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지역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선 이후 발표된 첫 국무부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내용의 상당 부분이 축소되고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삭제돼 논란이 예상된다.
12일(현지시간) 공개된 '2024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국무부는 북한에 대해 "북한 정부는 사형, 신체 학대, 강제 실종, 집단 처벌을 포함한 만행과 강압을 통해 국가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발표된 보고서와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고서의 분량과 구성이다. 전년도 53장이었던 보고서가 25장으로 대폭 축소됐고, 7개 항으로 구성됐던 보고서가 '생명, 자유, 인간 안보' 3개 항으로 단순화됐다. 이는 보고서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줄었음을 의미한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북한 정치 체제에 대한 비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할 수 없으며 당국이 야당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던 내용이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북한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언급도 사라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인 마코 루비오가 다른 나라 선거 제도의 정당성이나 공정성에 대해 평가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를 중요시했다. 보편적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보고서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고서는 북한에서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살해, 실종, 고문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모멸적인 대우나 처벌 ▲강압적인 의료 또는 심리 관행 ▲자의적 체포나 구금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약 ▲종교의 자유 제약 ▲강제 낙태나 불임 수술 ▲강제노동을 포함한 인신매매 ▲독립적인 노동조합 금지 ▲최악 형태의 아동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뢰할만한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내용들은 과거 보고서에서도 늘 지적해 온 것들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을 재확인해 준다.
다만, 이번 보고서의 축소된 분량과 비판적 시각 삭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인권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할 경우 외교적 해법을 찾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무부는 보고서 작성에 있어 국제기구, 인권단체, 언론 보도 등을 활용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어려워 신뢰할만한 정보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 판문점서 만난 김정은과 트럼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