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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애로 개명하시죠.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23 00:25:54
  • 수정 2025-08-05 04:17:48

  • 이재명 나토 불참, 지뢰밭 피하다 더 큰 함정에 빠지다.

<그래픽 = 생성형 a.i>


지뢰밭에서 춤추기: 이재명의 나토 불참과 '반미애'의 착각


대통령이 나토에 안 간다고 했을 때, 솔직히 예상했던 일이다. 줄어든 세션에서 트럼프와의 양자회담을 못 잡았겠지만,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대통령실이 더 두려웠던 건 행여나 트럼프와 마주칠 수 있는 경우의 수 때문은 아니였을까?. 트럼프가 보여주던 예의 그 '강한' 악수에 끌려 반중국 정책, 방위비 분담 확대,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발표해야 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굴욕을 보여야 할 지뢰를 피한 셈이니까.


중동을 핑계삼은 회피의 논리

중동문제를 핑계로 삼았지만 결국 중동문제는 우리와 평행선이다. 핵무기 개발은 용인할 수 없는 서방과, 종교를 앞세운 전체주의의 싸움인데, 지금 서방의 움직임은 바로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사는 우리를 교훈 삼은 행동이다. 헌데 그걸 핑계로 우리가 참석을 안 한다는 걸 세계 어떤 국가가 이해할까? 대통령실은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참석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한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 결정적 요인이였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증액 요구에 정면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며 미일 2+2 회의까지 취소했지만, 그럼에도 나토 정상회의는 빠지지 않고 간다. 미국과의 협의는 잠시 멈춰도, 국제적 연대의 자리는 지킨 것이다.


관세폭탄과 방위비 딜레마

하지만 관세 협상 시일이 촉박한 상태에서 드러난 협상 움직임도 없는 상황에선 스스로 망신을 당하든 굴욕을 맞보든 갔어야 맞다. 트럼프는 이미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고, 7월 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더 심각한 건 방위비 분담금 문제다. 트럼프는 한덕수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거론했고, 이는 지난해 타결된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재협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칭하며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가, 기대대로 온순하게 기다려줄 리 없다.


광해의 환상과 현실의 벽

광해에 나오는 대사처럼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곱절, 백 갑절 더 소중하오"라고 생각하는 지도자를 기대했지만, 기꺼이 가랭이밑을 기겠다는 그 말에 기대를 한 내가 미친 거였다. 실제 역사 속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외교를 펼쳤지만, 그것은 양쪽 모두에게 최소한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 해도, 글로벌 진영 경쟁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한국이 결국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리라는 건 불가피하다. 더구나 관세와 방위비라는 구체적 압박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철학적 수사는 무력하다.


'반미애'의 착각

추미애도 한마디 거들고 나서서 마치 미국을 전범 취급했다. 그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두고 "정당성이 없는, 국제법상 용납되지 않는 예방 공격"이라고 비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슬그머니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EU 전체와 미국이 이 문제의 근원을 이란으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국가를 반미 프레임으로 끌고가려면 차라리 성을 '추'가 아닌 '반'으로 바꿔 '반미애'라 칭하는 게 어떨까. 이란은 북한의 최대 무기교역국이자 하마스, 후티 반군, 헤즈볼라 등과 협력하며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핵심 세력으로 지목받고 있는데, 동맹국 미국보다 이란을 감싸는 발언을 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현실주의의 가혹한 교훈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이 뼈아프다. "이재명 정부의 첫 외교 시험대에서 이 대통령은 국익을 저버렸다"며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것뿐"이라는 비판은 과연 억지일까. 대한민국은 지난 3년간 나토 정상회의에 연속 참석하며 국제적 위상을 높여왔는데, 이번 불참은 그동안 쌓아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위험을 회피하는 소극적 현실주의였다. 지뢰밭을 피해 다니다가 더 큰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걸 간과한 것이다. 나토 불참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잃은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계산해봐야 할 때다. 광해의 대사에 감동받았던 그 마음을 현실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단순한 회피가 될 수는 없다는 게 지금 우리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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