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새 미디어법. 방통위 해체로 이진숙처리는 덤, 언론 장악이 본론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24 12:09:23
  • 수정 2025-08-05 04:04:32

  • 김현 의원이 발의한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그 숨겨진 의도는 무엇인가.
  • 과거 언론 통폐합의 망령, 법과 제도의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나나.
  • 사법 리스크를 넘어 미디어까지 '방탄'하려는 시도,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는가.

<그래픽 : 박주현>


김현 의원이 발의했다는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의 취지를 읽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겠단다. 콧방귀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 법안을 보노라니, 언론 장악이라는 네 글자가 섬뜩한 그림자처럼 등 뒤를 덮쳤다. 방통위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겠다니, 그 노골적인 발상에 헛웃음이 터졌다.

이 법안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속내는 빤하다.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를 없애고 그 역할을 할 기구를 그럴듯한 이름으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못하도록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고, 덤으로 임기가 보장된 골치 아픈 이진숙 또한 방통위의 해체를 핑계로 쫓아낼 수 있고 언론까지 대통령 손아귀에 넣겠다는 심산이다. 이쯤 되면 꿩 먹고 알 먹고, 고랑 치고 가재 잡고, 심지어 마당 쓸다 돈까지 줍겠다는 격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행보는 군사 독재 시절의 언론 통폐합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는 물리적인 폭력이 언론을 짓밟았다면, 이제는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언론을 길들이려는 교활한 시도다. 심지어 콘텐츠 심의를 담당하는 방심위마저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원장 인사청문, 탄핵소추 근거까지 마련하겠다니, 심의권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심의를 강요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죽은 듯 보여도 엄연히 아직 숨쉬고 있다. 그의 가신들이 대통령 연임을 슬쩍슬쩍 흘리는 것 도 사법의 칼날을 막으려는 시도 아니었나. 그 몸부림이 이제는 미디어의 목줄까지 죄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미디어 정책을 대통령 직속으로 일원화하겠다는 법안이라니. 방탄 정부를 넘어 방탄 미디어까지 구축하겠다는 셈법이 너무나 뻔해서 실소가 터져 나올 지경이다. 정작 나라 경제상황이 좌우될 대미 관세 협상 시한은 코앞인데, 이런 다급한 '묘수'에만 몰두하시니, 진짜 묘수는 나올 기미조차 안보인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걸러지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외치지만, 사실상 이는 선제적 언론 통제에 가깝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론을 권력에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고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일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과연 이 법안을 통해 어떤 미디어 세상을 꿈꾸는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흘러넘치고, 비판의 목소리는 사라진, 그런 통제된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아닌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 자유를 훼손하려는 시도. 그 앞에서, 당신의 눈과 귀는 지금, 정말 자유로운가?

이번 홍수피해만 봐도 그간 언론의 행적을 감안해도, 행정부와 대통령실의 안일한 대처와 책임회피에 대한 비판 기사가 쏟아질 법도 한데, 이렇게 쥐 죽은 듯 조용한 걸 보면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한 막강한 권력 앞에 언론은 그 이름표가 무색하게 이미 충분히 알아서 기고들 있는데 그럼에도 뭔가 부족하게 느껴져 그마저 목줄을 채워야겠다 다짐하는 걸까?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26 12:36:09

    몇 달 못가. 엥간히 해라.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7-24 17:25:09

    여기서 더 나빠질 수도 있다니....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24 15:10:54

    답답하다. 수해 언론보도도 그렇고...  답답하다. 이제 동굴 입구인데. .. 출구가 안 보인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honeycat2025-07-24 13:58:12

    북한중국보다 더 한 나라를 만드는게 목표인가봅니다.

  • 프로필이미지
    ekdan092025-07-24 12:53:32

    지금도 언론 장악 한 듯 보이는데 이젠 아예 본인들 맘대로 좌지우지 하겠다라 21세기가 맞나 정말 해야될껀 하나도 안하고 독재 정권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있네 에휴..

  • 프로필이미지
    minn19712025-07-24 12:46:02

    합법이라는 이름아래 모든것을 독재화 시키는 중이네요.

  • 프로필이미지
    nicetaz12025-07-24 12:17:39

    저것들 하는 짓거리를 보면 군부독재와 입법독재의 차이를 모르겠어요.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