다."
의정부에 탱크 수십 대가 나타나 전진하지만, 무기 차이로 저지할 수 없었고 서울 외곽 몇십 리까지 도달했음을 말한다. 당시의 정보수준을 감안하면 이승만은 알고 있는 걸 모두 투명하게 밝혔다. 이어서 대통령으로 할 수 있었던 걸 말한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저는 밤늦게부터 이른 새벽까지 전신과 전화로 워싱턴과 도쿄에 연락하여 맥아더 장군뿐만 아니라 트루먼 대통령과도 (워싱턴 주재 우리 대사를 통해) 통화했습니다. 제가 말한 것은, 적이 우리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우리 전우들이 태평하게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무기를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와 미국, 일본, 한국에 있는 미국 친구들이 힘을 합쳐 우리의 국경 방어를 지켜낼 것입니다. 저는 트루먼에게 호소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천만 달러의 원조가 우리가 이러한 비상사태에 직면했을 때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맥아더와 트루먼에게 연락해 무기 원조를 호소했다.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일이니 원조가 당장은 오지 않는다.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가.
"한편, 무초 대사(는 긴급한 상황에 대해 워싱턴과 도쿄에 간청했습니다...). 오늘 오후에야 맥아더 장군으로부터 전보를 받았습니다. 동포들에게 (전보에 담긴 중요한 내용을) 알리고자 저는 침묵을 깨고 이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맥아더의 전보는 '나는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작전이 진행 중이다. 충분한 원조가 오고 있다'라고 쓰여 있었고, 맥아더가 서명했습니다."
"(또한, 입수한 긴급 정보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 대한 원조가 공군과 해군 형태로 도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이 병력은 오직 38선 이남의 방어에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날 이승만은 무초 미 대사와 만나 미국의 지원 내용을 듣고 방송을 결심했다. 맥아더가 공군과 해군을 보낼 것이지만, 38선 이남 방어에 한정되었다.
"오늘 오후에는 적군을 격퇴할 (전투 폭격기)와 적 탱크를 파괴할 경폭격기가 도착할 것입니다. 또한, 처치 장군은 우리 국방의 고문 역할을 하기 위해 즉시 도쿄를 떠나 서울로 올 것이며, 여러 명의 참모 장교들(도 도착할 것이고, 탄약 보급품이 지금 오고 있으며, 더 많은 보급품이 뒤따를 것입니다.)"
이날부터 미 공군이 작전을 시작해서 김일성은 순식간에 제공권을 뺏겨버렸다.
"(현재 상황에서 국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할 만합니다... 아시다시피, 일부 국민들은 이미 공산군에게 함락되거나) 공산군 지배하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군은 (원조가 도착할 때까지...) 맹렬히 싸워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옹진반도부터 동해안까지, 서쪽부터 동쪽까지 국경을 따라 적들과 맹렬히 싸우고 있는 우리 국군과 경찰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변변한 무기도 없이 용감하게 싸워온 의정부 지역 국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방송은 끝난다. 방송은 6월 27일 22시 15분에 나갔고, 한강 다리는 6월 28일 새벽에 폭파되었다. 다음 날 맥아더가 수원기지에 도착했고, 이승만도 미군 조종사가 조종하는 2인승 L5 경비행기를 타고 수원에 도착해 맥아더를 만난다.
28일 오후부터 한강 방어선 전투가 벌어졌다. 맥아더는 29일 한강 방어 상황을 시찰하며 작전을 구상했다. 한강 방어선 전투로 인해 인민군은 6일간 서울에 묶여있게 된다. 전쟁의 결정적 순간이다.
프로파간다를 걷어내고 보면, 이승만은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지 않나. 서울을 사수할 것처럼 말하고 도망가는 일은 없었다. 76세 노인이라고는 보기 힘든 정력으로 전선 곳곳을 누비며 전시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과오가 분명 있으나 성공적인 부분도 있었다. 월남패망사를 꼼꼼히 읽어보면 분명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잠깐, 나는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을까? 하나만 묻자. 1950년 6월 27일 이승만이 솔직한가, 2025년 8월 26일 이재명이 솔직한가?
국민의 53.1%가 한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무얼 보고 정상회담을 평가하고 있나. 정상회담이 끝나자 둘둘 말린 정상회담김밥 옆구리가 터져 단무지가 하나둘 튀어나온다.
"한국 측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다는 관세 합의 내용을 이번에 문서로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는 미측이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이 15%도 원래 목표가 아니었다. 12.5%로 인하하려는 지속적 노력이 실패해 15%가 된 것이었다. 문서로 명시하는 것이 실패로 돌아가는 걸 두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이 말한다.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된 회담"
나는 강유정의 이 말이 이승만이 했다고 잘못 알려진 서울 사수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십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
이 방송은 분명 거짓이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이재명 정부는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회담을 성공적으로 잘했습니다."
이건 사실이다.
관세 협상은 무역 전쟁이다. 무기가 없는 우리는 패퇴해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다. 수많은 산업이 무너져 많은 이들이 스러져 갈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는 국가 지도자가 솔직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 지도자가 투명하게 말한다면 어딘가에서 다시 뭉쳐 싸울 수 있지 않을까?
"관세협상은 우리가 불리합니다.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몇몇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농수산 등 많은 부분이 개방되어 피해입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겠습니다. 정부를 믿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말이 필요하지 않나? 그러나 협상이 성공적이라는데, 대책이 무슨 필요있을까. 정부 발표만 보면 오히려 돈 벌 일만 있을 거 같다.
이재명 정부는 75년 전 이승만 정부보다 투명하지 못하다. 75년 전보다 한미 관계도 나쁘다. 당시 남북이 갈라져 극단으로 치닫은 것처럼, 좌우가 갈라져 헐뜯는 것만 똑같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