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부터 까놓고 보자. 2023년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은 709억 달러를 수출했고, 철강 산업은 384억 달러를 수출했다. 둘을 합치면 1000억 달러가 넘는, 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핵심 동력이다. 반면, 이재명 정부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농림어업 전체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7%다. 쌀과 소고기 산업만을 계산하면 0.6%에 불과하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만 생각하면 정말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1000억 달러짜리 미래를 포기하고 0.6%짜리 과거를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이 매번 먹히는 배경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낡아빠진 이념이 있다. 농업이 세상의 근본이라는 건, 농경사회에서나 통하던 말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왜 철 지난 이념에 복무해야 하는가?
이번 한미 관세협상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이 얼마나 진영논리에 깊이 빠져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협상단은 '쌀과 소고기 시장 사수'라는 절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진까지 동원하며 방어했다고 한다. 핵심 지지층인 전농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
결과는 처참했다. 쌀과 소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은 막았을지 몰라도,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잃었다. 한미 FTA로 '0% 관세' 혜택을 누리던 자동차 산업은 하루아침에 15%의 관세 장벽에 부딪혔고, 철강 산업은 50%의 관세 폭탄을 그대로 맞았다. 대통령실 관계자조차 "아쉬운 부분"이라고 인정할 정도의 완벽한 외교 실패다. 이는 국가 경제 전체를 위한 협상이 아니라, 오직 진보 진영의 입맛에 맞춘 '그들만의 승리'였을 뿐이다.
'식량주권'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소위 민주진영은 이 모든 실패를 '식량주권 수호'라는 명분으로 포장한다.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농업을 "전략 안보 산업"이라 부르며 반대 의견을 "무식한 분들아"라고 폄하하는 모습에서 그 독선이 드러난다. 하지만 진짜 국익을 위한 길은 고립주의적인 '식량주권'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입망 확보까지 포함하는 국가 전체를 보는 '식량안보' 전략이다.
이재명 정부의 '식량주권' 집착은 결국 전농과 같은 강성 지지층의 반(反)시장, 반(反)세계화 이념을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들 입맛에 맞추다보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1차 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가 전체의 부가가치를 갉아먹고 미래 성장 동력을 꺼뜨리는 자해 행위다.
미국도 정치적 이유로 옥수수 농가를 보호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은 남아도는 옥수수를 창고에 쌓아두지 않고, 바이오 에탄올이라는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했다. 농업 보호를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대응과 연계한 '전략적 보호주의'인 셈이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매년 20만 톤씩 남는 쌀을 그저 막대한 세금을 들여 사들인 뒤 창고에 쌓아두는 게 전부다. 쌀 잉여분을 새로운 식품 산업이나 바이오 소재 산업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적 상상력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정책이 아니라, 그저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가장 큰 비극은 농민을 위한 '보호'가 오히려 농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황금 새장'이 되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쌀 농사에만 보조금을 퍼주니, 농민들은 시장이 원하는 다른 고부가가치 작물에 도전할 유인을 잃게 된다. 정부가 주는 먹이에 안주하는 동안, 스스로 하늘을 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식의 보호는 농업을 영원히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온실 속 화초로 만들 뿐이다. 한국 농산물만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없는 것도 드물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가 경제의 미래보다 당장의 정치적 이익과 진영의 논리를 우선했다. 남는 쌀을 사주기 위해 매년 1조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붓는 '양곡관리법' 강행 처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직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정책 실패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자동차와 철강 산업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위협 받고, 국민들은 더 비싼 공산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 정부'를 자처하지만, 그들의 행보는 '너그들' 진영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태다.
이 기사에 3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새 집 줄게 헌 집 다오~!
괜찮아요 철강 조선 자동차 연쇄 도산해도 집에 눌러 앉아 수령님이 하사하시는 상품권으로 재래시장에 가면 되고 창고에서 썩어나가는 냄새나는 쌀로 밥 지어 연명하면 됩니다
좋은 기사 계속 부탁합니다
그러니 도장도 찍지 않았는데 관세협상. 잘햇다고 여조에서. 60%가 넘는거겟지요
역대 이런 바보같은 대통령이 있었는지 진짜 걱정입니다.
국익보다 표심?? ㅠ
자신의 팔다리가 잘려나가도 모르는 국민이 60% 넘는다니 그들과 나는 다른세상에 사는가
오! 재목
쉽게 팍 와닿네요
헉.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양질의 기사를 여기선 볼 수 있군요
미국 가보고 싶어서 환장한 자의 친구비 아닐까요. 을사년만 되면 나라꼴이 ㅠㅠ
개딸. 극렬지지자만 바라보는 정치. 진짜 심각합니다
잘 몰라도 당연히 자동차 철강 등에 집중할 줄 알았어요 쌀 소고기 타령 하길래 다른건 못해서 그것만 자랑하는 줄 알았구요
근데 가피님 말씀처럼 진짜 지지층 눈치보는게 제일 중요하군요 전농의 영향력도 어마무시하구요
이 정부에 기대할게 없네요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다음세대에 쌀농사 몇명이나 할까요?? 어이가 없습니다
개딸들만을 바라보는 정치. 대통령인가요 개통령인가요?
결국 진영논리가 나라를 망치는 독이네요.
이상한 것을 넘어 괴기스러움
GDP 총량 이고 나발이고 저그만 살면 된다네. 학씨~ 마~
국가운영이 아니라 대학 써클 놀이네요 ㅉ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찰떡비유.개딸들도 이해가 쏙쏙 될 기사입니다.
기사가 쉽게 잘 읽어지네요. 잘 읽어지는 만큼 화도 나고요. 잘 봤습니다.
저쪽 진영은 국민들 가스라이팅 하는 데 도가 텄다니까요
아주 훌륭한 기사네요 너무 찰떡같은 비유입니다
비유가 정말 최고네요
탁월한 분석 감사합니다.
여조 보니 우리나라는 그냥 밥이나 안굶으면 다행인 듯.
기사 잘 봤 습니다.
오늘 여조보고 기절하네요. 관세협상 잘했다 60프로라니..정신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합니다.
마자여
전략이 없었다는 뜻 / 없다기 보다 사악한 전략을 쓰는거죠.
전략이 없었다는 뜻
하루하루가 정말 답답합니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진 않습니다.
늘 좋은 기사 써주셔서 버팁니다.
감사합니다.
guest / 저도 그 기사 보고 충격받아 썼습니다
관세협상 긍정 63%라는 기사 보고 충격
재조산하/ 그냥 내란 웅얼웅얼하겠죠
그럼에도 국민 63.9%가 관세협상 잘했다는 여조 결과가 나왔답니다.
끼니를 잇지 못할 지경이나 돼야 현실이 인식될까 싶습니다.
기사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