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답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범죄의 표적이 되고, 국민이 해외 범죄 소굴에서 절규할 때, 국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 세계의 범죄'와 전쟁을 벌이겠다며 요란하다. 현실의 국민을 지키는 책무는 내팽개친 채, 모니터 속 픽셀 쪼가리를 심판하는 데 국력을 낭비하는 기괴하고도 참담한 현실.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사진 : 서구의 PC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해 게임 자체의 재미로 성공을 거둔 스텔라 블레이드이 비정상의 정점에는 대통령이 있다. 아동 유괴라는, 상상만으로도 부모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끔찍한 범죄 앞에서 나온 대통령의 말은 국민의 귀를 의심케 했다. "통계가 늘었나, 보도가 늘었나." 이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국민이 느끼는 공포의 무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의 비극 앞에서 냉담한 통계 수치를 먼저 찾는 리더십의 파산을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이럴진대, 정부 조직인들 온전할 리 없다. 미얀마에서 우리 국민이 겪은 일은 외교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를 증명한다. 목숨을 걸고 탈출해 도움을 요청한 자국민에게 "업무 시간에 다시 오라"는 식의 대응이 과연 정상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 국민이 범죄 소굴에서 방치되는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시중에선 현실의 위협엔 눈감고 오직 자신들의 이념적 잣대로 문화 산업을 파괴하려는 현 정권을 '민주 탈레반'이라 부른다. 아프간 탈레반이 현실의 민생은 파탄 내놓고 그들의 이념에 맞지 않는 바미얀 석불을 파괴했듯, 지금 이 정권은 현실의 국민 안전 시스템을 붕괴시켜 놓고, 그들의 이념적 잣대에 맞지 않는 게임 산업을 파괴하려 한다. 그 방식은 단순한 산업 탄압을 넘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폭거에 가깝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사전 검열' 폐지가 물 건너 간 걸 넘어, 이제는 한술 더 떠 '아청법'의 칼날을 꺼내 들었다.
사진 : 지난 대선 2030과 게임업계이 지지를 구하기 위해 사전 검열 폐지를 공약했던 이재명 대통령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아청법은 실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성범죄자를 단죄하기 위해 피눈물로 만든 법이다. 그런데 이 신성하고 준엄한 법을, 이제 데이터 쪼가리, 픽셀과 폴리곤 덩어리에 불과한 가상 캐릭터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법학계의 조롱거리가 될 만한 희대의 코미디이자, 진짜 아동 성범죄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는 입법적 모독이다. 현실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울부짖을 때 국가는 '통계'를 따지더니, 가상의 캐릭터를 보고는 '성범죄'를 논한다. 이것이 제정신인가.
2030 세대와 게임업계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이는 국가로부터의 완전한 배신이다. 그들에게 게임이란 거의 유일하게 허용된 취미생활이자 개발자들의 꿈이다. 성실하게 일하고, 세금 내고,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 국부를 벌어들이는 이들에게, 국가는 보호는커녕 잠재적 성범죄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려 한다. 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가. 중세의 광신도들이 역병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게 되자 마녀를 만들어 화형에 처했듯, 지금 이 정권은 자신들의 총체적 국정 실패를 설명할 수 없게 되자 게임 개발자와 2030 유저들을 '가상의 아동 성범죄자'로 몰아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게임 산업은 그들에게 반드시 파괴해야 할 '바미얀 석불'이 된 것이다. 그 방식은 놀랍도록 탈레반을 닮았다. 자유 진영의 어떤 나라도 채택하지 않는 '사전 검열'을 넘어 '아청법 적용'이라는 다이너마이트를 꺼내 들었다. 사전 검열은 중국, 북한, 이란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이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쓰는 낡은 유물이다. 지금 민주당은 대한민국을 그 중에서도 선두로 만들려 한다. 이슬람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조차 무공해 산업인 게임의 미래를 위해 문을 여는 마당에, '수출입국'으로 일어선 나라가 스스로 '쇄국'과 '통제'의 길을 택하겠다니, 이것이 제정신인가.
도대체 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그 잘난 '도덕적 우월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희생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가. 가히 인기의 정점이라 일컬어지는 K팝과 K드라마의 수출액을 합쳐도 게임 산업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굴뚝도, 폐수도 없는 이 청정(淸淨) 산업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국부(國富)를 걷어차면서까지 지켜야 할 가상 케릭터의 인권과 그들의 도덕성이란 대체 무엇인가.
전과가 무려 22개에 달하는 국무위원으로 구성된 정권의 그 하찮은 도덕성을 떠올려보면 실소가 터진다. 진보 진영에서 터져 나왔던 온갖 성 관련 범죄들을 굳이 소환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흠결은 온갖 궤변으로 덮으면서 국민은 계몽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그 오만함이 문제의 본질이다.
민주주의의 출발은 국민의 지성과 판단력에 대한 신뢰 아닌가. 그러나 이 나라 정치권은 국민을 믿지 않는다. 성인이 성인물을 볼 권리조차 위선적 잣대로 꽁꽁 막아놓은 나라에서, 이제는 가상 캐릭터까지 보호하고 단죄하겠다는 발상. 그 위선과 가식이 역겹다.
결국 이 모든 광기의 뿌리에는 '민주 탈레반'의 본성이 자리 잡고 있다. 현실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으니, 만만한 기업과 창작자를 희생양 삼아 이념적 순수성을 과시하며 '일하는 척' 쇼를 하는 것이다. 국민은 현실에 사는데, 정부는 이념의 포로가 되어 가상 세계를 떠돌고 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 문제는 우파도 좌파도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 땐 게관위 검열이란 유명한 것이 있었죠
두 달 쌍방 과실이었고 이제 이를 막을 건 정치가 아닌 시민의 힘입니다
좋은기사 잘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후원합니다.
그래서 좌빨은 정신 질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