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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기업에게, 재난은 지자체에게, 인사는 '나 몰라라'?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21 17:39:24
  • 수정 2025-08-05 04:05:23

  • 모든 문제의 시작은 '내가' 아니라는 정부의 해명 방식.
  • 책임만 회피하는 대통령, 대체 왜 필요한가.

<그래픽 :박주현>


"내가 추천한 인사 아니다." 아마도 이게 앞으로 우리가 듣게 될 이재명 정부의 해명 방식의 기본이 될것같다. 마치 유행가 가사처럼, 모든 문제의 시작은 '내가' 아니라는 식이다. 재난 현장도 마찬가지다. 전국이 수해로 신음하고 있을 때, 소방 당국은 압수수색을 당하고 대통령과 의장, 총리는 만찬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재난 수습의 책임을 자치단체장에게 돌리고 자신들은 뒷짐 진 채 ‘나는 할 일을 다 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인사에서의 강선우 임명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당 지도부의 의견에 따르겠다며 그 책임을 전가했다.

최근 대미 관세 협상 문제도 딱 그 짝이다.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쓸 카드가 거의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사를 보내고 별별 노력을 다하지만, 행정부 내 주요 인사를 만났다는 뉴스도 미국 쪽 반응도 없다. 정작 대통령은 트럼프 측과 스킨십도 없어 보인다. 이러니 협상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특단의 카드'라며 기업들의 팔을 비틀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에게 미국 내 설비 투자와 고용 확대를 요청한 것이다.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율 인하 협상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으니, 기업들의 추가 투자를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심산이다.

기업들은 난감해한다. 이미 트럼프 정부 1기 때부터 직접적인 압박 때문에 미국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늘려왔는데, 정부가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니 당황스러운 건 당연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실용적 판단에 따른 투자는 몰라도, 외교적 목적을 위한 정무적 투자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평소 자신들을 악마화하고 몰아세우다가, 외교 실패를 덮으려 할 때만 방패막이로 삼으려 드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적폐몰이에 시달리다 이제야 겨우 족쇄가 풀렸는데, 또다시 투자 문제로 시달려야 한다니. 현 정부에 진절머리가 날 만도 하다.

게다가 이런 요구를 하려면 정부도 기업에 뭔가 혜택을 줘야 할 텐데, 세수 부족을 이유로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법인세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지난 정부에서 1% 깎아준 것마저 '부자 감세'라며 원상 복구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포퓰리즘 정책에 필요한 막대한 세수를 기업에게서 뜯어내겠다는 심산이니, 기업들이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욱 기가 막힌 건, 과거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대기업들을 앞세운 외교 순방을 맹렬히 비판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이끌고 방미하여 투자 계획을 설명했을 때,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은 이를 '기업 납치'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행동은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과 무엇이 다른가? 오히려 별다른 외교문제 없던 시절 경제계 인물들의 대미수출과 투자를 다방면으로 확대할 방안을 검토하라는 호의적 방미가 '납치'였다면 차원이 다른 외교문제 등떠밀기는 대체 뭐라 이름표를 붙이면 좋을까? 그럼에도 '내가 하면 착한 기업 납치'라는 건가?

정부는 관세 협상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 역력하다. 소고기, 쌀 개방 등 모든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면서, 만남 조율만 하고 있다는데 대체 언제까지 조율만 할 것인가?

또 조삼모사라고 기업들에게 미국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하는 건 결국 국내 투자를 줄이고 미국에만 좋은 것 아닌가? 외교적 능력 부족을 기업에게 떠넘기는 게 정상인가? 재난이 벌어져도 그 시간에 만찬을 즐기고, 뒤늦게 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 외교적 난관에 부딪히면 기업의 팔을 비틀어 해결하려는 손쉬운 접근. 이런 모습은 단지 특정 정부의 무능을 넘어, 한국 사회 고질적인 문제 해결 방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국민'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정작 자신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 탓'만 하는 정치의 오랜 습관 말이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보여주는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아마 초등학생도 "저런 대통령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희망을 품게 해주는 것말고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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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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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3 06:33:42

    정곡을 찌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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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kdan092025-07-22 13:25:12

    항상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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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2 12:52:17

    이런 칼럼을 보게 되다니 용기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참 언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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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eycat2025-07-22 10:01:41

    책임 회피의 경지에 오른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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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n19712025-07-22 07:49:35

    매일매일 참담함을 목격하는 와중입니다. 저 버러지를 끌어내린 후라도 반드시 국정파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때가 오면 또 흐지부지 될까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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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1 20:52:24

    한번도 자기행동이나 언행에 책임진적 없는 자가 대통령이 됐느니...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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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7-21 19:22:58

    책임회피에 얹어지는 엄중 문책 발언들
    개한심 철면피 정부, 댓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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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enfow932025-07-21 19:08:25

    댓통이 되어서도 남 탓만 하는 무능한 자가 결국은 자신만 살아남으려 국익은 커녕 나라를 통째로 팔아넘길까 그게 제일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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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lancer3142025-07-21 18:39:47

    제목부터 짜릿해서 들어왔더니 팩파 기사였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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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1 17:48:01

    언론이 다 귀막는 와중에 칼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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