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패륜과 연좌제의 만남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21 06:16:06
  • 수정 2025-08-05 04:19:03

  • 할아버지의 유산증여를 두고 정치적 스폰서라는 민주당
  • 21세기에 부활한 연좌제, 그 끔찍한 진화의 현장

<사진 = 강득구의원의 발언을 전한 뉴스 캡쳐>


강득구 의원이 연단에 오르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살짝 떨렸는지도 모르겠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변호하려던 그는 곧 한국 정치사에 지워지지 않을 얼룩을 남기게 될 참이었다. "주진우 의원이 아버지로부터 공안검사 DNA를 물려받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국회 기자회견장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1970년대 어느 법정의 냄새가 났다고 해야 할까.


DNA. 참 기막힌 단어 선택이었다. 과학의 옷을 입혔지만 그 안에는 조선시대 연좌제의 독기가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21세기 민주당 의원이 스스로를 독재정권의 후예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공안검사 DNA를 물려받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올렸다. 강득구 의원이 빅 브라더는 아니지만, 그가 사용한 논리의 구조는 놀랍도록 유사했다. 인간의 사상과 행동이 혈통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물학적 결정론. 1986년 민교투 사건을 들고 나와 주진우 의원 아버지 주대경 전 검사를 거론하며 "범인을 정해놓고 의도한 대로 수사해 단정 짓는 기질까지 물려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의 금기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일이었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이런 발언이 바로 민주당 의원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과거 유신정권과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가들의 가족까지 연좌제로 탄압받았던 기억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을 정치세력이, 이제는 그 논리의 계승자가 되어 연단에 서 있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강득구 의원의 창의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주진우 의원 아들이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증여를 두고 "조부 찬스를 누린 것"이라며 "스폰서"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가족제도에 대한 그의 철학이 드러났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걸 정치적 후원과 동일시하는 발상. 가족 간의 사랑과 책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이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면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한다. 강득구 의원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모든 것들—교육비, 용돈, 따뜻한 밥, 심지어 사랑까지도—정치적 후원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또한 스폰서의 혜택을 받은 셈이니 정치를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닐까.


주진우 의원은 이미 이에 대해 차분하게 반박했다. "아들 재산은 전액 고령인 조부가 증여한 것으로, 증여세를 완납했고, 영수증도 모두 갖고 있다." 합법적 절차를 모두 거친 정당한 증여였다. 증여세 영수증이라는 명확한 물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더 이상 사실에 기반한 비판이 아니다. 정치적 마녀사냥이다.


민주당의 선택적 도덕주의는 숫자로도 입증된다. 김혜경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배소현이 평생 수입 4억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80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박수영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배소현은 2010년부터 성남시청과 경기도청 등에서 계약직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총급여가 세전 3억 6700만원 정도였는데, 수원 광교 상가주택 35억원, 잠실 아파트 28억 5000만원, 정릉 아파트 8억 2500만원, 분당 아파트 7억 4500만원 등 총 79억 2000만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소득 대비 부동산 가치가 20배를 넘나드는 이 기묘한 수학에 대해 민주당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반면 할아버지로부터 합법적 증여를 받은 주진우 의원의 70억원 재산에 대해서는 "의혹 덩어리"라며 연일 공격을 퍼붓는다. 10억원 차이가 도덕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 아니면 정치적 진영 논리가 숫자의 의미까지 바꿔버리는 걸까.


정작 옹호불가능의 영역까지 가버린 김민석 후보자 자신의 재정 상황은 미스터리로 남아 그 어떤 증거도 논리도 못 내미는 한심한 상황 아닌가. 그는 2018년 4월 11명에게서 1억 4000만 원을 빌렸는데, 이 중 4000만 원은 과거 자신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강 모 씨로부터 빌린 것이었다. 한 번 불법 정치자금을 준 사람이 다시 돈을 빌려주는 상황. 우연일까, 아니면 지속적인 관계일까.


더 흥미로운 건 김 후보자의 가계부다. 최근 5년간 공식 수입은 의원 세비 5억 1000만원이 전부였는데, 같은 기간 지출은 최소 13억원에 달했다. 5억으로 13억을 쓴다는 것은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다. 작은 주머니에서 큰 코끼리를 꺼내는 마술 같은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런 신비로운 산술에 대해 강득구 의원은 어떤 설명을 내놓을 수 있을까. 혹시 김민석 후보자에게는 돈을 무한증식시킬 수 있는 특별한 DNA가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DNA는 어디서 물려받은 것일까.


게다가 얼마 전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음담패설과 하객만 900명이 참석한 스몰웨딩(?)의 주인공인 이동호 씨의 입담과 도박중독은 김혜경여사의 DNA인가 아님 이재명 대통령의 DNA인가?


강득구 의원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가 거울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거울 속 괴물이 된 건지 헷갈린다. 과거 독재정권의 연좌제 논리를 그토록 비판하던 세력이 이제는 그 논리의 실행자가 되어있다. 조너선 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에서 그려낸 뒤바뀐 세상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


"스스로를 드러내고 검증할 자신이 없다면 그만 인사청문특위 위원에서 물러나라"고 주진우 의원에게 던진 그의 말은 정확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정작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김민석 후보자와 그를 옹호하는 민주당 자신들이 아닐까.


정치는 결국 신뢰의 게임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이중잣대와 막말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말 자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고 속은 완전히 비어버린 달걀이 될 것이다.


강득구 의원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똑바로 볼 날은 언제 올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거울이 얼마나 더럽혀져 있는지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거울을 닦는 일은 그의 몫이다.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21 14:30:03

    악귀를 모시는 신당이라 다들 제정신이 아니죠 사이비종교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상해 지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바로 더불어 전과당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21 08:54:54

    수령이 패륜아이니 아랫것들도 따라쟁이네요.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3.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4.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5.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6.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7.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8.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9. 김병기 고발만 11건, 서울경찰청 통합 수사 착수…가족까지 수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경찰 수사로 간다. 서울경찰청은 31일,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고발 사건 11건 중 10건을 공공범죄수사대에 모아 통합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좌진의 녹취록 등 구체적 증거가 쏟아지면서 사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
  10. [전병헌 기고] ‘셰셰 외교’의 함정 :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굴종인가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과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자초한 “중국에는 셰셰, 미국에는 땡큐”라는 이른바 ‘셰셰 외교’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이제는 국정 운영의 실질 기조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