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찬란했던 10년, 이렇게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이 10년의 찬란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작별을 고했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는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됐다. 그는 경기 후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팬들과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날 선발 출전해 약 65분을 소화한 손흥민은 교체 사인이 나오자 동료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벤치에 앉은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훔쳤으며, 경기가 끝난 후에는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했다. 손흥민은 "도대체 어떤 복을 받아서 이런 선수로 성장했고,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로 자리매김했을까요"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또한 "아직 축구 인생이 끝나지 않았다. 더 즐거운 모습, 더 좋은 모습, 행복한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고 말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처음에는 정말 안 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낸 팀을 이렇게 떠나보내려고 하니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동료들이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이 북받쳤다며, "팬, 동료, 상대 선수 덕분에 정말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녕 손흥민 (서울=연합뉴스)
특히 절친한 동료인 벤 데이비스는 손흥민의 마지막 경기에 눈물을 글썽이며 아쉬움을 표했다. 손흥민은 데이비스의 그런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마웠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손흥민은 비록 우리 팀은 떠나지만, 내 인생에서는 더 오래 함께할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라며 "새로운 여정에서 많은 걸 이루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손흥민의 다음 행선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는 차기 행선지에 대한 질문에 말을 아끼면서도,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를 암시하는 듯한 힌트를 남겼다. 그는 "아직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여기서 지금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조금 기다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어제 좀 좋은 정보를 드렸으니, 오늘은 한발 양보해달라"며 웃었다.
앞서 손흥민은 기자회견에서 토트넘과 이별을 발표하며 "저에게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로스앤젤레스(LA) FC 이적설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LA FC는 손흥민에게 4년간 1억 2000만 달러(약 1650억 원)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물 닦는 손흥민 (서울=연합뉴스) 손흥민의 이적은 단순한 선수 이동을 넘어,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축구계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10년 동안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2021-2022시즌 EPL 득점왕에 오르고, 2024-2025시즌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의 등번호 7번은 토트넘에서 영구 결번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토트넘 직속 후배인 양민혁과 뉴캐슬에 입단한 박승수를 향해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특히 양민혁에 대해서는 "이제 좀 많이 친해져서 내게 농담도 하는데, 14살 차이 나는 친구가 농담하니 좀 적응이 안 되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그래도 너무 보기 좋다. 오늘도 교체로 들어가서 어린 친구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데, 나도 새로운 환경에서 저렇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걸 어린 선수로부터 배웠다"고 덧붙이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토트넘과의 추억에 엄지척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