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에도 최소한의 논리는 필요하다. 성공했다 주장하는 협상의 진위를 따지는 것이 어떻게 국익에 해가 되는가. 상식적으로, 승리한 장수는 전리품을 높이 들어 보이며 병사들의 사기를 드높인다. 그것을 창고 깊숙이 숨겨놓고 “전리품이 무엇인지 따져 물으면 군의 사기가 저하된다”라고 말하는 장수가 있다면, 그를 제정신으로 볼 사람은 없다. 대통령실의 논리는 정확히 이와 같다.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모든 기록을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트럼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역사적 쾌거’라 선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진실을 숨기려는 자가 범인이라는 문구는 한때 민주당의 급훈이라도 되는 냥 쓰이던 말 아닌가?.
그래픽 : 박주현 한때 숨기는 자가 범인이다는 말은 민주당이 앵무새처럼 외치던 말이다.
물론, ‘국익’을 위해 결정적 진실을 숨겨야 했던 비장한 순간이 우리 역사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순신 장군은 노량의 거친 바다 위에서 스러져가며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는 적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휘관과 그의 귀신같은 전술의 부재(不在)를 끝까지 감추기 위한 처절한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묻자. 이재명 정부가 지금 이순신 장군을 흉내라도 내고 있는 것인가. 한미 관세 협상이라는 테이블에서 ‘이 나라에는 제대로 된 협상 전략도, 리더도 부재하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들키지 말아 달라고 국민에게 애원하는 소리인가. 이런 얼치기 통상 협상을 임진왜란의 마지막 결전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성웅(聖雄)에 대한 모독이다.
진실을 묻는 행위가 ‘국가’에 해가 됐던 사례는 되레 전체주의 국가의 폐허 속에서 발견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을 때,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회주의 대의’라는 국익에 해가 되는 불온한 것이었다. 동독의 슈타지가 쌓아 올린 방대한 감시 기록물 역시 ‘국가 안보’라는 국익을 위한 숭고한 행위로 포장됐다. 하지만 그들이 말한 ‘국익’은 결국 모든 면이 부실한 엉성한 권력을 연명시키기 위한 ‘정권의 이익’에 불과했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 ‘국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때, 과연 그 단어의 역사적 무게를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국익 손해’라는 말이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을 향한 협박처럼 들린다는 점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미국에 무엇을 얼마나 내주었는지 당신들이 알게 되면, 향후 협상에서 우리가 불리해지니 입 다물라”는 말과 같다. 불리한 조항을 맺은 무능한 협상가는 비판받지 않고, 그 내용을 알고자 하는 국민이 역적이 되는 세상. 이것이 이재명 정부가 꿈꾸는 나라인가.
이번 사태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졸속 협상이라는 본질, 그것을 덮으려는 책임 회피의 기술, 나아가 국민을 국가의 방해물로 여기는 통치 철학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진실은 국익의 적이 아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이야말로 국익을 좀먹는 가장 위험한 암세포다.
무능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이 해오던 말은 지난 몇백 년이 흘러도 하나같이 발전이 없다.
"어허 네 이놈! 그 입 다물지 못할까!"
그래픽 : 박주현 못난 권력의 워딩은 몇 백년이 지나도 발전이 없다 "네 이놈! 그 입 다물지 못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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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관심 없고 입다물고 있는 인간들이 나라가 망하기 전까진 자기 맘 편하다고 괜찮은 줄 아는 이상한 세상
날이갈수록 신박해지는 ...
실력도 없는데다가 머리도 진짜 나빠
잘읽었습니다
멍통렁 하고싶은대로 하겠지만 과연 내년 지선에선 참담하게 되리라 봅니다. 서로 물고 뜯겠지
국익을 해치고 있는 1등 공신이 대통령 아닌가요?
국익에 해가 되는 너만 콩밥 먹으면 되는데...
감히 국민에게 입다물고 눈 감고 속이는 대로 가만히 있으라 협박하는 오만한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