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딸의 입시 스펙을 부정하게 쌓아 주고 아들의 대학 시험을 대신 쳐 줬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자, 아들의 인턴 스펙을 만들어 준 최강욱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영입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받자, 제삼자를 데려와 증거 인멸을 했다.
나는 참 신기하다.
대학에서 딸, 아들 또래 눈 초롱초롱한 학생을 매일같이 만날 거 아닌가. 허위 스펙을 만들고, 자식 대리 시험을 치면서도, 학생들 눈을 마주칠 수 있단 말인가?
허위 스펙을 만들어 준 최강욱을 공직기강 잡으라고 임명하면서, 아무리 끼리끼리라지만 눈 마주치기 민망하지 않았을까?
"국민들이 공직 사회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청렴하고 공정한 공직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 푸웁... 크크"
최강욱도 빵 터지지 않았을까.
"공정한 공직 사회... 으흐흐..."
둘이 얼굴 마주 보며 이러지 않았을까.
증거 인멸을 하며, 모른 척 버티기를 하며 그 수많은 눈빛이 부끄럽지 않았을까? 서초동을 메운 촛불 모두 조국이 결백하다고 믿었던 사람들 아닌가. 마음의 걸림돌이 없었단 말인가?
조국은 몰염치의 그랜드슬래머다.
새로운 소명을 받을 때마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몰염치한 짓을 저지른다. 대학에서는 입시 부정에 학사 부정을 저지르고, 민정수석을 하면서는 부정하게 인사를 하고, 법무 장관을 하면서는 증거 인멸을 한다.
어느 곳에 가든, 무슨 일을 하든 사사롭게 자기 이득을 위해 염치없이 굴었다. 심지어 교도소에 가서도 영치금을 더 받기 위해 공지까지 올리며 최선을 다한다. 온 가족이 단합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다한다.
이런 자를 사면해 다시 공직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은 테러다. 저마다 가지고 있던 윤리 기준을 와장창 깨뜨려 버리는 사회적 테러다.
"시험을 치는데 왜 컨닝을 안 하지? 순발력이 없나?"
"아버지 아는 사람 많아서 스펙 좀 만들어 준다는데 뭐가 불만이지? 빽 없는 게 죄 아냐?"
"엄마, 엄마, 이리 와 시험 대신 쳐 줘요."
"내 똥 덮어 준 애, 떡 하나 더 주는 거 당연한 거 아냐."
"내가 뺑소니 치긴 했는데 본 사람이 없으니 죄가 아니잖아."
"교실에서 돈 훔친 사람 나오라며 반 아이들 모두 손 들고 벌 섰지. 안 걸릴 뻔했는데 참 아쉽다."
이게 조국식 사회 윤리 아닌가. 조국을 사면하는 것은 이렇게 살아야 잘 사는 거라고 공표하는 거다. 조국도 잘 사는데, 정경심도 잘 사는데, 조민도, 최강욱도 잘 사는데 네가 뭐가 잘났다고 그래? 이 말을 어떻게 이기나?
임명자인 문재인은 사면을 요청할 게 아니라, 사죄를 해야 한다. 조국은 사면을 받으면 도륙당했다는 일가와 다 함께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당장 조국을 대선 후보급으로 취급하는 기사가 나오지 않던가. 돈과 명예를 챙기며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그래픽 | 가피우스
8월 15일, 하루 동안은 억울해서 빨간불에 길이라도 건너야겠다. 누가 천 원짜리라도 흘리면 슬쩍 가서 밟아야겠다. 길가에 침이라도 퉤 뱉어야겠다. 온 국민이 내가 뭐 잘났다고 하는 마음으로 8월 15일을 보낼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
김성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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