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장교들 격려하는 이재명 대통령 (계룡=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기어이 국방 교육의 근간에 손을 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육군, 해군, 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군별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합동성을 강화해 체계적으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발표를 듣는 순간, 안보를 걱정하는 이들의 등골은 서늘해졌다. 이것은 혁신이 아니다. 현대전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비전문가들의 ‘군대 해체 쇼’다.
현대 전쟁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땅을 기며 고지를 점령하는 보병의 전술과, 망망대해에서 함정을 지휘하는 항해술, 초음속으로 하늘을 가르는 파일럿의 공학적 지식은 뿌리부터 다르다. 그래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군사 강국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3군 사관학교를 엄격히 분리해 운영한다. 그들이 바보라서 ‘통합의 효율’을 모르는 게 아니다. 다른 것은 다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국방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이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통합 국방인’을 만들겠다고 한다. 축구, 야구, 농구 선수를 한 합숙소에 가둬놓고 “너희는 다 같은 운동선수니 똑같이 훈련하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발도 못 쓰고, 배트도 못 휘두르고, 슛도 못 쏘는 ‘어중이떠중이’들만 양산될 것이다. 바다의 생리를 모르는 해군 장교, 하늘의 공포를 모르는 공군 장교가 지휘하는 부대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정부가 내세우는 ‘합동성(Jointness)’은 각 군이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가 된 뒤,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할 때 생기는 시너지다. 처음부터 정체성을 말살하고 뒤섞는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이것은 합동성이 아니라 ‘잡탕’이다.
진짜 의도는 뻔하다. 이 정권 특유의 ‘엘리트 해체’ 본능이다. 육사 출신들이 군 요직을 독점하는 게 꼴 보기 싫고, 각 군 사관학교가 가진 전통과 자부심이 ‘기득권’처럼 보이니, 아예 그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심산이다. 평등이라는 이념을 위해 전문성과 수월성(Excellence)을 제물로 바치는 ‘하향 평준화’의 망령이, 교육과 경제를 넘어 이제 안보의 심장부까지 덮쳤다.
거수경례하는 이재명 대통령 (계룡=연합뉴스)
사관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다. 각 군의 역사와 혼(魂)이 서린 곳이다. 그 정체성을 지워버리면 군인의 명예도 사라진다. 대통령은 “체계적 양성”이라고 했지만, 군인들은 “우리를 그냥 제복 입은 월급쟁이로 만들려 한다”고 느낄 것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며 전문성을 키우는데, 우리는 스스로 군의 전문성을 허물고 있다. 3군 통합 사관학교에서 배출될 장교들이 지킬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는 사라지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개조된 ‘정치 군인’들만 득실거리는 군대. 그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꿈꾸는 ‘국방 개혁’의 종착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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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