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칼럼] 1억 성과급보다 빛난 '피자 10판'의 품격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2-04 10:25:53
  • 수정 2026-02-04 10:28:43

  • 익명 앱 '블라인드'를 덥힌 SK하이닉스 직원, 역대급 성과급 받아 들고 보육원 달려가
  • "돈 쓰고 왔는데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다", 어려웠던 유년 기억하며 건넨 따뜻한 위로
  • "워런 버핏보다 부자" 네티즌들의 찬사, 돈의 가치를 완성한 어느 직장인의 품격

사진 : 블라인드에 올라온 A씨의 사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종종 삭막하다. 연봉을 비교하며 서로를 깎아내리거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배설의 공간이 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그 차가운 액정 화면 위로, 유독 온기가 느껴지는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은 ‘오늘 자랑 좀 할게. 나 돈 좀 쓰고 왔어’.


글쓴이는 SK하이닉스 직원이다. 회사가 47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직원들은 1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게 됐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목돈이다. 보통이라면 명품 가방을 샀다거나 차를 바꿨다는 자랑이 올라올 법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성과급을 받자마자 세종시의 한 보육원을 찾았다. 피자 10판과 과일,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견과류를 종류별로 사서 전달했다. 미리 전화를 걸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그가 남긴 소회는 단순한 기부 인증을 넘어선, 깊은 울림이었다.


사진 : 블라인드에 올라온 A씨의 사진
“갔다 오니까 행복하면서도 너무 슬픈, 그런 복잡한 마음이 든다.”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이 너무 힘들었기에, 취업하면 꼭 보육원에 기부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 뒤로, 여전히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보며 느낀 ‘미안함’과 ‘슬픔’이 밀려온 것이다. “나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 마음이 쓰였다”는 그의 고백은, 돈을 쓰는 행위가 과시가 아니라 ‘공감’일 때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성과급 500% 더 받아라”, “마인드만큼은 워런 버핏보다 더 부자다”, “너의 남은 인생에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길 바란다”는 축복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삭막한 경쟁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이 직원의 따뜻한 마음씀씀이에서 도리어 위로를 받은 것이다.


돈은 차갑다. 하지만 그 돈을 쓰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온도가 바뀐다. 그가 건넨 것은 단순한 피자와 과자가 아니었다.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였고, “나도 힘들었지만 이렇게 일어섰다”는 무언의 격려였다.


1억 원이라는 숫자는 통장에 찍히는 순간 그저 ‘자산’이 되지만, 그것이 이웃을 위해 쓰이는 순간 ‘가치’가 된다. “오늘 처음으로 돈을 돈답게 쓴 기분”이라던 그의 말처럼, 돈의 주인은 그것을 움켜쥔 사람이 아니라, 그것으로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준 사람이다.


세상이 어지럽고 경제가 팍팍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땀방울을 이웃과 나누는 이런 평범한 영웅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아직 살 만하다. 47조 원의 영업이익보다 더 빛나는 건, 피자 10판에 담긴 그 직원의 따뜻한 포옹이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6-02-04 15:00:54

    나라 망해봐야 정신차리지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이야기를 보면 또 열심히 떠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처럼 따뜻한 기사에 마음도 따뜻해지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2-04 13:15:51

    모처럼 훈훈하고 따뜻한 기사 제목이다 싶었는데
    역시 팩트파인더.
    언론 지형이 팩트파인더 같아지면 좋겠어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2-04 11:37:09

    나의 돈은 자산인가 가치인가, 큰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칼럼] 국가는 '평론'하는 곳이 아니라 '조율'하는 곳이다 어제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현장 투입을 막아선 사태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는 기술의 파도를 "거대한 수레"에 비유하며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까지 소환해 "어차피 올 세상이니 적응하...
  2. [심혈관] ‘파멸(វិនាសអន្តរាយ)’을 배달한 대통령, 당장 휴대폰을 빼앗아라 이재명 대통령의 가벼운 입이 결국 국제 무대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캄보디아 내 범죄 조직을 소탕하겠다며 현지어로 올린 SNS 메시지가 주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캄보디아 정부의 공식적인 항의를 부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홍보가 다 돼서 지웠다”는 유체이탈 해명을 내놨지만, 실상은 타국 언론의 뭇매를 맞고 대사가 불려 나..
  3. [칼럼] 서민의 '단맛'까지 세금으로 뺏겠다는 가혹한 위선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사용을 억제하자”고 띄우자마자,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사천리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비만과 당뇨를 막기 위해 설탕 들어간 음료에 ‘부담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보통 ‘설탕세(Sugar Tax)’라고 부른.
  4. 이재명은 집 팔라는데 시아버지 유언이라 못 판다는 민주당 "국민은 파는 게 유리할 것" 협박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사정 있어 못 판다" 버티기 "세입자 걱정돼서" 기상천외 변명까지"시아버지 유언이라서" 못 판다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향해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에 가까운 압박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국정 운영의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 소.
  5. 상주의 자리, 총리의 자리 모친상에도 국무회의를 주재했던 이낙연 전 총리의 일화. 문재인대통령개헌안을 위해 모친상 당일에도 정상출근해 개헌안을 의결하고 빈소로 향해. 지금의 공직자들은 대체 무엇에 복무하고 누구를 위해 일하나.
  6. [심혈관] "돈이 더 들어와 놀라셨죠~?' 김경, '피싱후원'의 새 장르 개척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김경 전 서울시의원의 이른바 '계좌 세탁' 수법은 가히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아르바이트생에게 급여를 보낸다며 90만 원 대신 900만 원을 입금한 뒤,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으니 차액을 다른 계좌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반환 계좌'의 주인은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 국...
  7. [칼럼] 권력은 고발하고, 경찰은 무혐의라 하고, 나는 쓴다 휴대전화가 울리길 기다렸다. 민주당이 나를 이재명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가 됐기 때문이다. 기소면 기소, 무혐의면 무혐의, 통보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형사사법포털에 들어가 봤다. 사건은 이미 지난 1월에 종결돼 있었다. ‘불송치(혐의없음)’. 피식하고 웃음...
  8. 거짓으로 쌓은 권력의 몰락 : 제프리 엡스틴의 범죄와 죽음 작은 사기꾼, 결국 희대의 범죄자가 되다 제프리 엡스틴의 도약은 1970년대 중반 뉴욕의 금융회사 베어스턴스에서 시작된다. 대학을 중퇴했던 그는 인맥을 통해 명문 사립학교 돌턴스쿨의 수학교사로 채용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학부모이자 베어스턴스 의장이었던 에이스 그린버그의 눈에 들어 월스트리트에 입성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
  9. "출장 접고 와라" 이재용 팔 비틀어 받아낸 300조… 李정부의 '청구서 정치' "출장 접고 와라" 이재용 팔 비틀어 받아낸 300조… 李정부의 '청구서 정치' '실용' 가면 쓴 이재명식 관치 경제의 민낯"해외 일정을 취소하고 오셨다면서요?" (이재명 대통령) "당연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 이재명 대통령의 물음에 이재용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원팀&#.
  10. [칼럼] 1억 성과급보다 빛난 '피자 10판'의 품격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종종 삭막하다. 연봉을 비교하며 서로를 깎아내리거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배설의 공간이 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그 차가운 액정 화면 위로, 유독 온기가 느껴지는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은 ‘오늘 자랑 좀 할게. 나 돈 좀 쓰고 왔어’.글쓴이는 SK하이닉스 직원이다. 회사가 47...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