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세종=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우위’라는 발상이야말로 이 나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천만한 것이다. 이는 헌법 정신에 대한 무지이거나, 혹은 전체주의를 향한 의도적인 선언이다.
민주국가에 외형적인 형식상 의전의 서열은 있어도, 권력의 서열은 법전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는다. 헌법이 명시한 삼권분립은 선출된 행정부·입법부와 임명된 사법부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견제하라는 대원칙이다. 국민이 직접 뽑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법부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한 선언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일 뿐이다.
역사는 ‘선출된 권력’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똑똑히 증언한다. 나치 히틀러는 합법적 선거로 집권해 의회를 장악한 뒤, ‘국민이 뽑은 권력’을 내세워 법원을 무력화시키고 모든 권력을 독점했다. 남미의 우고 차베스 역시 민주적 선거로 대통령이 된 뒤, ‘선출된 권력’의 이름으로 사법부를 장악하고 헌법을 뜯어고쳐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다. 선출된 권력이 사법부라는 ‘임명된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민주주의가 어떻게 독재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다.
그 섬뜩한 역사의 망령이 2025년 대한민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위험한 발상의 칼날은 지금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 조희대 대법원장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출처 불명의 유언비어 하나에 대통령부터 당대표, 거대 여당 전체가 뇌화부동(雷同附和)하고 있다. 대법원장을 ‘좌표’ 찍어 겁박하고, 사법부 전체를 정권의 발아래 두려는 시도는 사실상의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반민주 내란세력’의 행태나 다름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들의 과거다. 불과 얼마 전, 야당 시절의 그들은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을 어떻게 대했는가?. 오직 전임 정부의 실패만을 목표로 국가 시스템 자체를 허물지 않았는가. 헌정사상 유일한 예산안 단독처리를 통해 예산안과 특활비를 무기로 행정부를 넘어 국정원과 검경의 손발을 묶어 국가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행정부의 "예산 집행권"을 무력화 시켰으며, 장관이 임명되는 족족 탄핵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 사실상 대통령의 '임명권'를 방해하고, 더 나아가 행정부를 식물로 만들었다. 다수 의석의 힘으로 위헌적 요소들이 다분한 법안들을 밀어붙여 대통령의 거부권을 조롱하고, 그것을 다시 탄핵의 땔감으로 삼으려 하지 않았는가.
그랬던 그들이 이제 권력을 잡았다고 ‘선출된 권력’을 존중하라고 말한다. 결국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헌법 정신이나 민주주의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직 자신들의 권력 장악에 유리한가 불리한가 만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다. ‘선출된 권력’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헌법의 대원칙을 허물고 있는 세력. 과연 누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보고 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찢로남불 본능을 절대 숨길수 없죠
개념 머리 텅텅 빈 자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하는 짓이
권력욕을 내비치는 것 말고는 없음,
그 정도가 참담할 정도임.
선출된 권력이라고 법 위에 있나..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