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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속 만찬, "우린 현장파"외친 이재명과 김민석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18 12:07:57
  • 수정 2025-08-05 0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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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총리-국회의장 만찬, 서산 침수는 브리핑으로

<사진 : 이재명 대통령, 국회의장-국무총리와 만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물에 빠진 사람과 한우를 먹는 사람들

그날 밤 서산의 한 남자는 차 안에서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걸 느꼈다. 핸드폰 불빛으로 마지막 문자를 보내려 했을 것이다. "여보, 미안해. 집에 못 갈 것 같아." 그 순간 대통령실 관저에서는 네 명의 남자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우리는 현장파야!"

나는 이 장면을 계속 떠올린다. 물에 빠진 사람과 한우를 먹는 사람들.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서.


이재명 대통령의 그날 일정표를 보면 경이롭다. 오후 1시 김종인과 오찬, 오후 7시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총리와 만찬.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중에도 두 끼 식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대통령실은 그날 저녁 메뉴까지 상세히 발표했다. 한우, 떡갈비, 우럭구이. 인스타그램 맛집 리뷰처럼 친절하게. 사진도 공개했다. 네 명이 둘러앉아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우원식 의장이 "우린 현장파"라고 농담하며 박수치는 장면까지. 재난 시각에 현장을 외면하고 만찬을 즐긴 국가 서열 1, 2, 5위가 모여 현장파라는 농담에 웃었다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기이하다.

그런데 정말 괴리감이 느껴진 건, 그 순간 이 사람들이 3년 전 윤석열 정부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났다는 점이다.


2022년 여름 호우 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택에서 상황 보고를 받으며 전화로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민주당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집에서 뭐 하느냐!" "이러려고 청와대를 나왔냐!" "대통령실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그때 이재명은 어떻게 말했을까? "재난은 국가의 책임이다. 대통령이 현장 가까이에서 직접 챙겨야 한다." 김민석은? "재난 대응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한우를 썰고 있다. 이게 뭔가? 나는 이런 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위선? 내로남불? 아니다. 그냥 인간이다. 권력을 쥔 인간의 모습이다.


김민석 총리 이야기는 따로 해야겠다. 얼마전 총리 후보 시절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민방위복을 번듯하게 입고 재난상황실에 나타났다. 카메라 앞에서 진지하게 말했다. "장마철 대비, 철저히 점검하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장마가 오자?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떡갈비를 먹고 있다. 이건 뭔가, 코스프레였나?

더 가관인 건 지금 행정안전부 장관이 비어있다는 점이다.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동시에 식사 중이었다. 그럼 그 시간 동안 재난 상황은 누가 관리했을까? 


권력자들은 말의 연금술사다. 김종인과의 점심은 "외교 현안 논의"가 되고, 우원식과의 저녁은 "현장 정신 공유"가 된다. 부산 시민들과의 만남은 "호우 피해로 인한 일정 취소"로 미뤄지지만, 정치인들과의 식사는 "중요한 국정 현안"이 된다.

결국 이거다. 국민 만나기는 부담스럽고, 동료 만나기는 즐겁다. 우리는 숙제고, 그들은 휴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이태원 참사 재수사를 지시했다. 3년 전 일을 다시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정의감은 대단하다. 그런데 현재 진행형인 재난 앞에서는 만찬을 즐긴다.

시간도 선택적으로 흐르나 보다. 과거의 참사는 분노할 일이고, 현재의 참사는 식욕을 돋우는 배경음악 정도인건가?.


한 네티즌의 댓글이 정확했다. "승리감에 취해서 이제 뭐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

권력은 마약이다. 중독되면 현실이 달리 보인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 시절 쿠팡 물류센터에서 불이 났을 때 떡볶이 먹방을 했던 게 생각난다. 그때도 지금도, 재난은 그에게 식사를 방해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권력자들은 자신들만의 동굴에 산다. 벽에 비친 그림자를 현실이라고 믿는다. 그들에게 진짜 현실은 관저 식당의 따뜻한 조명이고, 부드러운 한우이며, 동료들의 유쾌한 웃음소리다.

국민의 죽음은? 그건 브리핑 자료 속 숫자일 뿐이다. "사망자 4명, 실종 1명, 이재민 5,200명." 숫자는 아프지 않다. 젓가락질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비가 그치면 그들은 현장에 나타날 것이다. 검은 양복을 입고, 엄숙한 표정으로. "국민과 함께 아파하겠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정작 비가 쏟아지던 그날 밤,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폭우 속 만찬. 이것이 우리가 선택한 지도자들의 진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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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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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8 21:33:59

    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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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19 12:59:51

    저래놓고 재난예방 잘한다는둥 언플하고 난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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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bbum112025-07-19 10:33:43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다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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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18 20:18:48

    엄청난 무력이 있으면 죽빵 날리고 싶다. 이재명은 재난 앞에 다르다는 아저씨 지금 뉴스는 보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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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lancer3142025-07-18 14:05:34

    재해 때마다 먹방하는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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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18 13:58:24

    국힘이 전투력 제로라 그것도 저들한텐 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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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eycat2025-07-18 13:38:20

    저 면상 그냥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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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18 13:01:19

    뭐 쳐 먹었는지 안 궁금해. 영원한 건 절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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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18 12:26:17

    글이 매우 아픕니다. 그런데 저들은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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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7-18 12:25:25

    씨부레
    욕을 부르는 저들의 입
    입과 발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기형인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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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18 12:14:48

    세계 최고 재난 대응을 보여 주신 이낙연 님이 그립습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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