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14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과거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과 배우자의 미신고 스톡옵션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며,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 악마화"라며 방어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부적격 인사의 전형"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날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강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자행했다는 갑질 의혹이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제보에 의하면 후보자가 권고사직 처리도 안 해줘서 (보좌진이) 실업급여도 못 받게 했다고 한다"며 "퇴직 후 취업 방해까지 했다는데 이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으냐"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서명옥 의원 역시 "후보자가 계속 (발달장애) 딸 얘기를 하는데 저도 안타깝지만, 딸을 키워본 엄마 입장에서 보좌진에게는 더 따뜻하게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리드해야 한다고 본다"며 "후보자는 더 이상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자진해서 사퇴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여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떼어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를 겨냥한 정치 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야당이 청문회를 인신공격과 모욕으로 만들어가면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말도 안 되는 악마화, 모욕으로 덧씌워가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남희 의원도 "오늘은 개인의 신상 털기가 아니라 앞으로 여성가족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며 정책 검증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 후보자 본인의 해명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갑질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송구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후보자 배우자가 보유한 스톡옵션 1만 주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남편이 감사로 회사에 있는데 (후보자가 의원 시절)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상장하게 해주고 스톡옵션 1만 주를 무상으로 주고 재산등록을 하지 않으면 이해충돌 (우려가) 있지 않으냐"고 질타했다. 단순한 재산 누락을 넘어, 의원 시절 직무와 관련된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배우자가 스톡옵션이 1, 2차 부여됐는데 1차는 취소됐고 2차도 당연히 취소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된 것 아니냐"며 "해당 회사 주가는 높지 않아서 2배 이상 오르면 손해가 안 날 정도이지 지금은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미래의 가치를 보고 부여하는 스톡옵션의 본질을 외면한 채 '현재 가치가 없다'는 변명으로 의혹의 본질을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이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들어보이며 갑질 의혹 관련해서 질문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강 후보자는 재산신고 누락에 대해 "스톡옵션을 받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고, 이해충돌 지적에는 "국회 사무처에서 해당 없다고 확인받았다"고 답했다.
자료 제출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후보자가 정보 제공을 미동의해서 못 받은 자료는 동의만 하면 해결되는 것인데 동의하는 게 뭐가 어렵나"라며 자료 제출을 압박하자, 강 후보자는 "제출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에 야당 의원석에서는 "검토가 아니라 제출해달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은 과거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자료 제출 비율을 거론하며 물타기에 나섰다. 김한규 의원은 "강선우 후보자는 87.1% 제출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김행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28.5%,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은 38.2%밖에 제출을 안 했다"고 주장했지만, 과거 정부의 잘못이 현 정부 후보자의 불성실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이날 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킨 채 정책 검증은 실종됐다. 민주당의 '이재명 정부 흔들기' 프레임이 각종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