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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진보의 『선의』를 믿는 사람들 - 2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5-31 12: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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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을 위한 맞춤형 법안과 언론 통제의 미학


민주당의 새로운 실험


정치인의 진면목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이재명의 아들 논란이 터지자 민주당이 보여준 대응을 지켜보며,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27일 저녁, 이준석이 TV 토론에서 입을 열었다. 30일 새벽, 민주당 의원들이 허위정보 유포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날 오후, 기자 아홉 명에 대한 고발이 예고되었다. 이 완벽한 타이밍을 보며 나는 조지 오웰의 『1984』 속 진리부를 떠올렸다.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내는 그 조직의 효율성을.


72시간 만에 완성된 맞춤 입법


민주당 조인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보면, 그 정교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허위조작정보의 생성과 유포를 금지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정보 유통을 차단한다는 이 법안은 마치 이준석의 발언을 예상이라도 한 듯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이준석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그들의 해명을 들으며 나는 웃음이 났다. 세상에 이토록 절묘한 우연이 있을까. 화재 현장에 소방차가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고 해명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불을 지른 자가 소방차를 몰고 나타나 "우연히 지나가다가"라고 말하는 격이다.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법안들이 적절한 순간에 등장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언제나 완벽하다.


기자들에게 보내는 침묵의 경고


기자 아홉 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민주당의 발표는 더욱 흥미로웠다. 검찰 공소장에 명시된 내용을 순화해서 보도한 것조차 문제 삼는 그들의 논리를 따르면, 이제 언론은 공개된 사실조차 보도할 수 없게 된다.


기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보되 보지 말고, 들되 듣지 말고, 쓰되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동안 유튜브 찌라시 내용을 국회 상임위에서 당당히 거론하며 TF 구성까지 주장했던 그들이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정당한 의혹 제기"라는 이름으로 떠들어댔으면서, 이제는 공개된 공소장 내용조차 입에 담지 못하게 한다. 자신은 남의 집 유리창을 돌로 깨뜨리면서, 남이 자신의 집 문을 노크하는 것조차 폭력이라고 우기는 모양새다.


위선의 완성작품


이재명이 지난 대선에서 허위 사실 유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허위정보 금지 법안을 내놓는 것은 아이러니의 걸작이다. 주취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금주법 제정을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민주당은 지난 3년간 대통령 가족을 검증하겠다며 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가족까지 정치적 검증 대상이라고 외쳤던 그들이, 정작 자신들의 차례가 되자 이런 법안을 들고 나온다. 이는 가히 정치적 곡예라 할 만하다.


권력자가 정의하는 내란


"정치 보복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재명이 "내란에 가담했다면 예외"라고 덧붙인 것은 더욱 섬뜩했다. 누가 내란에 가담했는지는 누가 정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애매한 기준으로 처벌 대상을 무한정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는 구조다.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


결국 하나의 질문에 도달한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들의 행동을 보면 답은 명확하다. 그들만을 위한, 그들의 가족만을 위한 민주주의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정치인이 있다. 권력을 위해 원칙을 굽히는 자와 원칙을 위해 권력을 포기하는 자. 민주당이 어느 쪽인지는 이번 사건으로 충분히 드러났다. 그들에게 원칙은 권력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필요에 따라 꺼내 쓰고, 필요 없으면 창고에 넣어두는 연극 소품과 같다. 그리고 권력을 얻은 후에는 그 원칙마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자유를 남에게서 빼앗으려 시도하고, 그 자유를 자신들만의 전유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법은 그들만을 보호하고, 언론은 그들만을 위해 침묵하며, 정의는 그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나라. 참으로 아름다운 민주주의가 아닌가. 


하지만 역사는 이런 시도들이 어떻게 끝나는지 보여준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진실은 결국 드러나며, 국민은 결국 깨어난다. 그때까지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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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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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bteap2025-06-01 11:14:40

    민주당에 대한 믿음의 댓가가 이것인지? 믿음을 악용해 개인비리 방탄과 사욕 충족에 이용하는 걸 제대로 보고 이제라도 각성해야 합니다. 제발 국민들이 깨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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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1 04:54:01

    좋은 글 감사합니다.정말 민주당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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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31 21:05:40

    좋을글 감사합니다 마음에 많이 와닿는 글입니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진실은 결국 드러나며, 국민은 결국 깨어난다. 6월3일 투표로 힘을 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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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alswnekd_012025-05-31 16:08:28

    빨간당만 찍어오신 부모님이 고마운 요즘입니다. 오래살다 보니 점점 인류애가 사라지고 믿었던 정치인도 그저그런 인간이었다는 것이 기가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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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31 13:33:01

    맞는 말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돌아가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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