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경제6단체 대표단과 면담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재계 인사들 앞에서 "배임죄를 손보겠다"라고 말하자마자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폐지까지 검토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막힘없이 노조의 손만 들어주다 돌연, 이번엔 기업의 숙원을 해결해 주겠다며 던지는 당근이다. 표면적으로는 '균형'을 잡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한 달 전,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기업주에 대한 '살인죄' 적용까지 운운하던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심지어 "허가 취소"까지 거론하며 기업을 윽박지르던 그 서슬 퍼런 모습은 어디로 갔나.
이 정부의 반(反)기업 행보는 집요하고 전방위적이었다. 불법 파업으로 천문학적 손실을 입어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였다. 산업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경영 책임자에게 직접 형사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칼날은 기업의 투자와 혁신 의지를 꺾어왔다. 어디 그뿐인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가 아닌 '주주'에게까지 확대해 소송 남발의 길을 터주는 상법 개정안으로 경영권 방어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플랫폼 독점규제법'은 혁신의 싹을 자르는 사전 규제의 전형이다. 이렇게 사방에서 기업의 숨통을 조여오던 정부가 하루아침에 돌변해 재계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배임죄'를 풀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부자연스러운 변신의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시중의 의심은 한 곳으로 향한다. "자기 재판 때문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의 핵심 피의자로 비록 당선으로 중지되었지만 재판을 영원히 멈출 순 없다. 두 사건 모두 그의 중점적인 혐의는 '업무상 배임'이다. 수천억 원대 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몰아줘 지자체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고, 너무나도 공교롭게도, 아니 너무나 노골적으로,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와 직결된 법 조항을 스스로 없애려 하고 있다. 이것을 어찌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라 할 수 있는가.
역사는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의 '맞춤형 입법'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을 향한 부패 재판을 피하기 위해 국가 사법 시스템을 누더기로 만들었다. '경제를 위한다'는 명분 뒤에 숨은 것은 결국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제거하려는 '사익(私益)'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배임죄는 물론 손볼 곳이 있다. 하지만 그 대안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일이지, 특정인의 재판을 앞두고 국가 형법의 대들보를 뽑아버리는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를두고 재벌 총수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라 여길까?, 아니면 '셀프 면죄부'라 여길까?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한국 법의 존재목적이 저거 수령님 보호인 조폭집단!!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 알죠. 징글징글합니다.
조만간 음주운전도 합법될 기세
모든 기준은 이텅 범죄 혐의 벗기기. 제대로 돌아버린 것들. 정말 나라 망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