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긴 해도, 심도 깊은 비판과 정치에 대한 조롱은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힘든 시기를 웃음으로 건너게 해주는 자양분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더 많다 생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새끼’라 부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에 비유하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던 게 누군가의 특별한 일탈이 아닌 흔하디 흔한 농담으로 받아들여지던 게 사실이고 간혹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놓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연예인과 스포츠인들은 ‘소신 있다’며 ‘개념인’으로 추앙받았다. 그들의 저주는 ‘풍자’였고 ‘저항’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국가대표, 그것도 2군 선수가 중국 공산당이 싫다고 한 마디 한 것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극우’ 행위가 됐다. 이 기막힌 이중 잣대에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결국 대한양궁협회는 이들을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하는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온라인 마녀사냥이 국가대표의 명예를 박탈할 수도 있는 현실의 징계로 이어지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 : 박주현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몰려가 린치를 가하는게 다름아닌 홍위병이다
과거 유시민 작가는 밤샘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상을 멸균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세균, 바이러스가 득실거리는 속에서 살아도 면역체계가 살아있고, 그 병균을 이겨낼 수 있어야 건강한 몸입니다. 사회를 유일사상이 지배하는 멸균실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그 말을 이제 그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줘야 할 시간이 왔다. 사회를 유일사상이 지배하는 멸균실로 만들려는 세력은 지금 과연 누구인가? 자신들은 온갖 욕설과 저주의 바이러스를 퍼뜨려도 ‘개념인’ 칭송을 받는게 당연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은 ‘박멸’해야 할 세균으로 취급하는 자들이 아닌가.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이라는 유기체를 병들게 하고, 특정 사상 외에는 아무것도 용납 못 하는 ‘정신적 멸균실’에 우리 모두를 가두려 하고 있다.
이것은 공정이 아니다. 그저 ‘우리 편’이 아니면 적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진영 싸움일 뿐이다. 그들의 행태는 비판이 아니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사회적으로 제거하려는 ‘사이버 인민재판’에 가깝다. 마치 일제(日帝)가 ‘불령선인’ 딱지 하나로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던 것처럼, ‘일베’, ‘극우’라는 딱지를 앞세워 온라인상의 ‘사상경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논란의 본질은 간단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라는 천부인권(天賦人權)을, 특정 진영이 자신들의 잣대로 재단하고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내 머릿속 생각이 온라인 조리돌림과 사회적 명예살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 사람의 사적인 생각까지 끄집어내 ‘우리 편’인지 아닌지를 검열하는 사회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려는 광기(狂氣)에 맞서 개인의 자유를 지켜낼 것인가.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한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이 폭력을 좌시해선 안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이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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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진짜 심각한 현실입니다.
점점 미쳐가는구나. 좌표 짝어서 지랄해서 좌파냐. 계념 있는 척 좀 그만해
여기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국가가 맞는지...
나라가 비정상적이에요
잘 봤습니다.
어쩌다 진보라 불리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비웃던 대상과 같은 짓을 하게 됐을까요.
잘봤습니다.
인민재판같은 다른생각 죽이기 모습보면 여기가 중국인지 대한민국인지 헷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