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박주현 쫄지 말고, 쓰고, 말하고, 떠들자.
휴대전화가 울리길 기다렸다. 민주당이 나를 이재명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가 됐기 때문이다. 기소면 기소, 무혐의면 무혐의, 통보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형사사법포털에 들어가 봤다. 사건은 이미 지난 1월에 종결돼 있었다. ‘불송치(혐의없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하긴 뭐 이런 일을 언제 또 겪어봤어야 알지.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는 건조했다. “피의자는 칼럼니스트로서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해 개인적,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지,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정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것이 죄가 된다면 언론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결과는 상식적이었지만,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집권 여당이 작심하고 고발장을 날리면, 아무리 강단 있는 사람이라도 위축된다. 경찰서 조사실의 차가운 공기,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번거로움, 혹시라도 기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나 역시 글을 쓸 때마다 한 번 더 멈칫거리고, 단어를 고르며 자기 검열을 했다.
권력이 노린 건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나를 감옥에 보내지 못할 것을 알았을 것이다. 법리적으로 무리라는 걸 그들도 안다. 하지만 그들은 고발했다.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괴롭힘이었기 때문이다. “떠들면 피곤해진다”는 본보기를 보여, 칼럼니스트의 펜을 무디게 하고 독자들의 입을 닫게 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글을 업으로 삼는 나조차 이 정도 압박을 느끼는데, 평범한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댓글 하나, 게시글 하나 남길 때마다 “이러다 잡혀가는 거 아냐?”라고 스스로 검열하게 만드는 세상. 그것이 그들이 꿈꾸는 ‘조용한 대한민국’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다가올 3월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정부가 허위 조작 정보라고 판단하면 게시물을 삭제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다. 이번에는 경찰의 상식적인 판단으로 불송치됐지만, 3월 이후라면 어땠을까. 행정부가 ‘가짜 뉴스’ 딱지를 붙여 입을 막아버리면,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박탈당할지 모른다.
권력은 점점 더 높은 담을 쌓고, 감시의 눈을 번득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그들이 ‘진실’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반증한다. 떳떳한 권력은 비판을 겁내지 않는다. 비판을 범죄로 만들려는 자들은,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은 자들이다.
불송치 결정문을 덮으며 다짐한다. 나는 계속 쓸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권한다. 겁먹지 마시라. 위축되지 마시라. 그들이 우리를 귀찮게 할 수는 있어도, 우리의 입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어둠 속에서 휘파람을 불면 무서움이 사라지듯, 억압 속에서 진실을 말하면 권력의 공포가 사라진다.
고발장은 날아왔지만 혐의는 없었다. 상식은 아직 살아있다. 그러니 쫄지 말고, 쓰고, 말하고, 떠들자. 그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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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진짜 이정부..정부라 말하기도 싫다..
고생많으셨습니다.
공안정국을 만들겠다는 얘기고
착착 진행하고 있지요?
그런데도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고요.
뜨거운 솥안의 개구리 신세인 줄 언제쯤 알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